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들이 감내한 상처 이야기 "치유미술관"

글 입력 2019.11.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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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치유 미술관(?) 왜 치유 미술관인 걸까? 미술에 관해 잘 모르는 내가 읽어도 괜찮은 책일까하고, 펼치게 되었다. 첫 장부터 뭉크를 내담자로 삼아, 대화 형식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명화에 대해 흥미진진하고 더욱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화가들이 감내해야 했던 아픔과 내면적 갈등, 또 마음의 병을 어떻게 명화로 시켰는지, 또 그들이 고통을 이기면서 명화를 그려내는 과정까지 수많은 과정들이 담겨 있다.

 

363쪽, 15명의 화가의 삶을 둘러보니, 고독하고, 안타깝고, 참혹하고, 가난하고, 아픔이 많은 것 같아 짠했다. 겪지 않아도 될 상처들을 너무 많이 받아,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것 같았다. 예술이라는 직업이 유독, 마음 속 아픔이 많은 사람들인 듯 하다.

 

나는 작가의 삶을 꿈꿔온 문학도였지만, 주위에 문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의 내면을 둘러 보면 안 아픈 친구들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참혹한 경험들을 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한다.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줄 존재가 없는 것은 물론, 그 고통을 겪지 않고는 공감해줄 수 없는 이가 없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을 글로 나마, 자신에게 위안 삼았던 도구로 쓰여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 것이다.

 

나는 항상 웃고 다녀서, 겉으로는 상처가 전혀 없고 밝게만 자라온 아이 같아 보인다는 이야길 많이 듣곤 했다. 그러나 내면 깊숙이 박혀있는 상처들이 너무 많았다. 어릴 적 부터 몰래 흘린 눈물이 참 많았고, 그것을 이야기 할 존재들이 없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였어도, 나의 이 상처를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절대 공감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아픔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줄 거라는 뻔한 위로의 말들. 그런 이야기들이 나는 위안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마냥 글로만 나의 이 감정들을 해소하기 급급했던 것 같다. 아마 화가들도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조금이나마 헤아려 본다.

 

유명 화가라고는 뭉크, 모네, 고흐, 고갱, 르누아르 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접하면서 화가의 삶에 대해 또 화가의 그림에 대해 더욱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대화 형식이다 보니, 술술 읽혀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화가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때로는 마음 아파하기도 하며,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 미술 화가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는 책이다! 화가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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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치유미술관-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저자 : 김소울


발행일 : 2019. 10. 02


책크기 : 152*210*18㎜(반양장)


쪽수 : 364쪽


가격 : 17,000원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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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01. 뭉크-죽음에 절규하다 태양을 만나다

02. 클로델-사랑의 파도를 넘지 못한 사쿤탈라

03. 로트렉-캉캉 춤에 장애 설움을 날리다

04. 드가-여자 예뻐요 … 그런데 싫어요

05. 마네-아버지와 ‘사랑’을 다투다


06. 모리조-여자는 왜 그림 그리면 안 되죠?

07. 르누아르-행복과 기쁨만 그릴 거야!

08. 모네-인상이 없다고 비판받은 인상주의 창시자

09. 세잔-아버지의 ‘무시’를 이겨내다

10. 젠틸레스키-카이사르의 용기를 품은 여심

 

11. 고갱-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12. 고흐-‘별밤’에 편히 쉬기를…

13. 칼로-그 가혹한 운명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14. 실레-의심과 불안으로 뒤틀리다

15. 고야-난청이 꿈꾸게 한 자유

 


 

 


책 소개 및 인상 깊었던 구절



들어가며 

 

그림의 힘을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이 '스탕달 신드롬'이다.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를 보고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맛봤다. 그는 "아름다움의 절정에 빠져 있다가 천상의 희열을 느끼는 경지에 도달했다. 모든 것이 살아 일어나듯 내 영혼에 말을 건넸다" 라고 일기에 썼다. 그 일화가 계기가 돼 훌륭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뛰고 황홀경 같은 강한 감정에 빠지는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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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 뭉크

