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나는 추울 때 하와이를 생각해 [문화 전반]

by 연승현 에디터
2018.12.14 03:20



춥다. 정말로 너무 추워서 죽을 것 같다. 추위에 약하기에 겨울은 최악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두 달의 겨울을 생각하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이럴 때는 따뜻했던 여름이 생각난다. 아 물론 쪄 죽을 것 같았던 한국의 여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따사롭고 쾌적했던 하와이의 여름만 생각하면 추위가 잠깐 잊힌다.



하와이 이미지 수정.jpg
 


유토피아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구나. 야자수 아래 해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공기는 정말 맑았고 하늘도 푸르렀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한국과 달리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까지 들기도 했다.



하와이 수정 사진2.jpg
 


바람은 무척 셌고 햇빛 또한 눈이 실명할 듯 밝았다. 그래도 그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워 행복한 여름이었다. 아직도 하와이 특유의 여유로움을 그대로 들려주는 노래와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와 하늘의 길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자연의 품에 있는 여행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하와이에서 처음 느껴 본 감정이었다.




도망치고 싶은 곳, 하와이



스크린샷 2018-12-14 오전 5.09.57.png
 


온통 눈뿐인 아이슬란드, 그곳에서 하와이를 동경하는 소년 노이 알비노이가 있다. 영화 <노이 알비노이>의 주인공인 노이는 반항아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할머니가 준 만화경을 들여다본다. 그곳에는 아이슬란드와 가장 정반대인 곳인 하와이가 있다.


영화 마지막에 노이와 연관된 모든 것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만, 그는 감정에 동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거실 소파에 앉아 만화경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봐온 하와이 풍경이 넘어간다. 하와이의 파도가 현실처럼 그에게 다가온다. 그를 눌러오는 슬픈 현실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곳이 만화경뿐이다.


 

스크린샷 2018-12-14 오전 5.09.55.png
 


노이처럼 하와이를 도망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하와이 여행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여유로운 곳에선 무엇이든 괜찮아질 것 같았고 다 잘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와이를 떠날 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던 두피염이 심하게 일었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다시 현실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생각 하니 아찔하고 숨이 막혔다.



 

무대뽀적인 긍정, 하와이



첫키스만.jpg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다. 너무 추워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서, 그냥 하와이가 그리워서. 하와이를 잘 담았다고 평을 받는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를 틀었다.

 

그리고 이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 감동하고 볼 때 눈물이 났다. ‘이걸 보고 울었다고? 울 장면이 있었나?’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무식하게 긍정적임’과 그래도 일상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루시.jpg
 


여주인공인 루시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과거의 기억은 남아있지만, 하룻밤을 자고 나면 그날 있었던 모든 기억은 저장되지 않는다. 10월 13일, 자신의 아버지의 생일만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최신의 범위다. 처음에 가족들은 루시가 당황하지 않게 항상 같은 하루를 반복했다. 10월 13일이라고 적힌 신문을 항상 준비했고, 언제나 파인애플 케이크를 만들어 촛불을 끄기도 했다.

 

후에는 남자 주인공 헨리의 말에 따라 방법을 다르게 했다. 매일 아침 루시는 자신이 어떤 사고를 당했고 일생이 어땠는지 요약한 비디오를 통해 하루를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루시의 기억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충격으로 마주하는 하루지만 그래도 그는 평범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주변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일상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 하루를 적응해나가는 루시가 대단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었다.

 

루시 외의 다른 인물들을 향한 카메라의 시선도 따뜻했다. 헨리의 친구는 과거의 사고 후 양쪽 눈의 색이 달라졌다. 한쪽 눈이 검은색, 다른 눈은 매우 옅은 하늘색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무덤덤한 대사 한 줄, ‘사고가 있었어.’라고만 나온다. 그 이후 설명은 더 없었다. 사고는 정말 슬픈 일이지만 그조차 그냥 일상이니까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모두 괜찮다고 말하는 영화에서 위로가 되었고 하와이의 기후를 떠오르게 하여 더 따스하게 느껴졌다. 물론 여행을 하는 동안 하와이가 너무나도 완벽한 유토피아인 것에 슬프기도 했다. 철저히 관광객만을 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 영화에서처럼 하와이는 완벽한 유토피아의 모습이어서 상상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도망칠 수도 있는 매우 따뜻한 곳이었다.


추운 겨울, 하얀 입김이 계속 나온다. 이런 추위에 오늘도 그때의 하와이를 떠올리며 공상에 잠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