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페에 가는 이유 [공간]

글 입력 2023.11.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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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금요일이다.

 

외근을 나갔다 퇴근하는 길, 마침 친한 친구도 근처에서 외근 후 퇴근했다고 하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를 훌쩍 넘었다. 다음날이 주말인 금요일 저녁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 쉽게 헤어질 수 없었다. 아쉽게도 서로는 운전해서 귀가해야 했기 때문에, 음주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시내 대부분의 카페가 밤 10시면 영업을 종료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울 근교의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를 찾았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카페를 찾을까 싶으면서도, 도착해 보니 카페는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휴일을 앞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유로운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나는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로 했다)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카페 안에는 이미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글을 쓰려다 보니 말은 이렇게 했으면서도,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이다. 대한민국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밤새워 놀아도 안전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대부분 술집 또는 일부 식당들이 즐비한 번화가의 이야기이다. 늦은 시간 누군가를 만나 함께할 곳이 필요한데, 식사나 음주를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는 마땅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늦은 시간 카페에 올 때가 종종 있고,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온 것처럼 보인다.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카페는 기본적으로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다. 버스를 타고 편도 약 1시간가량 통학을 하였던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 가기 위해 집에서 나오면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온장고에 들어있던 캔 커피를 항상 사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며 매일 마시던 그 캔 커피는 질리지도 않았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출근만 하면 카운터 앞에 있는 커피머신의 믹스커피를 뽑아 마셨다. 퇴근길에도 믹스커피를 뽑아 손에 쥐고서 가게를 나섰다. 군 복무 시절에도 하루 일과를 행정반에 있는 믹스커피와 함께 시작하였다. 어째서인지 믹스커피는 그 스틱 봉투로 저어 먹어야 가장 맛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는 지금도 하루에 몇 잔씩 탕비실에 있는 커피를 마신다.


이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커피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카페에 오지는 않는다. 카페가 주는 가장 큰 서비스는 커피뿐만이 아닌, 장소 제공의 역할이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거나 시간을 보내야 할 장소가 필요할 때,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데 기분 전환 겸 새로운 곳에서 하고 싶을 때 우리는 카페에 가게 된다.


나에게는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대학생 시절,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에서도 차트인 등의 성과를 내지 않은 해외 아티스트의 음악 중 해당 음악 스타일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면 히트할 수 있을 이유를 가진 곡’을 찾아가는 것이 과제였던 적이 있다. 기간은 딱 일주일이었고, 당시 정말 처음 들어보는 곡들을 무수히 많이 들었음에도 찾지 못하였다.


과제 제출 하루 전, 마지막으로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카페에 갔다. 이어폰을 끼고 또다시 수많은 음악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곡을 찾지는 못하였다. 잠시 휴식을 갖기 위해 이어폰을 벗자, 내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음악이 들렸다. 진지하지도, 익살스럽지도 않은 모던한 록 기반 편곡에, 지루할 틈이 없이 짧지만 다채로운 곡 구성, 적절한 바이럴 요소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깔끔한 편곡까지.


무엇보다 최신 유행 스타일을 따라가는 듯하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사운드였다. 나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음원 검색을 하였다. 그 뒤로 나는 종종 카페에 음악을 감상하러 가곤 한다. 보통 최신 가요 또는 보사노바 등의 재즈 음악이 대부분이고, 무엇보다 카페라는 장소가 음악 감상을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볼륨으로 희미하게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내 취향의 새로운 음악을 찾을 때면 새로운 보람을 느끼곤 한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밤 11시였던 시간은 어느덧 다음 날 새벽 1시가 되었다. 모처럼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다행히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 막히지 않는다. 도로가 뚫려있는 서울의 밤을 달리는 것 또한 늦은 밤 카페를 찾는 이유이다.

 

짧게나마 드라이브하는 분위기를 만끽하며, 당시 카페에서 듣게 된 음악을 오랜만에 다시 들어볼 예정이다.

 

 

CODY JON 'Becky's Plan'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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