 

그림은 제 인생에 있어서 상처의 기록이자 회복의 기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그릴 때마다 아픔을 토해냈고…, 그래서 지금 더 단단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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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클로델

 

얼마 전 말라르메라는 시인의 초대를 받아 예술가들의 사교모임에 갔었는데…, 거기서 저보다 2살 많은 작곡가 클로드 아실 드뷔시 씨를 만났어요. 로댕이 남자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하는 드뷔시 씨의 모습은 정말 멋졌어요. 저는 <왈츠>에서 이 두 사람이 지금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걸 만들었어요. 왈츠 리듬이 울려 퍼지고 두 사람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물 흐르듯 움직이고 있죠.

 

닥터 소울 : 이 여자가 클로델 씨 본인이라면 상대방은 누군가요?

클로델 : 글쎄요…, 로댕일 수도 있고 드뷔시 씨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죽을 것 같은 사랑을 했는데 그 끝은 결국 죽음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을 사랑하고 이렇게 끝나버린 것이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나요. 이 두 사람은 사랑의 끝을 향해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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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

 

신화, 인물화, 풍경화…, 그보다 제일 아래 급으로…, 미술 작품으로 취급도 못 받는 게 포스터예요. 예술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나 같은 난장이도 예술가라고 외치고 싶은 것처럼…. 그 표현에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모습이 반영된 걸까요? (p50)

 

닥터소울 : <침대에서>…, 이 작품 모델들은 누구죠?

로트렉 : 물랭루주에 있는 매춘부 두 명이에요.

닥터소울 : 두 사람은 친구인가요?

로트렉 : 놀라지 마세요. 두 사람은 애인사이랍니다. 사랑을 나누고 이제 막 잠들었죠. 이런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잘 알 수 없는데…, 그런데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이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어요.

매춘부에 동성애자라면 정말 극소수자들인데…, 그림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나지 않아요. 그냥 평범하게 잠자는 두 사람으로 여겨져요.

로트렉 :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그거예요. 이 사람들은 특이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냥 평범하게 받아들여야 마땅한, 그저 내 주변 사람일 뿐이죠. 우리는 어떤 '딱지'를 붙여 그런 사람을 폄하하는 걸 즐겨요. 그런데 그 '딱지'를 붙이지 않으면 모두가 그저 평범할 뿐이에요. (p63-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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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

 

정말 어렸을 때 이야기예요. 30년 전 일이에요.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 생각만 하면 끔찍해요. 지금은 떠올리기도 싫지만 집에 들어왔더니 어머니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남자랑…. 그냥 같이 있었던 게 아니고, 둘이서 적나라하게 육체관계를 가지는 장면을 봤어요. 13살이었어요.어머니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미인이었어요. 아버지는 유명한 은행가여서 부족함이 없었어요. 쉽게 채워지면 다른 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일까요?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만났고, 저와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그 남자는 삼촌이었는걸요. 아버지 동생이요.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겠다고 어머니를 용서했어요. 그렇지만 그 사건 이후 처절하게 망가졌고 집안 전체가 무너졌고…, 저는 여자에 대해 거부감이 생겼어요. 어머니가 불행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어요. (p74-p75)

 

닥터 소울 : 드가 씨, 그럼 하나 여쭤 볼게요. 드가 씨는 여성들의 추악함을 나타내고 싶었으면 그냥 그 모습만 그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드가 씨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안에 존재하는 혐오스러운 면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드가 씨는 어머니 사건으로 인해 여자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졌어요. 어머니라는 존재는 드가 씨에게 아름답고 큰 존재였을 거예요. 이전에도 그렇게 설명했잖아요. 아름다웠다고. 저는 드가 씨가 여전히 여성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에게 느꼈던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이 드가 씨의 가슴에 분명 남아있을 거예요. 상처를 받기 전에 드가 씨가 느꼈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여성이 주는 행복감 말이에요. 여성을 통해 그런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림에서는 여성을 두렵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그리고 있어요. 맞지 않나요?

