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애처로웠던 그녀의 삶. 책 '스위밍 레슨'

애처로웠던 그녀의 삶.
글 입력 2019.04.0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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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밍 레슨

클레어 폴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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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콜먼은 서점 2층 창문으로 인도에 서 있는 죽은 아내를 보았다.”


<스위밍 레슨>은 위의 문장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 문장은 나로 하여금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죽은 아내를 보았다? 죽었다고 생각한 여자가 돌아왔다는 것인지, 아내를 잊지 못해 환영을 본 것인지, 그저 닮은 여자를 보고 착각한 것인지. 한 문장만 읽고도 꽤나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게 했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증이 일었다.


책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대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 결혼한 길 콜먼과 잉그리드.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집안에 있는 책들 사이사이에 숨겨둔 후 잉그리드는 사라졌고, 경찰은 그녀가 익사했다고 발표했다. 12년이 지난 후 길은 죽은 아내를 보게 되고, 아내를 쫓아가다 산책로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길의 소식을 듣게 된 두 딸 낸과 플로라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간호하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녀가 남겨두고 간 편지들을 읽으며 점점 잉그리드의 실종 혹은 죽음과 관련되어 베일에 싸여있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려한 문체와 서정적인 분위기,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가며 전개되는 특징이 두드러지는 이 책은 속독이 되지 않는 나조차도 빠르게 책장을 넘길 만큼 술술 읽히게 했다. 특히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후반부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는 부분이 등장하기도 하며 더욱 책에 몰입하게 했다.



*

리뷰 특성상 스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불편함 그리고 불쾌함



책의 초반부, 즉 잉그리드와 길이 대학교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 미묘한 관계가 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둘의 나이가 20살 가까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서로 호감을 표시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않는 상황이었다. 잉그리드를 유혹하고 그녀가 떠날까 편지를 써 붙잡기도 하고 둘의 미래를 그리는 모습은 나에게 불편함만을 남겼고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게 되었고, 이후 길과 잉그리드는 대학교의 명예에 누가 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잘리게 되었다. 잉그리드는 첫째 딸 낸을 낳은 지 3개월 만에 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침대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길의 바람기와 난잡한 생활이 점점 드러나게 될 때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길의 난잡한 성생활과 임신, 아기에 대한 집착이 그려지는 부분에서는 불쾌한 감정이 많이 들어 잠시 책을 덮기도 했다.




# 잉그리드의 삶



길과 잉그리드 사이에서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꼈던 것은 너무 많은 나이 차이와 길의 바람기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그렸던 미래가 망가져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유도 있었다. 책의 초반에 잉그리드와 그의 친구 루이즈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의 의미 없는 삶이라고 치부하는(전업주부로 살림하고 애를 키우는) 엄마들의 삶과 다를 거라는 데는 동의했죠. – 25p


아이, 남편, 집, 남자, 그런 것들은 다 걸림돌이 될 뿐이야.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만든다고. 요즘은 공부가 가장 중요해. 우리 엄마들은 공부를 못 한 게 문제였어. 학위가 없잖아. 그러니 어디에 쓸모가 있겠어 – 26p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삶을 꽤나 강하게 비판하며 그와는 다르게 살 거라고 이야기하던 잉그리드는 그녀가 그렸던 미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었고, 대학교에서는 잘렸으며, 남편이 벌어오는 수입으로만 생활을 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엄마가 되어야 했고, 안타깝게도 유산을 하기도 했다. 의지해야 하는 남편은 6명의 아기에 집착하고, 다른 여자들과 성관계를 하고 다니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둘째 딸 플로라가 엄마가 쓴 쪽지인 척하며 학교를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 애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며 눈물을 쏟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은 그녀가 30살 즈음 겪었던 일들이었다. 더 넓은 세상을 둘러보길 원했던 꿈과 희망이 넘쳤던 20살의 잉그리드가 그렸던 미래와는 전혀 다른 현재를 살아야만 했던 그녀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후반부에서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 플로라가 혼자 생각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엄마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생각과 감정, 선택, 상황에 대한 판단력을 가진 실체가 있는 존재. 플로라는 부모에게 ‘아버지 역할’이 왜 ‘어머니 역할’과 의미가 다른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 328p



이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초반 잉그리드와 같은 20대의 여성으로서 그녀에게 애처로운 감정을 느꼈고, 여성의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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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



잉그리드는 그녀가 겪었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 편지에서는 ‘이제 마지막 수영을 하러 가요.’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마지막 수영이라는 의미는 정말로 자살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야 했고, 의지할 곳을 잃었던 그녀는 새벽마다 바다로 나가 수영을 하며 위로를 받곤 했다. 어떤 날엔 강한 파도에 휩쓸려 죽음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고,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물과 싸워서 이겼다는 것에 웃음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정말 바다에서의 죽음을 택했을까? 위로가 되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함이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기를 희망한다. 버티고 버티던 잉그리드는 계속되는 불행에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어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났으면 하는 작은 나의 바람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그녀만의 삶을 찾아 생활하고 있었으면 한다.



모든 책은 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야. – 41p



대학교에서 강의하던 길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부분에서 등장한 말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독자가 무엇을 느끼고 상상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에 따라 <스위밍 레슨>의 작가가 어떠한 의도, 결말을 그리고 작성했는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상상했던 결말이 책의 결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애처로웠던 그녀의 삶이 조금이나마 더 괜찮을 수 있도록, 희망을 그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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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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