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대한 낙서, 그래피티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7.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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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길을 걷다보면 종종 알 수 없는 낙서로 가득한 벽들을 마주하게 된다. 거칠고 난잡한 느낌의 그림들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일반적인 자원봉사 벽화와는 다르게 의미는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묘한 질서가 있는 이것들은 골목 곳곳에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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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K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위대한 낙서 전은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피티는 1970년대 미국의 사우스 브롱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갱, 마약, 불법이민자들이 가득했고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TAKI183”이라는 낙서가 시 곳곳에서 등장하며 일종의 놀이처럼 브롱스 거리에 퍼져 나갔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서도 발견되는 이름 새기기, 태깅(Tagging)이다.

이 예술은 당시에는 단순한 낙서, 심지어 골치 아픈 불법 낙서일 뿐이었다. 그래피티 라이터들은 공공기물 곳곳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그렸으며, 심지어 경쟁심에 개인의 사유지에 침범하기도 했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경찰과 라이터의 술래잡기 속에서 그래피티 기법은 점점 더 빠르게, 더 멋있게 그릴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래피티가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20세기 말, 팝아트가 주류 미술로 등장하게 되면서 예술적 공간, 예술가의 경계가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는 아카데미와 미술관의 권위에 대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래피티는 빠르게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갤러리에서 정식으로 마주하게 된 그래피티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거리에서 그리는 것과 캔버스에 그리는 것의 차이였을까? 처절한 저항의 색채나, 불법적인 냄새보다는 어딘가 유쾌하고 경쾌한 리듬이 느껴졌다.



#01 닉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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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힐의 아래에는 반달이라는, 작가 닉 워커의 아바타가 색칠을 하고 있다. 닉 워커의 그래피티에는 자주 중절모를 쓴 신사가 나타나 평범한 공간을 파괴한다. (Originality will be ‘Vandal’lized)



#02 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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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언뜻 보면 미술관에서 자주 보았던 익숙한 스타일처럼 느껴진다. 자유로운 붓터치와 흘러내림은 21세기의 관객들에게 익숙한 기법이다. 하지만 네모난 캔버스에 분홍색 틀, 그리고 틀 없이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색채들은 묘한 감흥을 준다.

어떤 현학적인 생각 없이, 색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던 것 같다.



#03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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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은 포토그래퍼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다. 이 사람을 통해 그래피티의 세계에 오직 물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활용한 작업도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위의 그림은 사진을 통해 보는 것보다 전시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이라는 평면 미디어를 통해 보면 묻히는 입체감, 디테일은 눈으로 봐야지만 느껴진다.

이 작가에서 감탄했던 것은 저런 대규모 작업이 아니라, 그래피티를 통한 세상의 전복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진을 받고, 출력하여 돌려주고, 사람들을 그것을 전시하는 Inside out 프로젝트는 “예술이 세상을, 삶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Yes”라고 답한다.

다음 링크를 통해 그가 TED에서 한 강의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04 셰퍼드 페어리 (오베이 자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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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ey Giant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캠페인이었다. 일반 스트리트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로고가 그래피티 전시에서 만나게 되자 그 의미가 흔들렸다. 복종하라는 메시지는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였다. 셰퍼드 페어리는 오베이 자이언트라는 아이콘을 통해 거리에서, 포스터에서, 패션에서 사람들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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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한 셰퍼드 페어리의 그림들은 강렬한 분위기를 풍겼다. 진한 색채와 상징적 메시지는 작품 한 점 마다 계속 발길을 붙들었다. 반전주의, 평화, 인권, 기후변화, 자본과 권력 등 다양한 주제들을 천천히 사유하며, 다시 한 번 이미지의 힘을 느꼈다. 백 번의 주장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사람들을 설득한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피티의 역사와 다양한 기법을 만나볼 수 있어서 기쁘다. 거리에서 보는 것과 별개로 갤러리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들여 감상하면서 그래피티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없애고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전시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위대한 낙서展
2018.4.28. ~ 7.29
청담 K현대미술관

관람시간(매주 월 휴관)
화~ 토 10시~ 19시
일 10 ~ 18시

예상 소요시간 : 30분~1시간



[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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