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15년 만에 돌아온 노라의 당찬 발걸음 '인형의 집 Part. 2'

(~04.28) '인형의 집 Part. 2', 루카스 네이스 원작 & 김민정 연출 [LG 아트센터]
글 입력 2019.04.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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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형의 집 Part. 2'

원작 루카스 네이스
연출 김민정
2019.04.10(수) - 04.28(일)
LG아트센터


사실주의 희곡의 선구자 헨릭 입센은 당대의 사회 문제를 무대 위에서 선보인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인물을 창조하면서 사회를 재조명했다.


1879년 초연된 <인형의 집>은 이러한 특징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노라’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 토르발트의 곁을 떠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노라 다짐하며 집을 떠난다. 여성이 자아를 찾기 위해 가출을 한다는 설정은 당시 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이다. 발표가 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작품의 마지막은 언제 보아도 신선하며 낯설다.

 

문이란 물건은 공간을 제한하거나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다. <인형의 집>에서 닫혀있던 문은 집안이란 범위에서 활동이 한정되었던 노라의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문을 열고 나갈 때의 문은 새롭게 펼쳐질,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 존재로서 노라를 나타낸다.


문 하나를 통해서 노라라는 인물은 구속되고 제한된 인물에서 자기의 존재를 표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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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이란 과감한 선택을 내린 ‘노라’가 다시 문을 두드린다. 미국의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Lucas Hnath)가 2017년 발표한 작품 <인형의 집 Part 2>를 통해서다. 원작에 ‘Part 2’란 제목이 덧붙여진 작품은 노라가 떠난 뒤 1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집을 떠난 노라는 15년 만에 다시 집에 돌아온다. 돌아온 노라는 유모, 토르발트, 딸과 대면한다. 절대 짧지 않은 15년의 세월 동안, 노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여 여류 작가로 성공한다. 집을 떠나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산 노라다. 그러나 여전히 토르발트와 혼인관계가 유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완전한 이혼’을 위해서 떠났던 집을 다시 찾아온다.

 

15년 전 자신이 힘껏 닫고 떠난 문이 열리면서 막이 시작된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자신의 복귀를 알리는 노라다. 맨 처음 유모 앤 마리를 만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후 남편 토르발트를 만나며 노라의 가출에 대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입장을 말한다. 연극은 ‘노라가 떠난 후 남겨진 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해 조명한다.


그간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노라는 유모, 토르발트, 딸과 순차적으로 대면한다. 노라가 돌아온 이유는 서류상 이혼 때문이었지만, 가족을 다시 만나면서 노라는 자신이 떠난 이유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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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 대립구도를 이루는 유모, 남편, 딸은 과거 노라가 책임져야 했던 사람들이다. 가정을 꾸려나가는 안주인으로 유모의 도움을 받아 살림하고, 남편을 챙기고, 딸을 키워야 하는 아내와 부모 역할을 해야만 했던 노라다.


그러나 15년 전, 노라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며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모든 역할을 버리고 떠났다. 남겨진 이들은 노라의 행동을 알 수 없는 판단이라 생각하지만, 너무 많은 역할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 생각한 노라는 자신의 판단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가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서 개인을 억압시킨다고 믿는 노라다. 이 희곡이 140년 전에 발표된 것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결혼은 여전히 관습적인 사화의 산물이다. 입센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그게 진정으로 가능한 것인지 이야기를 한다.


‘노라’ 또한 입센의 이러한 사고가 투영된 인물로 가출이란 행위를 통해서 개인이 결혼이란 사회 규약을 벗어날 수 있는지 실험한다. 노라가 집을 나선 이후에 대해 원작에는 언급된 바 없지만, 대부분은 노라의 인생이 실패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로 성공해서 돌아온 노라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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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동시대 관객에게 노라는 그동안 얼마나 변했고 얼마나 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남녀라는 존재의 평등함이 적어도 ‘결혼’이란 약속 앞에서는 동등해졌는지에 관한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때 물음은 이따금 ‘침묵’으로 대체된다.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진짜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노라와 토르발트다. 말 대신 침묵이 자리하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억압이라는 결혼이 주는 이면을 첨예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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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문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입센의 <인형의 집>이 던지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집안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각 인물의 입장이 표명되는 포럼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 공간이다.


더욱이 노라의 등장과 퇴장을 알리는 장면은 ‘정말로 시대는 변화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입센이 제기한 결혼과 이에 따른 여성의 억압이라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돌아온 노라의 태도를 마주한다며 위의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입센이 던지는 메시지를 이어 받은 루카스 네이스가 창조한 ‘돌아온 노라’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루카스 네이스 원작, 김민정 연출의 <인형의 집 Part.2>는 오는 4월 28일(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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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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