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몰아쉬는 숨으로 가득 찬 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먼 길을 걷는다 : 지하철 1호선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글 입력 2019.11.2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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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삶과 주변인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일들을 듣는 것은 내가 격변의 흐름 속에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테레사 수녀와 다이애나 비가 세상을 떠났고, 복제 양 돌리가 탄생했다. 윤리와 과학의 논란이 제기되었고, 세일러문 붐이 일었다. 삐삐는 가입자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통신 수단이었다. 박세리 박찬호는 우리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고, 타이타닉이 개봉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IMF 경제 위기가 있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기업들은 부도를 면치 못했고, 뉴스에서는 한국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고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4년에 처음 개통된, 대한민국 최초의 광역 철도이다. 숫자 1이 의미하는 것은 생각보다 크다. 첫 번째로 서울을 흐르게 된 이 기다란 길은 서울의 끝과 끝을 잇고,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다. 1호선은 200.6km의 길이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지하철을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호선마다 열차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것을 느낄 것이다. 1호선은 다른 열차에 비해 내부 크기가 작다. 마주 보는 의자 사이의 거리가 좁다 보니 좀 더 밀착되어 앉아 있는 느낌도 든다. 그에 비해 사람은 다른 호선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다시,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달려가는 사람들이 지친 얼굴로 덜컹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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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998년 11월 서울, 연변에서 만난 '제비'를 찾기 위해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선녀'. 하지만 청량리행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서울 사람들은 냉담하고, 서울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곰보할매'의 포장마차에서 '빨강바지'를 만난 '선녀'는 그녀가 '제비'와 함께 연변에 왔던 그의 이모였음을 떠올리고 '제비'의 행방을 묻지만, 그의 실체를 알고 절망한다.
 
청량리 588의 늙은 창녀 '걸레'는 실의에 빠진 '선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안경'을 찾아 지하철에서 내린다.
 
그리고 얼마 후 급정거한 열차 안으로 누군가의 사고 소식이 들려오는데...

 

 

1호선은 청량리역에 정차한다. 청량리 588은 글자 그대로 청량리 588번지를 뜻한다. 사창가를 이르는 속칭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창문을 달고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밤이 되면 빨간 불빛들을 켜고 영업이 시작된다. 2016년 재개발 사업 개시와 함께 철거가 시작되었으며, 그에 따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운동도 불었다. ‘선녀’가 찾는 ‘제비’도, 그의 이모인 ‘빨강바지’도 모두 1호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렸을까.

 

유튜버 ‘소련여자’가 1호선을 묘사한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1호선은 핵전쟁 이후 종말의 세계를 보는 것 같다. 오후 10시가 되면 문이 열리는 사람마다 좀비가 들어오고 모든 사람이 싸우고 있다. 종말 열차를 보는 것 같다.” 몰아쉬는 숨으로 가득 찬 열차는 가쁜 듯 헐떡거리지만 서로가 만들어낸 따뜻한 공기와 함께 쉬지 않고 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긴 이 길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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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GRIPS) 극단 폴커 루드비히의 이 원작으로, 학전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민기가 한국정서에 맞게 새로 번안/각색하였다. 연변처녀 선녀의 눈을 통해 노숙자, 실직가장, 가출소녀, 잡상인 등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려내며 20세기 말, IMF 시절 한국사회의 모습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1994년 초연 이후 지난 2018년 공연을 포함, 71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났다.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를 쓰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1994년 5월 14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08년 잠시 운행을 중단하기까지 4,000회를 공연했으며,독일, 중국, 일본, 홍콩 등의 해외 공연 및 지방 공연을 통해 71만 명이 넘는 관객들과 만났다. 초연 이후 작년 공연까지 <지하철 1호선>을 거쳐간 배우, 연주자만 267명에 이르며,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배해선, 방은진, 나윤선, 이미옥, 김희원, 이정은, 김원해 등 현재까지도 왕성히 활동중인 수 많은 명품 배우들이 <지하철 1호선>을 거쳐갔다.

 

<지하철 1호선>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고단하고 애달픈 삶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삶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다. 김민기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을 통해 1990년대 서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입체적인 캐릭터, 몰입감 높은 스토리를 더해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지하철 1호선>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서울의 모습을 밀도 있게 무대 위로 옮겨 낸 ‘1998년, 서울의 풍속화’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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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학전


 

1991년 3월,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면서 출발한 학전은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한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극단 학전, 학전블루 소극장과 학전그린 소극장, 도서출판 학전을 통해 뮤지컬, 연극, 콘서트,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의 기획·제작과 음반 및 대본 발간 사업, 문예강좌 기획 등을 활발히 펼쳐온 학전은 뮤지컬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한국 공연문화의 튼실한 못자리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극단 학전은 1994년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뮤지컬 작업을 시작했다. 록뮤지컬 <모스키토>, 뮤지컬<의형제>, 록오페라 <개똥이> 등 우리 정서와 노랫말이 살아 숨쉬는 한국적 뮤지컬뿐만 아니라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굿모닝 학교>, <도도>, <그림자 소동> 등 우리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공연횟수 4000회를 넘긴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공연계의 대표작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2011년에는 ‘박물관으로 간 지하철1호선전(서울역사박물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학전은 앞으로 이러한 뮤지컬 작업들과 함께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탄탄한 스탭진과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어린이, 청소년극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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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 -


일자 : 2019.10.29 ~ 2020.01.04

시간

화~금 19시 30분

토 14시, 18시 30분

일 15시

 

*

월 공연없음

12/25 (수) 14시, 18시 30분


장소 :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기획/제작
학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 15분)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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