드가 : 제가 어머니 때문에 잃어버린 삶의 부분들이 분명 있어요. 이 부분을 이렇게라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p80-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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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뫼랑 씨는 아방가르드한 방식을 좋아했고, 파격적인 포즈를 제안하면 거기서 자신이 한 술 더 떠서 더 강렬한 포즈를 보여줬어요. 모리조 씨는 달라요.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서인지 그녀는 기품이 넘치고 그림을 이해하는 능력이 상당해요. 제 그림의 모델이 되어준 세 명의 여자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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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 모리조

 

마네 씨 그림 속에 빅토린 뫼랑 씨가 관객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현대의 올랭피아>는 더 나아가 매음굴의 광경을 그대로 그려냈어요.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살아가는, 그리고 저의 후배가 될 여자화가들이 더 힘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가 꼭 만들어 내고 싶어요. 저희는 남자를 그릴 수 없어요. 남자화가들은 다 그릴 수 있죠. 우린 여자만을 그려야 해요. 그리고 지금 유명한 분들 있죠? 우린 그분들을 그리면 안돼요. 정말 우습지만 남자들은 벗은 여자를 그리는데…, 우린 누드를 그리는 게 금기시 되어 있어요. (p130)

 

닥터소울 : 그럼 여자화가들은 벗은 인물들을 아예 못 그리는 건가요?

모리조 : 정말 가까운 가족 정도는 허용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시선이 좋진 않죠.

닥터 소울 : 제한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요?

모리조 : 우리는 매번 뻔한 것만 그린다고 생각하죠? 바깥 자연풍경도 그릴 수 있는 영역, 색 이런 것들이 정해져 있어요. 그림을 여기저기 선물하는 것도 안돼요. 그냥 취미로 그리라는 거예요. 우린 중요한 것들을 그리지 못해요.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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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 속에서는 모두가 밝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굳이 무겁고 어두울 필요가 없을 듯해요. 현실 삶에 힘든 일과 고통이 너무나 많은데…,지금 활동하는 화가들을 보면,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분들도 많아요. 로트렉 씨라든가 세잔 씨라든가, 모리조 씨 같은 여성 화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 사람들은 인생의 쓴 맛을 그려도 되고, 또 쉬엄쉬엄 그려도 돼요. 문제는 그들도 나만큼 치열하게 그린다는 거겠지만요. (p136)

 

닥터소울 :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현실적 환경이 많이 중요하죠?

르누아르 : 당연하죠. 당장 캔버스랑 물감 살 고민만 안 해도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림이 팔리고 안 팔리고는 나중에 생각하면 되고…, 그래도 그림에는 그런 힘든 이야기 안 담으려고 해요. 제 삶이 전반적으로 우울한 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그림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하고 떠드는 이런 순간들만 해도 가슴 벅차게 즐겁거든요. (p137)

 

제가 그때 모네 씨에게 이렇게 말을 했어요. "나는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또 자네와 같은 훌륭한 동료와 그림을 그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네. 문제는 이 130×170㎝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지…,물감은 참 비싸…, 이런 비싼 재료로 나는 행복한 모습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네." (p141)

 

르누아르 : 저도 고흐 씨에게 동물을 좀 그리라고 충고를 했었어요. 알잖아요. 고흐 씨가 얼마나 가난하게 그림을 그렸었는지…, 워낙 돈이 없으니까 매번 자화상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그려 보게! 그 친구들은 모델비가 들지 않아…," 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닥터 소울 : 그런데 고흐 씨의 그림에서는 동물이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르누아르 : 그때 고흐 씨가 이렇게 대답했거든요.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 거야!"

닥터 소울 : 고흐 씨 다운 대답이네요.

르누아르 : 자, 이제 <잠자는 고양이와 소녀>를 한번 보시죠. 이 그림은 제가 의도한 이야기를 잘 담고 있어요. 따뜻하고 부드럽고…, 해석이 필요 없죠.

