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떠한 공감 : 연극 '특별한 저녁식사'

글 입력 2018.04.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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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공감


 '가족'이란 이름 하에 묶여 있는 그들은 막내딸의 부름으로 인해 타의적으로 한 공간에 모였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막내딸의 집 거실이라는 같은 공간 안에 있었지만, 그들은 각기 저마다의 내면적인 개인적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가족'이라는 명분도 막을 수 없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어떠한 이기심이 담겨 있었다.

 이혼하신 부모님 아래, 서로 어떠한 왕래도, 연락도 없었던 그들은 실로 오랜만에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리움 혹은 연민의 감정이 전혀 묻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아내였던 어머니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기 바쁜 아버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다단계 치약을 팔려는 어머니, 이혼하신 부모님의 아픔을 들쑤시며 "락"만을 외치는 철 없는 아들, 제일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르는 가족의 안부나 걱정보다 환경 보호가 더 우선인 큰딸. 이것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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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 탓하기에 바쁜 그들의 대화 사이에 오고 가는 짜증과 화를 계속 듣고 있자니, 답답했다. '왜 저렇게 자기 생각밖에 못 하지? 한 발짝 뒤로 물러가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줄 순 없는 건가?'하고 말이다. 하지만 불현듯, 무대를 집중해서 보던 나의 머릿 속에 무대와 비슷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떠한 공감으로 말이다.

 하루를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 고단했던 몸에 쌓여있던 피로를 따뜻한 물에 씻어보내고, 가족들과 마주하며 저녁 식탁 앞에 앉았다. 그 식탁에서 내가 내뱉은 '말'들은 어땠을까. 부모님을 혹은 동생을 보는 나의 '시선'은 어땠을까. 그 때 나의 '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돌이켜보니, 나는 투정 부리기 바빴던 것 같다. 짜증내고 성질내기 바빴던 것 같다. 쉴 새 없이 총알을 내뱉는 따발총처럼 쉴 새 없이 나의 이야기와 나의 감정을 그들에게 퍼붓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아빠의 고됨을, 동생의 걱정과 불안 등을 놓쳤다.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무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집 밖에서의 나는 공감과 이해라는 이름으로 타인들의 말과 이야기와 감정을 귀 담아 듣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내가 저 앞의 무대 속 귀는 닫고 입만 열어 자기 얘기만 하는, 평온한 한 끼 식사를 특별한 저녁식사라고 하는 풍비박산 가족들과 무엇이 다를까. 어쩌면 '나'와 '남' 그 사이, 애매한 경계선에 왔다 갔다 거리는 '가족'이란 이름이 주는 익숙함과 당연함이 우리를, 우리 사회를 <특별한 저녁식사> 한 끼를 원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

 가족이 주는 당연함과 익숙함이 안일함을 가져온다. 이러한 안일함은 결국 끈끈하게 가까웠던 관계를 피도 섞이지 않은 타인조차 갈 수 없을만큼 멀어지게 한다. 이러한 멀어짐에 "후회"가 수반된다. 그 후회가 늦어진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것이다. 하지만 후회가 조금 더 일찍 찾아온다면, 우리에겐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전력질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가족'이란 이름 하에 그 거리는 너무나 빠르게, 그리고 너무나 쉽게 좁혀질 수 있다.

 이것이 <특별한 저녁식사>가 나에게 준 여운이 아닐까 싶다.


*
어쩌면 우리 가족이 초대했을 지도 모르는
<특별한 저녁식사>에서 저녁 한 끼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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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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