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가곡에서 뮤지컬까지 '겨울나그네'의 변천사

글 입력 2024.01.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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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포스터 (제공-에이콤).jpg

 

 

'겨울나그네'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제목이다. '겨울나그네'를 아냐고 물었을 때 어디선가 들어봤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꿰어 맞추다 보면 조금씩 다른 지점을 발견하곤 한다.

 

그 이유는 '겨울나그네'가 슈베르트의 연가곡 제목이기도 하고, 최인호 작가의 소설이기도 한 데다가, 그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겨울나그네'는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작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0년대 들어서는 2005년에 뮤지컬 재연이 한 차례 있었을 뿐 좀처럼 새롭게 언급될 일이 없었다.


2023년, 오랫동안 추억의 작품으로만 여겨지던 '겨울나그네'가 최인호 작가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뮤지컬로 돌아왔다. 1997년, 2005년에 이어 삼연이다. 뮤지컬 삼연이 있기까지, '겨울나그네'는 어떤 모습을 거쳐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왔을까. 그 발자취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슈베르트의 역작, 연가곡 <겨울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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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겨울나그네>의 원작은 최인호의 소설 『겨울나그네』이고, 그 소설의 뿌리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에서 찾을 수 있다.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의 연작시에 영감을 받고 여기에 음악을 더해 <겨울나그네>를 완성했다.

 

총 24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은 뚜렷한 줄거리가 있기보다 실연을 겪은 청년의 독백과 쓸쓸한 정서가 주를 이룬다. 해마다 겨울이면 많은 사랑을 받는 <겨울나그네>. 그 차분하게 흐르는 선율을 듣고 있으면 황량한 겨울 풍경 속을 정처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의 뒷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한 청년이 연인의 집 앞에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쓰고 나온다는 내용의 곡 '안녕히 주무세요(Gute Nacht)'로 시작해, 끊임없이 방황하는 청년을 묘사하는 내용의 곡들이 이어진다. 청년은 희망을 찾았다가도 다시 좌절하기를 반복한다. 젊음은 많은 작품에서 열정과 희망을 상징하지만, <겨울나그네> 속 청년에게 젊음이란 고단한 인생을 마무리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마지막까지 그는 끝내 어딘가에 도착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청춘들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그리다, 소설 『겨울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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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 『고래 사냥』, 『바보들의 행진』 등 읽어본 적은 없어도 제목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작품들은 모두 최인호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1970~80년대 히트작을 여럿 낸 그는 『겨울나그네』를 쓰기 전부터 이미 당대 최고의 대중소설 작가였다.

 

도시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주로 쓰던 그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속 방황하는 청년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1980년대 한국을 살아가는 청춘, '민우, '다혜', '현태'를 탄생시켰다. 당시는 많은 인기 작가가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던 때로, 『겨울나그네』 역시 신문연재소설로 처음 공개되었다. 그때 소제목을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의 수록곡 제목에서 따 오기도 했다 하니, 두 작품은 꽤 깊은 연관이 있다.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은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는 소재다. 『겨울나그네』 역시 같은 대학에 다니던 민우, 다혜, 현태 세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겪으며 운명이 갈리는 이야기로, 크게 화제를 모았다. 독자들은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 등 극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이 소설을 지금의 웹소설 독자들처럼 매 주 마음을 졸이며 읽었을 것이다. 『겨울나그네』는 신문 연재를 마치고 책으로 출간되어서도 100쇄 이상 중쇄되며 최인호 작가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80년대의 추억, 영화 <겨울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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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웹소설의 영화화, 드라마화가 일반적인 지금처럼, 이 당시에도 인기를 얻은 소설이 영상화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겨울나그네』도 연재가 종료되고 단행본이 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특히 1986년 개봉한 영화의 경우 소설만큼이나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 속 중요한 장면마다 흘러나오던 슈베르트의 '보리수'와 함께 안성기와 이미숙, 강석우와 같이 지금 세대에게도 익숙한 세 배우의 열연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꽤 많은 사람이 '겨울나그네' 하면 이 영화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다.


영화는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 1986년 4월 28일자 「벗기기 전쟁 탈피 노력」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논단에는 영화 <겨울나그네>가 선정적인 면만 부각하던 기존의 멜로물과 달리 신선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라는 평이 실려 있다. 그러한 평에 걸맞게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던 곽지균 감독은 제 25회 대종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니 역할로 파격적인 매력을 보여준 배우 이혜영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공연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뮤지컬 <겨울나그네>


 

[겨울나그네] 공연사진1 (제공-에이콤).jpg

 

 

80년대를 주름잡았던 <겨울나그네>는 약 10년이 지난 1997년, 뮤지컬로도 제작된다. 아직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지금만큼 많이 알려지기 전인 데다가 한국 창작 뮤지컬이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기, 1995년 대형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로 성공을 거둔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당시는 회사가 아닌 극단이었던 에이콤과 <명성황후>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박칼린, 연출 윤호진이 참여한 가운데 김형석 작곡가의 곡이 더해진다.


초연이 30년 가까이 되었기에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옛 뉴스 방송과 신문기사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서창우와 윤손하가 각각 민우, 다혜 역을 맡았으며 작품은 제3회 한국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을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던 시기에 <겨울나그네>의 성공적인 초연은 창작 뮤지컬을 꿈꾸는 여러 제작자가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이후 2005년 한 차례 재연을 한 <겨울나그네>는 2023년 삼연으로 돌아왔다. 초연으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만큼 <겨울나그네>만의 애수는 간직하되 대사와 넘버를 시대에 맞게 다듬었다. 이 작품에 추억을 가진 기성세대에게는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 이야기가 새로운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공연은 한전아트센터에서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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