[Opinion] 소설이 영화가 되는 일 Part 2 - 완득이 [영화]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편집의 과정이다
글 입력 2020.02.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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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영화가 되는 일 - 되짚어보기



'소설이 영화가 되는 일 Part 1'에서는 소설의 영화화를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보는게 적절한지 제시하고,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어떻게 영화화 했는지 살펴봤다.


소설의 영화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흔히 사용되어 왔던 OSUM(One Sourece Multi Use)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론적 관점에서는 OSMU의 프레임이 문화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는 부각하나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야기의 반복성이 강조되는 개념과는 달리 실제 사례에서는 주제와 스토리라인이 변형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러므로 미디어의 경계를 넘은 이야기가 동일한 스토리를 가질 필요가 없고, 이야기의 변형과 확장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는 점을 잘 드러내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의 프레임으로 소설의 영화화를 바라볼 것을 제시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Opinion] 소설이 영화가 되는 일 Part 1 –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를 참고하기 바란다. 해당 내용은 [정혜경 (2018). 소설의 영화화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살인자의 기억법을 중심으로. 국어문학, 67, 257-289]을 참고, 직간접 인용했음을 밝힌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편집의 과정이다.



소설을 영화화 할 때 감독은 의도에 따라 불필요한 장면은 삭제하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강조하거나 덧붙인다. 삭제 혹은 추가 되는 장면, 재편된 서사구조는 곧 감독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감독이 작품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구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은 구체화, 이미지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를 읽고 상상으로 간극을 메워가며 해석해야 하는 문자언어와 달리 영상언어에서는 모든 상황과 사물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해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사건이나 인물을 어떤 구도로 어떻게 보여줄지를 결정하거나 사물을 배치한다. 시각은 강렬한 감각이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직관적이고 구체적이므로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미장센의 역할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즉, 영화화의 과정에서 감독이 어떻게 이미지화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감독의 의도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완득이를 중심으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일종인 소설의 영화화 사례를 살펴본다. 첫 번째로, 이야기의 큰 흐름에서 감독이 어떤 부분을 축소하고 확대하여 표현하는지와 서사구조의 재편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거시적으로 다룰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감독이 세부적인 사건을 어떻게 구성하고 캐릭터를 어떻게 조형해나가는지를 미시적으로 다룰 것이다. 다만 이 두 가지 구조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도록 하겠다.

   



개인에서 가족 공동체로



첫 장면의 중요성에 대해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온 바 있다. 작품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그 역할은 아주 크다. 오프닝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이 앞으로 흘러갈 방향을 제시한다. 첫 문장(장면)은 단순히 처음 쓴 문장이 아니라, 작가가 의도적으로 맨 앞에 배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프닝 기도.png


 

소설 완득이에서는 가장 먼저 완득이가 교회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완득이가 똥주를 죽여달라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장면이다. 이후에 교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라는 것이 밝혀지고, 윤하와의 관계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작품의 주요 공간적 배경을 제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오프닝 씬에서의 교회는 똥주선생과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완득이와 똥주선생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암시하는 것이다. 오프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소설 완득이에서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완득이와 똥주선생과의 관계를 통한 성장‘이라는 것이다.

 


완득이 카바레.jpg

 

 

영화에서는 첫 장면이 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구성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완득이의 오프닝 시퀀스는 완득이의 어린시절 아버지가 카바레에서 춤추던 모습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읽어낼 수 있다. 영화 완득이는 소설 완득이보다 ‘가족과의 관계와 성장’에 집중한다. 똥주선생이라는 인물과의 관계와 성장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지만 완득이라는 인물이 어떤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가족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논문에서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 『완득이』(창비, 2008)를 이한 감독이 영화화한 <완득이>(2011)가 500만이 넘는 관객을 기록했고 2012년에는 뮤지 컬 [완득이]가 창작되었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 보면, 소설은 완득이와 "똥주 선생"의 갈등으로 시작하여 교사와의 유대 관계를 통해 청소년 개인의 성장을 주제로 한 반면, 영화는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출발하여 가족공동체의 조화를 주제로 하였다.”


 

완득이 표지.jpg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른쪽 포스터가 왼쪽 포스터보다 잘(주제를 잘 드러내도록)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완득이가 왜 공부를 하지 않고 싸움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보다 중점적이고 자세하게 다룬다. 담임선생님 뿐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개선을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완득이의 성장에 더 많은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감독이 사회구조적인 측면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는 것 또한 읽을 수 있다. 완득이를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조형하는 동시에 완득이가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킥복싱.jpg

 

 

작품에서 사용된 장치(소재)나 캐릭터도 살펴볼 수 있다. 킥복싱은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완득이의 성장과 관련된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서사의 어느 지점에 등장하느냐에 따라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분석해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킥복싱이 비교적 초반부에 제시되며 완득이를 성장시키는 소재로 쓰인다.


반면 영화에서는 킥복싱이 후반부에 등장하며 관련된 에피소드도 일부 삭제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완득이가 성장한 후에 킥복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즉, 소설에서의 소설에서의 킥복싱이 완득이를 성장시키는 소재라면, 영화에서의 킥복싱은 완득이의 성장을 보여주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완득이에서는 소설에 비해 인물이 추가되거나 캐릭터성이 부각되는 모습이 보인다. 첫 번째로, 앞집 인물들의 추가됐다. 완득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언어유희와 유머코드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영화에 등장하는 앞집 아저씨와의 대화는 경직된 분위기를 해소하고 작품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앞집 여자와 똥주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영화의 특성에 맞게 수정한 측면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작품의 주제가 ‘청소년 개인의 성장‘에서 ’가족공동체의 조화’로 변화했기 때문에 주제에 맞춰 보다 많은 이야기를 삽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보다 캐릭터성이 부각되는 인물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똥주다. 똥주는 기초수급대상자인 완득이에게 다른 친구가 안 가져간 햇반을 가져가라고 한다. 소설에서는 복도였던 장소가 영화에서는 교실 안으로 교체된다.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똥주의 모습을 통해 시선에 개의치 않고 완득이에게 짓궂은 똥주의 캐릭터성을 심화시킨다.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설에서는 형사들이 들어오자 가만히 따라가지만 영화에서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고, 지우개를 던지는 척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사실을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똥주의 캐릭터와 대담함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완득이의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서사가 진행되는 것도 캐릭터성 부각의 의미가 있다. 완득이라는 인물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인 것이다.


 

완득이 책.jpg

 

 

소설 완득이가 영화 완득이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트랜스미디어 활용사례 중에서도 문자 텍스트가 영상 텍스트로 이동하는 경우라서 구체화, 이미지화 되는 것이 중요했다. 오프닝 시퀀스, 장면 하나 하나의 미장센, 서사구조의 변화, 인물들의 추가와 캐릭터성의 심화 등 큰 부분부터 사소해보이는 부분까지 감독의 의도가 개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급했듯이 트랜스미디어 활용 사례는 편집의 과정이다. 개인의 의도가 개입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이므로 감독의 의도와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태그 김인규.jpg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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