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1990년대 서울, 지하철에 올라 타다 - "지하철 1호선" [공연]

글 입력 2019.11.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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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생활은 늘 고달프다…”

 

-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

JTBC 뉴스룸 인터뷰 中

 

 

1994년 초연부터 2008년까지 4000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고 작년 2018년, 10년 만에 돌아온 전설적인 공연 <지하철 1호선>이 올해 겨울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다.

 

<지하철 1호선>은 한국 공연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대단히 사랑을 받았던 공연이다. 독일 그립스(GRIPS) 극단 폴커 루드비히의 을 번안하여 한국적인 정서로 녹아낸 작품으로, 서울의 지하철 1호선이라는 공간 안에 1998년 암울했던 IMF 시절 한국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1998년 11월 서울, 연변에서 만난 '제비'를 찾기 위해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선녀'. 하지만 청량리행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서울 사람들은 냉담하고, 서울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곰보할매'의 포장마차에서 '빨강바지'를 만난 '선녀'는 그녀가 '제비'와 함께 연변에 왔던 그의 이모였음을 떠올리고 '제비'의 행방을 묻지만, 그의 실체를 알고 절망한다. 청량리 588의 늙은 창녀 '걸레'는 실의에 빠진 '선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안경'을 찾아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 얼마 후 급정거한 열차 안으로 누군가의 사고 소식이 들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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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이 ‘지하철 1호선’이 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 1호선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지 않다. 시설 자체가 오래되어 낡기도 많이 낡았으며, 여름이 되면 ‘냄새가 난다’는 말도 듣는다. 인천부터 소요산까지 긴 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의 냄새가 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듯도 싶다.

 
나 또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1호선이기에 자주 이용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1호선에 대해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정차하는 횟수도 많으며, 여름에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또 사이비 종교 신자나 가만히 서서 종일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이상한 사람도 간혹 보인다. 특히, 청량리부터 동묘앞까지는 승객 대부분이 나이가 지극한 분들이어서 자리에 앉아서 가기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많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위와 같은 1호선에 대한 인식과 <지하철 1호선>에서 그려지는 1호선의 모습은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에는 대학생부터 노숙자까지 다양한 인간상들이 그려진다고 한다. 지금의 1호선도 그렇다. 앞서 말했다시피 종교를 전파하는 신도도 있고, 카트를 끌고 다니며 잡화를 파는 잡상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작품의 배경인 1990년대에는 청량리에 대규모 집창촌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성매매 특별법이 발효되며 점점 사라져갔고 지금은 재개발 지역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한 규모의, 소위 ‘청량리 588’이라고 불리는 집창촌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지하철 1호선>에서는 집창촌에서 종사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하나는 고령화의 진행 정도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 1호선 승객들은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제기동, 신설동 역을 지날 때에는 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러한 지금의 풍경과 <지하철 1호선> 속 풍경을 비교하며 보면, 근 20년이 흐르며 변화한 사회상이 좀 더 크게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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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창작 배경이 되었던 1990년대 시절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지하철 1호선>이 여전히 그 시절의 서울의 모습만을 담고 있을 것일지, 아니면 2018년인 지금 변화된 사회상을 조금이라도 반영했을 것일지, 과거 공연을 본 적이 있는 관객이든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든 이 점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나 극단 ‘학전’의 대표 김민기는 <지하철 1호선>은 처음 시작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그의 인터뷰에서 밝혔다.(위 영상의 약 7분 30초 경이다)

 

그는 이 작품을 ‘그 시절의 기록물’이라고 칭한다. <지하철 1호선>은 고정적인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2018년에 작품이 돌아왔을 때 지금 시대의 반영을 기대하기도 하였지만, 김민기는 단호하게 바꿀 의사가 없음을 전하였다.


*

 

노래 ‘아침 이슬’의 원곡자이기도 한 김민기, 그는 항상 서민들의 생활에 귀 기울여 온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는 90년대 서울과 지금의 서울에 큰 차이점이 없다. 도시가 좀 더 도시다워지고 세련되어졌을 뿐, 힘든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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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TV '지식발전소 도시의 품격' 中

 

 

극장 학전 블루도 극단 학전과 오랜 세월 함께해 온 공간이다. 뮤지컬을 공연하기 전, 이곳은 대중음악의 유행으로 음악계의 중심에서 밀려난 아날로그 뮤지션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자들, 오랜 시간 한 공연을 지켜온 극단, 그들과 함께했던 관객들, 그 모든 냄새를 이 소극장이 아직 머금고 있기를 기대해본다.






지하철 1호선
-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 -


일자 : 2019.10.29 ~ 2020.01.04

시간

화~금 19시 30분

토 14시, 18시 30분

일 15시

 

*

월 공연없음

12/25 (수) 14시, 18시 30분


장소 :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기획/제작
학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 15분)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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