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형이 너무 그리워, 무엇을 봐도 형이 떠올라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글 입력 2019.12.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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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친구들과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라는 체험 전시에 다녀왔다. 수동적으로 작품만 감상하는 기존의 전시와 달리 도슨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입구에서 나눠준 헤드폰을 통해 반 고흐에 대한 정보가 쉼 없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흥미로운 건 헤드폰을 통해 딱딱한 기계음만이 아닌 반 고흐 자신이나 그의 지인들이 직접 전해주는 것 같은 말도 들린다는 것이다. 거기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를의 침실>을 실제 방처럼 꾸며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하고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전시를 감상할수록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가 나의 절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전시 말미에서 만난 한 문장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반고흐전시.jpg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 뒤 동생 테오가 한 말이었다. 테오의 말이 준 울림은 몹시 컸다. 그 문장을 보고 차오른 울컥함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반 고흐를 사랑했던, 그를 믿었던, 그를 도와줬던 동생 테오의 슬픔이 2019년의 한국을 살아가는 나에게까지 와 닿았다.

 

전시에서 그 문장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미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왜 유독 그와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반 고흐의 명성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얼마나 유명한지, 얼마나 비싼지보다 이 그림을 그리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에 집중하게 되었다. 반 고흐는 내게 세계적인 화가가 아닌 우울의 파도 속에서 그림을 놓지 않은 여린 친구였다.

 

고흐의 그림 중 내게 가장 가슴 아픈 그림은 귀를 자른 자화상이었다. 어린 시절, 명화에 대해 해설하는 책을 읽다가 그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를 알고 매우 놀란 적이 있었다. 절친한 친구 폴 고갱과 절교하면서 느낀 분노와 슬픔에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것이다. 내가 관람했던 전시에서도 고흐가 고갱과 만나고 갈등을 빚고 헤어지는 과정이 그림자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되었다. 외롭고 불안했던 고흐의 내면에 고갱과의 이별이 미쳤을 영향력은 나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끝까지 고흐의 곁에 있어 준,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했던 테오가 고마웠다. 긴 여운을 안고 전시장을 나오자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편지를 주고받던 형제의 마음은 서로 달랐을 것이다. 우울과 고독 속에서 동생의 편지로 위안받은 고흐의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으니 그런 형을 바라보는 테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뮤지컬 <빈 센트 반 고흐>를 통해 그 이야기를 확인하고자 한다.

 


포스터2.jpg

 

 

시놉시스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지 6개월 후, 동생 테오 반 고흐는 형을 위한 유작전을 열고자 한다. 아내 요한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빈센트를 위하여 유작전을 강행하는 테오는 빈센트와 주고받았던 편지와 그림들을 정리하면서 그와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 때문에 웃고 울었던 지난 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명을 그림에 걸기로 마음먹은 날에 이르기까지. 편지와 함께 같은 기억을 공유하며 시간을 여행하는 빈센트와 테오. 다른 시공간 속에 있지만 평생에 걸쳐 서로를 의지하고 믿었던 두 형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년 봄, 19세기 프랑스 작가들의 그림을 한데 모은 <라뜰리에>라는 전시를 관람했었다. 그 전시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반 고흐의 생애를 간략하게 표현한 뮤지컬이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 반 고흐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가난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살아생전에는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세계적인 화가가 된 사람이니 그렇게 기억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 뮤지컬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명은 환했고 무대 색채는 밝았다. 배우의 연기와 노래 역시 시종일관 활기를 유지했다. 나 역시 함부로 고흐의 인생을 ‘비극’이라는 두 글자로 판단한 사람이었다. 사후에 얻게 된 명성은 그의 인생이 지닌 비극성을 더욱 강화할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오만이었다. 고흐는 끝까지 자신이 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으며 그의 인생에도 빛나는 순간은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_공연사진 (6).jpg

 

 

테오는 분명히 그림에 대한 고흐의 확신도, 그의 인생에서의 빛나는 순간도 모두 봤을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화가로서의 고흐의 삶을 응원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그들의 삶에 노래를 더한 이 뮤지컬이 궁금한 것이다. 테오뿐만 아니라 고흐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할 테니까.

 

다시 테오의 그 말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장례가 끝났어. 형이 너무 그리워. 무엇을 봐도 형이 떠올라.”

 

테오는 어떤 마음으로 아내 요안나에게 이렇게 말했을까? 그 말 한마디엔 어떤 감정이 묻어났을까? 여태까지 나는 슬픔의 감정만이 묻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뮤지컬을 다 보고 나면 다른 감정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빈센트 반 고흐
- 그림에 인생을 건 한 남자의 이야기 -


일자 : 2019.12.07 ~ 2020.03.01

시간

화, 수, 목, 금 8시

토 3시, 7시

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
12.07(토) 3시 공연 없음
12.25(수) 2시, 6시 공연
01.01(수) 2시, 6시 공연
01.24(금) 2시, 6시 공연
01.25(토) 2시, 6시 공연
01.26(일) 2시, 6시 공연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1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4,000원

 
주최/기획
에이치제이컬쳐 주식회사

관람연령
만 12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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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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