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을 살아가는 40가지 지혜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그리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이 철학이다.
글 입력 2024.01.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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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던 당시, 복수 전공으로 철학과를 택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했던 건 아니었다. '모름지기 대학생이라면 철학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겠어?'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려나. 첫 수업 시간, 교수님께서 질문을 화두를 던지셨던 기억이 난다.

 

'철학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런저런 뜬구름 잡는 답변들이 나왔던 것 같다. 나 또한 답변했는데 거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교수님의 말씀 하나는 아직까지 또렷하다. 철학은, 세상에 그리고 나 자신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것'.

 

일견 납득한 것 같았는데, 아직도 정확히 그 말을 체화하지 못했다. 그런 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철학이라는 학문은 내 머릿속 한켠에 먼지 쌓인 채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리고 지금, 다시금 철학이 일상 속으로 방문했다.

 

 

[표1]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jpg

 

 

많은 이들이 철학은 어렵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을 그렇지 않다. 수많은 철학자의 말들을 마치 계시처럼 받아들이기에 어렵다고 느꼈으리라. 내가 느끼는 철학은, 취사선택이 가능한 문제 해결을 위한 참고서와 같다.

 

동양에선 이리 말하고 서양에선 저리 말한다고 그들의 철학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갈등을 이루지는 않는다. 개개인이 삶을 살며 가진 궁금증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사람들을 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음미하면 된다. 마치 뷔페처럼. 그러다가 인생 음식을 만나면 그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더 탐구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심정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일상에서 맞닥트릴 수 있는 순간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와 같은 태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과 그림들은, 기계적인 독서를 잠시 멈추고 전달받은 내용을 곱씹게 하는 장치로서 사용되고 있다.

 

 

 

1장.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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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미학에서는 뜻하지 않게 박살 난 도자기의 파편을 그냥 버리는 것이 금물이다. 조심스럽게 주워서 다시 맞춘 다음 금가루를 듬뿍 섞은 옻을 발라 접합해야 한다. 이때 파손 흔적을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어 붙인 선을 아름답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금가루가 묻은 귀한 선들은 깨어짐 그 자체가 풍부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 깨어진 피조물이다. 수리가 필요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수리한 그릇은 우리 또한 분명한 결함을 지녔더라도, 다시 조립될 수 있고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선불교_긴쓰기 : 깨어짐 속의 희망] 中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인간에게 완벽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면 누군가에게는 질시 어린 시선을 받고, 남에게 나의 것을 나누면 왜 나는 주지 않냐며 따지는 이들에게 시달린다. 모든 이에게 완벽한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면 결코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다. 완전할 수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철학은 발아한다. 각지고 헤졌으며 깨져 조각난 가루가 비산한다. 그것이 불완전한 인간이다.

 

굉장히 재미있는 것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고치는 행위 자체를 '아름답게' 여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선종 미학의 사상이다. 카뮈는 '인생은 원래가 부조리하다. 받아들이고, 절망 속에서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는 '인간은 원래가 불완전하며, 이를 수리해 나아가는 과정이 진정 가치있다'라고 말하는 점이 재미있게 와닿았다고 해야 하려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다. 다만 현시점의 나로서는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 '분명한 결함을 지녔더라도, 다시 조립될 수 있고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다'. 깨어진 부분들을 스리슬쩍 주워들고,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접착제로 이어붙이며 나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2장.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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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높은 곳에서 보면 우리를 괴롭히는 일들은 더 이상 그리 충격적이거나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달 위에서 관조한다면 이혼이 무엇이며 해고가 무엇일까? 45억 년 지구 역사에 비추어 보면 사랑을 거절당한 사람은 어떻게 보일까?

 

인간은 본성상 언제나 지금 여기를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의 합리적 지성은 독특적 대안적 관점을 열어준다.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바뤼흐 스피노자_영원의 관점에서] 中

 

 

2년 전인가,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봤던 적이 있다. 딱히 기분이 울적해져서는 아니고, 어슴푸레한 하늘색을 보면서 '하늘이 이쁘다' 라는 생각을 했더랬나. 계속 쳐다보자 게슈탈트 붕괴가 온 것도 아니고 기분이 굉장히 묘해지기 시작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주라는 개념 속에서 지구라는 행성은 어느 정도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지구에 살아가는, 수십억 명의 인간 중 나라는 사람은?

