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레오타드를 입은 소년은 어디로 달려갈까 -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청소년기의 주홍 글씨
글 입력 2020.01.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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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휴거’, ‘200충’, ‘기생수’ 등의 단어가 유행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휴거’는 휴먼시아(Humanisa)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 아파트 브랜드에 사는 사람들을 ‘휴먼시아 거지’라고 부르는 말이고, ‘200충’은 월수입이 200만 원대인 가정을 뜻하며, 기생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휴거’, ‘200충’, ‘기생수’로 불리는 아이들은 다른 또래 집단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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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참 무섭다”라고 생각하며(이 말을 하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라고 하던데) 나의 학창시절에 대해서 더 떠올려 보았다. 좁은 교실에 40명이 채 되지 않는 10대 아이들이 모여 보이지 않는 계급을 형성한다. 무리 안에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 매년 3월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대’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조용히 굴어서는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없던 나이. 나는 그 시절을 ‘같아지려고 애쓰던 시절’로 기억한다.

 

또래들 사이에서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것, 외면당한다는 것은 어떤 주홍 글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같아지려고 애쓴다는 것은 청소년기의 생존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모, 취향, 성적, 가정 환경 등 모든 것들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그렇게 ‘정상’적인 삶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수록 내면에서는 큰 파도가 몰아친다. 끊임없이 ‘나’와 ‘세계’에 대해서 질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정말 너야?’,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지만, 그 질문들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눈앞에 풀어야 하는 문제집들이 산더미이기 때문에.

 

그리고는 갑자기 성인이 되어버린다. 열아홉 살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을 기준으로 단절된 것처럼 미성년자에서 '미'자가 떨어져 나가버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삶에서는 그렇게 한순간에 성인이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시절의 나는 과거에 두고 올 수 없다. 아이인 시절과 어른인 시절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마음 한구석은 아이인 채로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내면에 몰아쳤던 파도는 뒤돌아보면 항상 그곳에 있다.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나와 삶에 대한 질문의 꼬리를 물다 보면 그곳엔 항상 아이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연극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이런 청소년 시기에 몰아치는 파도에 대해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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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부모의 세계에 갇힌 아이들.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우정’. 다름을 인정하고 편견 없이 내보이고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청소년의 결핍과 대립의 모습을 통해 본, 세상과 만나는 인간의 이야기.

 

제도 안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칙, 일반적으로 좋다고 말하여지는 것들, 쉽게 말하면 부모나 선생님들이 말하는 세상 잘 사는 법. 이 연극은 그 틀을 벗어날까봐 두려워 죽도록 애쓰며 매달리는 아이와 틀을 벗어나 바깥을 엿본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어른은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려 노력하지만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너무 바쁘고 무기력한 기성세대일 뿐. 보고 교육받은 틀을 벗어난 사고와 행동이 가능할까. 버티며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존재들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주인공 준호는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한 학생이다. 이 행동은 준호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잠재워 주고 심적 안정을 만들어주지만, ‘이상한’ 취향이기 때문에 그는 이 취미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쓴다. 부모님의 과한 통제와 친구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준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실된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로 살아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준호의 행동이 왜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인지는 누구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누구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는 취급을 받는 것이다. 인위적인 사고의 틀들이 다 그런 특징들을 가졌다.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 안에 있는 사람들, 특히 그것이 청소년 시기일 경우에는 그 틀 밖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틀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틀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어왔기 때문에 그 선 하나를 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틀을 벗어나려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성장물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가치관이나 도덕 체계와 충돌하고 도전하는 과정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어내면 크게 두 가지 길로 걸어 나갈 수 있다. 어른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관과 도덕을 인정하고 편입하는 길. 혹은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향해 가는 길.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포스터에는 한 소년이 교복을 벗어던지고 원색의 빨간 레오타드를 입은 채로 역동적으로 뛰어가고 있다. 이 소년은 두 가지 길 중에 어느 쪽으로 달려갈까?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 부모의 세계에 갇힌 아이들 -



일자 : 2020.02.06 ~ 2020.02.09


시간

목요일 오후 8시

금, 토, 일 오후 4시, 7시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기획

극단 돌파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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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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