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여전사의 섬>

글 입력 2019.03.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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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머다하고 들려오는 세상의 소식들은 우리에게 "당신은 이렇게나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라며 일갈한다. 지금의 여성들은 매일같이 이런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받고 몸소 겪어야만 한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 했고, 나중에는 일일이 분노했으며, 이제는 덤덤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겉으로는 이 정도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굴지만 사실은 어디까지 고통에 이입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우리는 분노하며 싸워야 할까, 나 개인이 살 궁리를 먼저 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전사가 될 수 있을까?

고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칭호는 무시무시한 낙인처럼 이용되었다.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불편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아는 여성은 페미니스트로 불렸고 그는 성범죄에 연루된 남성 연예인들보다도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이는 페미니즘을 굉장히 '공격적인' 용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2019년인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공적인 자리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조심스럽다. 이런 걸 보면 남성들은 언젠가는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총칼을 들고 여전사들처럼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여긴다는 생각도 든다.

안타깝지만 페미니스트인 나에게는 총칼은 커녕 이런 화두를 남성이 포함된 그룹 내에서 꺼낼 용기도 없다. 의아한 일이다. 충분히 '공격적으로' 분노해도 될 상황이지만 내가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더라도 안전한 순간은 오직 나를 공감해줄 여성 친구들과 모였을 때 뿐이다. 심지어는 이 글 역시 오픈된 커피숍에서 쓰기에 눈치가 보일 지경이니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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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부조리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지 늘 고민하는 나와 같은 여성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주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여전사의 섬>이라는 제목에서는 마치 <캡틴 마블>의 캡틴 마블이나 <토르3>의 발키리처럼 육체적인 강인함을 지닌 전형적인 여전사들이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임주현 작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여전사'는 단순히 싸우는 전사가 아닌, 개인에 따라 고유한 모습을 갖는다. 작품을 통해 폭력에 희생당하며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이 사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렸을 적 키가 작았던 나는 무서운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커서는 여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된 나는 세상에 여전사가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 속 판타지로 묻었다. 그리고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잊었던 여전사를 다시 떠올렸다. 이 사건은 많은 여성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촉구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그 광경을 보며 여전사는 지금 내 옆에 있고 이 사회에 숨 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여전사를 꿈꿔보기로 했다."



공개된 극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쌍둥이 자매인 지니와 하나는 엄마의 정체가 '아마조네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나가는 내용이라고 한다. 임 작가의 언급을 떠올리면 역시 '아마조네스'가 뜻하는 바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엄마는 진짜 고대 아마조네스의 후예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러 섬으로 떠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현실의 삶을 어떻게 잘 견디고 대처하며 살아나갔는지가 바로 강인함의 증거가 되는 셈이다.

어느 쪽이든 현실 속의 삶을 살면서 끝없이 고민하는 우리들은 이 극을 통해 약간의 위안과 실마리를 얻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해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지니와 하나는 바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고, 그들의 어머니는 결국 우리들의 어머니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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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의 섬> 작가 임주현
 

아직 공연을 감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는 프리뷰이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덧붙여 본 작품은 서울시극단에서 주관하는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작품들 중 하나로, '창작플랫폼-희곡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작가와 그의 작품을 신진연출가와 매칭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면서 만들어지는 공연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재능을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아마존의 섬>을 비롯해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만한 시도가 자주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사의 섬


기간: 2019.3.21.(목)~3.24.(일)

시간: 목, 금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장소: 세종 S 씨어터

작가: 임주현

연출: 송정안

출연진: 한윤춘 김시영 권태건 윤성원
김원정 허진 오재성 김유민 장석환 이상승

멘토: 김광보(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고연옥(작가)

티켓: 지정석 30,000원

연령: 14세 이상(중학생 이상)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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