 

굉장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이는 최근 내 가치관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가 인생이 끝날 것처럼 느껴도 사실 인생은 고작 이런 걸로 끝나지 않는다' 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다. 스피노자는 세상을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영원이라는 관점 속에서, 개인이 지니는 불안 절망 좌절 고통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뭐가 비슷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100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 0.1이었을 수 있다' 정도려나?

 

순간 느끼는 감정은 마모되기 마련이고 다들 알다시피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그걸 깨달으면서도 체화하지 않기에 매번 같은 사이클을 도는 것이 아닐까. 나조차도 매 순간 '이런 걸로 내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실수를 하면 식은땀부터 나는 건 고쳐지지 않고, 누군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손이 떨리는 건 여전하다.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영원의 관점에서 그리고 시간의 관점에서, 이는 사실 그렇게 크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임을.

 

 

 

3장. 관계에서 중심을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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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어디에나 있는 존재를 철학적 대상으로 격상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도교에서 물은 아주 중요한 지혜의 스승이다.

 

물의 특질은 유연함에 있다. 물은 방해물을 만나도 문제없다는 듯 돌아서 흐르고,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윤곽에 우아하게 순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돌을 깎아 낼 만큼 충분히 강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리 모두가 물처럼 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노자는 말한다. 물과 반대로 우리는 불쾌한 것을 맞닥뜨리면 마치 공성 망치처럼 돌진하며 당장 바꾸려 드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는 노자의 본보기를 마음에 새기며 화강암을 서서히 닳게 하는 물줄기처럼 장기적인 야망과 능숙한 인내력은 길러야 하는 것이다.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도교_물의 지혜] 中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것을 느낀다. 누구나 그런 말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나.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내지 '흐르는 물처럼 살아라' 같은 말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과 관계 맺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 인류가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은, 생명을 보존하고자 누군가와 연합을 맺기 시작하면서다.

 

우리는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같지 않다. 백 명을 모아놔도, 천 명을 모아놔도 매한가지다. MBTI 같은 사람 열 명을 모아놔도 거기서 갈등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련일걸?) 심지어 잘 바꿀 수도 없다. 사람은 조각상이 아니기에. 아니, 자아를 가지고 손발을 가진 조각상이다. 멋대로 조각하려다가는 반격당해 상처 입는다. 그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타인에 스며들어, 아주 천천히 정말 천천히 융합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십 년 지기, 불알친구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우리는 누군가를 억지로 또는 급박하게 바꾸려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원하는 상황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다만, 화강암을 서서히 닳게 하는 물줄기처럼. (웃음)

 

 


4장.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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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도는 동양화가들이 수 세기 동안 즐겨 그린 그림으로, 동양 철학의 세 시조인 공자, 부처, 노자가 둘러서서 식초를 맛보고는 제각기 독특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묘사한다.

 

전통과 윗사람에 대한 공경을 중시하는 공자는 식초를 고상한 '조상'의 발효주의 끔찍한 '후손'이라고 본다. 선대가 으레 후대보다 우월하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시각이다. 

 

한편 부처는 식초 맛이 싫어 애석해하며 꺼린다. 부처의 관점에서 세상은 쓰디쓴 눈물의 골짜기이고 최대한 멀리해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

 

마지막 인물인 도가의 창시자 노자는 흡족해한다. 식초의 맛이 딱히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노자는 언제나 모든 존재를 자애로운 호기심으로 맞아들이는 까닭이다.

 

세상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가 한 폭의 그림 속에 담겨있는 셈이다. 그림을 보고서 어느 하나를 택할 의무는 없다. 그저 각 입장의 독특한 지혜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경험하면 그만이다.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공자, 부처, 노자_삼산도] 中

 

 

글의 도입부에서 말한 바 있다. 나에게 철학은, '취사선택이 가능한 참고서와 같다'고. 답은 없다. 진리도 없다. 각자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사람은 올곧지 않고, 단순하지 않기에 복잡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회는 그보다 더 복잡할 따름이다.

 

이러한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 진리는 없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수많은 철학자도 그렇게 말했겠지만, 각자의 가치관은 있다.) 그리고 이 또한 글을 읽는 여러분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의 가짓수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수'와 비례한다 했던가.

 

세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은 세상에 존재하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제목을 잘못 지었으려나. 세상을 살아가는 40가지 지혜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의문점들에 대한, 대략 40가지 정도의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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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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