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위스의 4월 끝자락 [여행]

글 입력 2019.03.2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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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4월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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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Brienz, Switzeland 2017


베른 중심가에서 인터라켄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숙소에선 나와 일정이 같은 동행 셋이 구해졌고 인터라켄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둘러볼 계획이라던 동행의 말에, 마을에서 짧은 산책을 즐기려던 비약한 나의 계획을 뒤로한 채 단번에 이끌렸다.


인터라켄은 독일어로 '호수 사이'를 뜻한다. 이름처럼, 인터라켄을 정확히 가운데에 두고 양쪽으로 튠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가 갈매기의 날개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각각 펼쳐져 있다. 우리는 선착장에서 인터라켄의 동쪽 날개 브리엔츠행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곧이어 좁은 아레강 길에서 시작해 호수로 나아갔다. 호숫가 마을은 이미 봄의 장면이 온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지만, 시야를 조금 멀리하니 아직 겨울의 흔적이 가득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우리는 자연이 만든 레이어에 푹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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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산행은 처음이라, 2017


그 긴 감상은 유람선의 남은 손님이었던 백발 할머니 무리의 하선 채비 소리에 흐름이 깨졌다. 곧장 우리도 아무 의식 없이 따라 내렸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도착지인 브리엔츠 선착장이 아니었다. 지도를 확인하니 도착지가지 한 정거장 못 미친 곳이었고, 다음 배는 40여분 이후에나 있는듯했다.

"사람은 넷인데 온전한 정신은 하나도 없네!"라며 실소를 터트리는 것도 잠시, 행동파 동행 S가 '브리엔츠'라 적힌 팻말이 꽂힌 산길을 발견했다. 그리곤 여덟다리가 대신한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산길을 오르는 것으로 감상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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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엔츠 표지판에 드리운 무지개 2017


산 비탈길을 지나 작은 폭포를 만나고 산속 마을을 지나 드넒은 농장 마을과 하천을 가로지르는 사이, 드넓은 땅은 이대로 영영 녹지 않을 것 같은 눈으로 한 층 덮여 있었고, 겨우새 땅속에서 자라난 새싹이 눈길 위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우리는 낯설지만 스며들고 싶은 이 장면을 두 시간가량 온몸으로 담은 끝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의 장면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히 자리 잡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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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착한 브리엔츠역.
그리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2017


여행지에 여행자는 그곳만의 흐름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가벼운 손님일 뿐이다. 반면 여행자에게 여행지는 그 흐름에 추억이라는 레이어를 덧대어 기억 한편으로나마 묵직하게 담을 수 있는 존재다.

그것은 이렇게 여행자의 일상에서 음성으로서, 활자로서 흩뿌려질 것이다.

 


에디터 김선영_네임택.png
 

[김선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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