닥터 소울 : 분명히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강렬한 보색 대비를 구사했는데, 이 색들이 부드럽게 그림 속에 녹아있어요.

르누아르 : 파랑, 빨강, 이 강렬한 색들이 편안한 대상과 만나서 얼마나 우리에게 힐링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건 색이 아니에요. 어떤 것을 그렸는지, 그리고 색을 얼마나 조화롭게 사용했는지에 달린 거예요. 보세요. 모자부터 옷, 배경, 고양이까지 푸른색이 전체적으로 입혀져 있어요. 그리고 붉은 색도 전체적으로 입혀져 있죠.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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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저는 살아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런데 글레르 아카데미에서는 죽은 그림을 가르치고 있어요. 제가 모델의 살결을 유심히 관찰해서 그렸더니 너무 사실적이라고 지적을 해요. 당연히 사실적이어야 하지 않나요? 가짜를 그려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p157)

 

 

닥터 소울 : 제목이 <샤이의 길>라고 붙어있네요. 누구는 <퐁텐블로의 숲>이라고 부르던데…,

모네 : 네. 나뭇잎 사이사이로 빛이 땅에 쏟아지고 있죠. 하늘에는 잎이 펼쳐져 있어요. 여기 보이는 이 그림자는 무슨 색으로 보이나요?

닥터 소울 : 그림자의 색이라…?

모네 : 그림자도 색이 있어요. 여기 녹색, 붉은 색, 흙색 주변의 색들이 모두 더해져서…. 그림자는 주변의 색을 모두 흡수해요. 그림자는 회색도 아니고 검정색도 아니에요. 우리는 이걸 왜 몰랐을까요?

닥터소울 : 그야…, 실내에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으니 주변의 색들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익숙함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적이에요. (p160)

 

모네 : 우린 모델이 필요 없어요. 바로 여기가 우리의 스튜디오이고, 이 자연의 모든 것이 모델이니까요. 바지유 씨(퐁텐블로 숲)와 르누아르 씨(퐁텐블로 숲에서), 두 사람이 같은 곳을 그렸는데 그림이 완전히 달라요. 각자 포착한 순간, 지점이 다른 거예요. 그림은 우리 눈이 깜빡이는 것과 같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 시간을 담아요. 사진과는 또 달라요. (p161) 

 

닥터 소울 : 카미유 양에게 모델을 제안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모네 : 한 눈에 반했거든요.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는 것은 화가의 본능이자 특권이에요. (p167)

 

모네 : 사실 그 순간 때문에 제가 더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제 아내가 분명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저는 생명이 끊어져 가는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아내의 임종 앞에서 붓질을 마구 해댔죠. 이걸 보세요. <임종을 맞은 카미유>예요. 저에게는 너무도 소중했던 여인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 순간 저 스스로에게 놀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마구 짙어지는 죽음의 색채를 본능적으로 따라가고 있던 저 자신을 발견한 거예요.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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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

 

닥터 소울 : 세잔 씨의 대표작으로 <과일이 있는 정물>을 꼽는 사람들이 많아요. 테이블 위에 사과와 그 밖의 정물들을 그렸던…. 세상의 진리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싶다고 했는데…, <과일이 있는 정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세잔 : 보세요…, 사과는 구예요. 구. 입체적인 동그라미라는 거죠. 그리고 테이블은 사각형…, 직사각형…, 육면체고요. 그릇은 원기둥을 딱 잘라놓은 거예요. 이 세상은요, 정말 간단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p189)

 

닥터 소울 : 세잔 씨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세잔 : 인상주의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있는 그대로 단단하게 묘사해 나가는 밀레 씨 같은 화가들도 있지만, 형태를 조금 부수고 빛을 그리는 인상주의 그림에서는 조금 더 본질적인 것을 느꼈죠. 그리고 형태를 부수니 보이는 것은 오히려 더욱 근원적인 형태들 구, 원통, 그리고 육면체들이었어요.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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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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