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스페인,맑음] #12. Hello, Ms.Americano!

글 입력 2019.07.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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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月의 끝 무렵, 맑지만 사뭇 겨울다운 쌀쌀함



먹고, 쉬고, 놀고.


기본적 욕구에 충실하게 살았던 말라가에도 시험 기간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집에서는 공부를 못 하는 병에 걸린 난 집 근처 카페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적당히 넓은 공간과 편안한 의자,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콘센트의 유무였다. 그러나, 말라가의 개인 카페들 중 콘센트가 있는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스페인어로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메리까노 꼰 이엘로(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할까 카페라떼를 달라고 할까? 단 커피도, 텁텁한 커피도 싫어하는 나는 결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앞사람의 주문이 끝난지도 모르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 Hola, Que tal?


- Hola..!


아직 카페라떼에 미련이 남았는지 머릿속에서는 둘의 대치가 한창이었는데 내가 머뭇거리자 카페 점원이 빙긋 웃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거냐고 물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당황한 마음에 반사적으로 No를 외쳤다가 ‘아, 맞다. 나 아메리카노 마실 건데….?’하는 생각에 즉각 Yes라고 말을 바꾸니 점원 언니가 박장대소한다.


민망한 마음에 머쓱하게 웃자 점원 언니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Soy de Corea! Corea de Sur!(나 한국! 남한에서 왔어!) 나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계산을 한다. 그나저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카페에 오는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찍어 보았다고 했다.


실제로 테라스에 있던 한국인 여행객 세명과 위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 친구 모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으니 일리 있는 생각이었다.


- 네 덕분에 오늘 많이 웃어서 즐거웠어!


주문을 받는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 후로 난 점원 언니와 안부도 주고받고 종종 서비스로 시럽 추가도 받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옛날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허물 없이, 그것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과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 후로 나는 시험기간 내내 카페 한구석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공부하는 단골손님이 되었고, 점원 언니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이 간단한 한국어도 조금 알려주었다. 만약, 말라가의 대형 커피점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시원한 미소가 매력적인 직원을 만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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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던 나
     

 

그러나, 시험기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학기의 끝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멀지 않음을 뜻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카페에 들러 아쉬운 작별 인사를 전했다. 네가 말라가에 돌아올 때, 머물 곳은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과 본인의 검은 고양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얘기해준 언니 덕에 마지막이 그리 슬프진 않았다.


그동안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참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교환학생 생활이 끝나갈 무렵 만난 언니 덕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온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시킬 때면 언니의 따뜻하고도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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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작별인사 中
너를 알게 된 건 좀 늦었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 아름다웠어!
Mrs.아이스 아메리카노



+)

한국인은 정말 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실까?


언니의 질문을 계기로 나도 그 이유가 참 궁금해졌다. 유럽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아닌 이상 아메리카노를 잘 팔지 않는다. 대게, 카페 라떼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고 아메리카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작은 동네 카페테리아에서는 커피를 시키며 얼음을 같이 달라고 주문하면 다시 한번 물어볼 정도로 커피를 차갑게 마시는 것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아직도 명확하게 납득이 가는 이유는 없어서 계속 답을 찾아보는 중이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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