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은 사람들과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 - 하림 '아프리카 오버랜드'

90분 동안 나는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글 입력 2019.05.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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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발전 정도가 가장 느리고, 언론 노출이 덜 된 곳이며, 우리와도 무척 거리가 먼 곳이기 때문에 내겐 더욱 궁금한 곳으로 존재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몰이해로 점철된 나로서는 언어 사용에 있어서라도 아프리카를 한 나라로 지칭하지 말 것, 아프리카에도 수많은 나라와 인종과 계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것 정도를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상적 측면 말고, 아프리카는 정말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하림의 '아프리카 오버랜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혹은 자신들의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꾸민 공연이다. 오버랜드란 육로를 통한 여행을 뜻한다. 커다란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며 이야기와 음악이 펼쳐지는 것이다.

공연은 대학로에 있는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됐다. 홍익대라길래 아무 생각 없이 홍대에 가려다가 마지막 순간에 체크한 게 정말 다행이었다.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마로니에 공원 쪽으로 쭉 걷다 보면 나온다. 다소 신문사처럼 생긴 건물이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소극장이 나온다. 공연이 많지 않아서인지 관객의 혹은 제작진의 활발함은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공연은 지정석 없이 진행되었다. 자유롭게 아무 자리에나 앉을 수 있었다. 나는 무대 기준 왼쪽, 좌석 기준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한 눈에 모든 세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소극장이다보니 무대와 무척 가까웠다. 이상하게 사람들도 서로 친해보였다. 지하의 어두운 방이지만 왠지 피크닉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음, 아티스트들이 공연장에 들어왔다-는 말이 낫겠다. 하림을 필두로 조준호, 양양, 이동준, 마더바이브. 총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옹기종기 작은 공연장 무대를 채웠다. 각자 기타, 퍼커션, 마림바, 콘트라베이스를 맡았다. 물론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한 버스에 올라타서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까지 무대와 객석이 친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이건 1시간 반 여 시간 동안 계속 '우리는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며, '밖에 떠오르는 태양이 보이시죠? 떠있는 별들이 보이시죠?'하며 가상 현실까지 만들어주던 하림과 조준호 덕인 것 같기도 하다.

아티스트들 각자에게는 역할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하림은 가이드였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정리 멘트를 담당했다. 조준호는 1종 보통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버스 운전사였으며, 양양은 간은 잘 못맞추지만 식사를 담당했다. 관객들은 기꺼이 그 넉살에 참여하며 아프리카 여행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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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합니다.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며 목이 긴 기린을 만나고, 아버지의 엄지손가락을 닮은 바오밥 나무가 우리의 트럭을 향해 인사를 하는 듯 합니다. 우리는 곧 한 마을에 도착해 겉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함께 노래하고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아프리카에 착륙해서 버스에 올라탄 뒤, 우리는 세렝게티를 향해 달렸다. 강도 건너고 험준한 지형의 산도 넘고 바오밥나무도 만났다.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이야기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진짜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과, 멋진 아프리카 여행담을 듣고 있는 것 같다는 현실은 서로 교차되며 모호한 시공간을 만들었다.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는 것 뿐이었다.

확실한 팩트 체크는 어려웠지만, 아티스트들은 모두 아프리카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듯했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있어 보였고, 아프리카라는 주제로 더 친해진 사람들도 있어 보였다. 일단 서로가 정말 편하고 즐거워보였다. 정말 백팩커스에서 만나서 음악 하나로 친해진 친구들 같았다. 그래서 공연을 보는 내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공연은 세렝게티에서 멋진 노을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끝이 난다. 이 긴 과정 속에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도, 기린도, 바오밥나무도, 와푼다 페이라는 힘바족 여자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음악과 분위기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주는 조명이 있었다. 해가 뜰 땐 빨간 색으로 타올랐고, 밤하늘을 바라볼 때는 어두운 파란 색으로 물들었다.

이 공연은 기타포아프리카 라는 프로젝트와 함께한다. 이 프로젝트는 하림이 나마비야 여행을 할 때 만난 '와푼다 페이'라는 여자아이에게서 출발한다. 기타를 쥐어주었더니 금세 배워 멋진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던 그 아이에게 기타를 보내주고 싶어서, 그리고 더 많은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공연장 밖에서는 수익금이 전부 프로젝트에 기부되는 기타포아프리카 뱃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다.

살면서 아프리카를 가볼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아프리카에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그 공간에 대한 애정과 로망이 더 커져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는 하림과 양양, 조준호, 이동준, 마더바이브와 함께한 한시간 반 가량의 아프리카 여행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공연 초반에 조준호 아티스트가 '좋아서 하는 밴드'의 보컬 조준호라는 것을 깨닫고 더 좋았다. 좋하밴의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추천곡은 '달을 녹이네')

더 많은 이들이 기타포아프리카의 여정에, 그리고 이 다섯 사람들의 아프리카행 버스에 탑승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셋리스트를 첨부한다. 진짜 아프리카에 가서도 이들의 공연이 생각날 것 같다.


Jambo Africa
르왕와강
남쪽나라 남십자성
기린아저씨
바오밥나무
응고룽고로
개코원숭이
마사이소년
카네이션을 달자
와푼다페이
세렝게티에 비가 오네
흙먼지 바람
해지는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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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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