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Book)과 영상 플랫폼(youtube)의 만남, 북튜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4.2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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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글, 사진의 시대를 넘어 이제 영상이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 중에서도 가히 지배적이다.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하는 유튜버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귀엽고 순수한 ASMR 방송으로 91만 구독자를 모은 ASMR 계의 신흥 강자 띠예는 무려 초등학생이고, 화려한 입담과 다양한 콘텐츠, 손녀와의 케미로 84만 구독자를 모은 박막례 할머니도 있다.이처럼 유튜브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고 있는 영상 플랫폼이다.북튜버패션, 뷰티, 여행, 요리, 일상(Vlog)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유튜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야 중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만한 분야가 있다. 바로 책에 관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책을 주제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이들을 ‘책(Book)’과 ‘유튜브(Youtube)’를 합쳐 ‘북튜버’라고 부른다.북튜버는 전체 유튜브 시장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소소하지만 작게, 점점 그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북튜버 '겨울서점'의 유투브 영상 (썸네일 발췌)‘북튜버’는 라디오처럼 책을 읽어주는 영상을 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정지된 화면에 단순히 책을 읽어주기만 하는 것은 오디오 북이나 팟캐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이 영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생동감과 거기에서 오는 재미이다. 그렇다면 북튜버들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리뷰와 소개(추천)대다수의 북튜버들은 ‘리뷰’와 ‘소개(추천)’을 선택했다. 화장품이나 전자제품 같은 제품 리뷰처럼 책 리뷰를 해주는 것이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은 평균적으로 1년에 8.3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오랜 시간 걸려 읽는 것보단, 조그마한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을 보는 것을 더 즐기는 추세다.그런데 수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책 리뷰나 소개 영상을 보면 3분만에 볼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줄거리 설명은 물론 개인적인 감상과 유의해서 볼 부분까지 찝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책을 완전히 정복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어떤 이들은 거기에서 그치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흥미로움을 담아 그 책을 구입해서 볼지도 모른다. 또 ‘우울할 때 읽으면 좋은 책’, ‘자존감이 떨어질 때 읽는 책’, ‘인간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책’ 등 주제를 나눠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니, 서점에서 인터넷에서 원하는 책을 직접 고르는 것보다 수월하게 책을 고를 수 있다.영상에서 다시 책으로이렇다보니 출판 및 도서 시장에서는 북튜버들을 반길 수밖에 없다. 책을 홍보하는 것은 사실상 글자를 홍보해야 함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홍보가 상당히 어렵다. 생각해보면 TV 광고에서 책 광고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유튜브에서 책 리뷰나 소개 영상이 올라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반가울 일일 것이다. 실제로 한 북튜버가 어떤 책의 리뷰를 올린 후 그 책의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하니, 구독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책 리뷰 영상은 득이 되는 것이다.의외로 다양한 콘텐츠책 리뷰 영상 말고도 책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발굴해내는 북튜버들이 많다. 북튜버‘겨울서점’은 북튜버로선 상당히 많은 구독자인 10만 구독자를 돌파한 북튜버의 대표 주자이다. 겨울서점은 책 리뷰 영상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다양한 굿즈 리뷰 영상을 올리기도 하는데, 꼼꼼한 구성 소개로 굿즈 리뷰 영상의 인기가 높다.또 ‘영화관 옆 책방’이라는 코너로 영화유튜버와 함께 영상을 찍기도 한다. 본인의 독서 루틴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에서 나온 머그잔 받침대, 북다트, 독서대 등을 따라 사는 구독자들도 많다. 책을 자주 읽는 사람들을 물론이고, 책을 자주 읽지 않거나 이제 막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겨울서점’은 ‘크리에이터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구독자를 독자로 설정할 것인지, 비(非)독자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겨울서점’ 본인은 책을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구독자를 ‘독자’로 설정했다고 말했지만, 다양한 콘텐츠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비독자의 마음도 사로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책이 딱딱하고 재미없어서 읽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읽을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볍게 지나가고 가볍게 보고 잊어버리는 것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천천히 문장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고, 무언가를 깨달으며 정리해 나가는 시간은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훈련 과정이다. 영상의 시대에서 우리를 책으로 다시 이끌어주고 또다시 영상으로 연결해주는 북튜버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래본다.[임하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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