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법, 단순하지만 충실한 삶을 위한 - 해법 철학 [도서]

잔소리는 싫지만 쓴소리가 필요한 어른을 위한 인생 지침서, 이론을 실제 삶에 적용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철학 매뉴얼
글 입력 2024.03.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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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철학 서적을 읽는 행위가 공부라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웠다.

 

좋은 쪽보다는 싫은 이유가 훨씬 많았던, 인생사에 불만이 가득했던 학창 시절에 그래도 꽤 좋아하던 과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과 성적의 압박 앞에서는 배움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내게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만 하는 과제가 되곤 했던 ‘철학’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누가 강제로 시켜서 읽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재미보다는 교양을 위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내용을 이해해가며 읽어내는 과정이 결코 공부가 아닐 수가 없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게 철학은 내게 항상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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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철학>을 읽게 된 이유 역시 이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요즘의 내가 배움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꽤 오래간만의 철학 공부였던 것이다. 책의 주제마저 우리 실제 삶의 문제에 철학을 적용하고자 하는, ‘철학 사용자를 위한 인생 매뉴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장을 넘길 때까지도 이 공부가 실용적 차원으로 확장되리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다.

 

이는 물론 평소의 내가 실천력이 매우 약한 전형적인 햄릿형 인간이라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고민의 크기와 성찰의 빈도에 비해 이론적 학습을 실제 행동에 옮기는 일은 극히 드물며, 이러한 성격과 태도는 스스로 꼽는 최악의 단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백하기 더 부끄러운 또 다른 이유는 ‘오만함’ 때문이다.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나는 특히나 더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특히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정말 못 견뎌 하는 편이다.

 

일례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자기 계발서를 찾아 읽는 법이 결코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것들에 가깝기에 시간을 내어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쓴소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지함 때문이 아닌 오만함 때문이 된다. 실은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이 훨씬 문제가 될 수 있다. 

 

견디기 힘든 잔소리를 듣기 전에 스스로 행동했으면 해결될 문제이자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귀찮은 사소한 습관들은 그만큼 그 중요성이 쉽게 무시되지만, 실은 단순한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자리 잡는 과정은 꽤 번거롭다. 때로는 설교나 비교를 통한 자극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와의 비교보다는 2000년 전의 철학자 역시 지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이 더 큰 위로와 공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잔소리를 싫어하지만 쓴소리가 필요한 어른들, 이론과 공부를 행동과 실천으로 확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단순하면서도 진수가 담긴 스토아철학의 12가지 지혜를 권해본다. 

 

 

 

단순하지만 충실하게



스토아철학의 기본 이념을 요약하자면, 모든 것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거다. 중요한 건 사건이나 상황 등의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나 견해 등의 내적인 것들이다.

 

결국 우리가 바꿔야 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일뿐이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즉 ‘나’를 바꾸자는 스토아철학의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삶의 지침이 된다.

 

읽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서도 이 내용들이 나의 일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던 과거가 부끄러울 정도로, 모든 이야기가 정말 나의 이야기였다.

 

나의 삶은 얼마나 많이 각색되어 왔던가? 의미란 결국 주어진 것이 아닌 내 스스로 붙인 것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실감됐다. 내가 주인공인 이 삶 속에서 나의 희극과 비극은 쉽게 과장되어왔고,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던 나는 시간이 지나고서 내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분노에 이유를 더해 주변에 필요 이상의 분풀이를 했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스스로 불안한 날에는 미리 운세를 확인하고는 시작도 전에 실망하고 그에 대한 변명을 마련했다. 실은 내가 생각했던 내 삶의 비극과 모든 비운은 대부분 내 의지에 따라 실제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충실하게 살라고 가르친다. 그 어떤 감각이나 견해가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하고,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는 우선 가진 것에서 최대한 행복을 느끼도록 권한다.

 

무엇보다 가장 와닿았던 건 ‘현재’에 충실하라는 지침이었다. 과거는 후회를 낳고 미래는 불안을 만들지만, ‘지금 이 순간은 비록 붙들기는 힘들지만 현존하는 유일한 것’이기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현재일 뿐이다.

 

 

우리가 받은 삶은 짧지 않지만, 우리가 짧게 만들어버립니다. 또한 우리가 받은 삶은 부족하지 않지만, 우리는 삶을 낭비합니다. - 세네카

 

(242p)

 

 

흔들리지 않는 청춘은 없다지만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무기력해지고 무뎌지는 나는, 흘러가버리는 지금 이 순간을 과거에 갇힌 동시에 미래에 매몰되어 살아가곤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지금 이 시기를 이렇게 낭비하며 살아가는 중인 내게 스토아철학은 시기적절한 채찍질이 되었다.

 

 

 

그럼에도 인생은 ‘아모르파티’



삶의 대부분의 비극이 실은 내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그 자체로 고통인 것은 분명 존재하며 스토아철학 역시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버텨내기 버거운 고난과 역경일지라도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이를 이겨내려 노력해야만 한다. 스토아철학에서는 이를 단순히 버텨내는 이상으로 즐기라는, 어쩌면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우리에게 내준다.

 

 

하지만 아플 수밖에 없다면 내가 지나치거나 나약한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은 역경이 아니라, 그것을 견뎌낼 용기이지요. - 세네카

 

(303p)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마주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처음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만 같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만큼의 고통은 아니게 된다. 또한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어떤 역경은 훗날의 성취의 지대한 양분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역경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 생각하지 않으며, 나아가 이 고난이 내 안의 위대함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라는 게 스토아철학의 지론이다.

 

<해법 철학>의 끝 마무리쯤에 저자는 스토아철학이 요구가 많은 이상주의라고 설명한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여러모로 까다롭다. 이들이 제시하는 현자는 노력한다 한들 대부분의 우리는 달성하기 어려운 경지에 놓여있다. 

 

하지만 스토아철학은 현자 그 자체보다는 이에 다가가는 과정 자체를 긍정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이들의 현자는 실은 이상향에 불과하지만, 현자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은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말뿐이 아니라 역경마저 진심으로 즐기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게 보이는 이 실천 강령을 일상에서 조금씩 따르다 보면, 인간의 위대함은 ‘아모르 파티’라는 니체의 말처럼 언젠가는 나의 운명을 즐길 수 있는 현자에 길에 가까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고난과 역경이 많을수록 성공은 더 빛나게 되는 법이 아닌가.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내 공식은 아모르 파티이다.

자기 앞에 놓인 것도 뒤에 놓인 것도 영원히 아무 것도 달라지기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필연적인 것을 견뎌내야 할 뿐 아니라 사랑해야 하며, 무슨 이유로든 숨겨서는 안 된다.

모든 이상주의는 필연성 앞에서 거짓말일 뿐이다. - 니체

 

(300p)

 

 

 

김소형.jpeg

 

 

[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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