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키스해링展>정말 모두를 위한 예술이었을까 [전시]

모두를 위한 예술이 아닌 모두에게 열려있는 예술, 키스 해링
글 입력 2019.01.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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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키스 해링'은 예술가임과 동시에 스타였다. 당시에 가장 '핫'한 예술가. 그의 예술은 단순히 대중성을 넘어 유행이었다. 자유롭게 살았고 어찌 보면 방탕하게도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이런 대중성과 스타성 이면에 예술에 대한 아주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그와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방향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글귀가 있었다.

 


나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예술 작품, 주어진 작품에 대해 개인별로 수많은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 어떤 작품도 정해진 의미는 없다. 작품의 현실, 의미, 개념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관객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중개자일 뿐이다.


- 키스 해링



그의 모든 작품들에서 이 가치관이 아주 확고하게 드러난다.


그는 작품을 통해 관객과 연결되는 소통을 가장 중요시 여겼다. 그의 이름이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이 '소통'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했던 지하철 작품들로부터였다. 기존 예술문화의 엘리트주의에선 없었던 가치다. 기존의 예술 문화에도 당연히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은 있었지만, 작품과 관객의 관계는 철저히 일방적이었다. 관객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작품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상당한 노-력을 하며 이해해야 했다. 그들만의 리그, 바로 이 지점이 키스 해링이 회의감을 느꼈던 부분인 듯하다.


예술작품이 아무리 난해하더라도 결국 한 명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 '관객'은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언제나 존재하는 관객이 언제나 무시되는 이상한 아이러니가 그의 회의감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면서, 만화 등 당시의 대중문화를 흡수했던 키스 해링은 1980년대 팝 문화와 비트 세대의 예술로 등장한 그라피티 아트 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예술계의 악동으로 급부상한 해링은 항상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만의 예술', 이를 부수는 첫걸음이 바로 지하철 역의 광고판에 분필로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다.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해 단순한 선으로 그린 ‘빛나는 아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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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지하철에 있던 키스해링 작품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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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의 지하철 작품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흐름이 늘 그렇듯 키스 해링의 예술도 젊은이들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시 중간 즈음에 다큐 영상에서 본 한 공작부인의 인터뷰였다. 그녀는 "저 같은 보수적인 영국 공작부인이라면 그의 그림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겠죠"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예술은 젊은이들의 '주류문화'였다.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그의 예술이 일방적인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소통의 예술'이라는 점이 그의 유명세에 큰 역할을 했을 텐데, 그렇게 유명해진 그의 예술이 또 다른 '주류문화'로 유니크하고 있어 보이는 새로운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니. 내가 굳이 주류문화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공작부인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흐름에 뒤쳐지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의 예술을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기존의 기득권층과 '다르게 열려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어필하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영상 속의 사람들에게 그의 예술은 따라가지 않으면 뒤쳐져 버리는 새로운 주류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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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가기 전에 작성했던 프리뷰에서도 적었듯이, 나에게 키스 해링의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그저 예쁜, 대중성만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그의 작품들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었다. 그래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모든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그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번 전시의 팜플랫 속 글귀를 보고 든 생각은 그럼 그의 작품이 당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가 "작품에 담긴 메시지(의미) 때문이었을까? 대중성 때문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이었다. 전시에 가서 자세히 들여다본 그의 작품에는 정말 많은 의미와 가치들이 담겨 있었다. 가장 직접적으로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작업도 많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전시에서 확신한 점은 당시에도 그의 작품 속 의미 때문만이 아닌 그의 대중성과 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의 신선함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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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라는 캡페인의 포스터(좌) 와 앱솔루트 광고 포스터 (우)
그의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에게 대중성은 소통을 위한 '수단'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예술을 소비하는 관객과 대중들은 그 대중성이 우선 혹은 전부라는 게 상당히 인상 깊었다.

 

애당초 예술이 엘리트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옛날보다 더 접근이 쉽긴 하지만 아직까지 전시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단순히 작품 감상만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전시라는 것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 고급진 혹은 있어 보이는 문화 향유라는 이미지. 이 이미지가 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동일하다. 이 '엘리트성'이 예술의 정체성은 아닐까. 이 두 가지가 애당초 분리가 될 수 있긴 할까.

 

어찌 됐던 어떤 작품도 정해진 의미가 없으며 관객에게 어떤 형태로든 전해졌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고 말하던 키스 해링은 자신의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든 모두에게 더 많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 자신의 메시지와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작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했고, 그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든 아니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든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메시지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의 예술은 모두를 위한 예술이 아닌 그저 모두에게 열려있는 예술이었다. 그리고 그게 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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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에서 하는 이번 전시는 콘텐츠도 내용도 구성도 깔끔하고 좋았던 전시였다. 비교적 지금과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작품도 많았고, 키스 해링이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전시 내내 심심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작품들 뿐만 아니라 당시 대중들이 키스 해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뉴스나 인터뷰 영상들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전시 구성 자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간은 당시 유행했던 블랙라이트를 이용하여 형광 페인트로 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구간과, 그가 소통을 위해 대중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되는 팝숍 (자신의 작품들로 만든 굿즈들을 팔고 구경할 수 있는 공간) 구간이었다. 팝숍 구간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데, 그 구간을 지나 출구로 나오면 바로 실제로 굿즈 판매 공간이 있어, 전시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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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이트를 이용한 구간, 형관페인트를 이용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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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숍 전시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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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굿즈 판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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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 10:00~20:00 (19:00 입장 마감) 


장소 : DDP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티켓 가격 :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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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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