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

글 입력 2018.01.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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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가 컸던 알렉산더 지라드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왔다.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아서 정말 재미있는 전시였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들을 만들고 수집했을까?’하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지라드가 어떤 디자이너였는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흥미로운 작업을 찾고 그곳에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수많은 작업들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아이 같은 순수한 상상력을 구현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전시를 통해 지라드의 연도별 커리어들을 살펴보면서 그에게 왜 그렇게 많은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는지 이해가 갔다. 이번 전시는 한마디로 20세기를 대표했던 그의 능력과 디자인 세계를 입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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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스케치한 인테리어 도면과 그가 디자인한 카페의 식기류, 테이블과 의자를 보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설렘까지 느껴졌다. 어떤 공간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해 꾸며냈다는 점이 부러웠다. 지라드는 어린 시절 ‘파이프 공화국’이라는 상상속의 나라를 만들고 지도, 깃발, 화폐, 동전, 우표, 게임들을 모두 디자인했다고 한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대규모의 작업들을 진행한 그의 과거에 이렇게 귀여운 창작 활동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매우 반전이었다.

 단순히 디자인이라는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관심과 디테일한 창의력,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건축, 인테리어, 가구, 패브릭, 전시, 그래픽디자인, 순수미술을 아우르는 작업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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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라드에게 붙는 수식어 중 하나는 ‘열정적인 수집가’이다. 텍스타일 건축가, 항공사의 기업 디자이너 등 존재하는 여러가지 커리어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다름아닌 ‘수집’ 분야였다. 나 또한 마음이 가는 물건을 모으며 행복을 얻는 사람이기에 지라드의 수집을 흥미롭게 보게 됐다. 그는 디자인이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서, 일상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나, 어떤 공간을 하나의 컨셉으로 꾸며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학교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무대를 연출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걸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무대로서의 인테리어 디자인’ 전시 파트의 소개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라드는 인테리어를 하나의 무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벽화와 장식소품을 이용해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라드의 자택처럼 '개인적인' 공간의 인테리어는 계절과 해가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무대 세트’로 계획된 반면 '상업 공간' 인테리어는 전체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세부적인 사항까지 지라드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하나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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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보면 그가 모은 방대한 양의 수집품들은 그냥 무질서하게 이것저것을 모은 걸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전시장 내부에서 재생되고 있던 영상 속에는 이런 자막이 나온다. ‘이 미묘하지만 분명한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바로 취향입니다.’ 수집한 세계 곳곳의 인형, 텍스타일, 도기, 장난감, 가면들 그 모든 것들을 정리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취향’이다. 이 취향이 반영되면서 지라드만의 수집품 모음들이 탄생했고, 이는 그에게 또 다른 작업을 위한 2차적 수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 본인의 자택을 다채롭게 꾸미는 것 외에 타인을 위한 공간의 인테리어 작업에도 그의 수집품은 활발하게 활용되고 지속적으로 제공되었다. 결국 수집 자체가 그의 디자인 세계의 바탕이 되는 행위 중 하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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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알렉산더 지라드의 전시를 보러 갈 예정인 분들이라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방문하길 추천하고 싶다. 작품도 다양한데다 전시장 내부에 관람에 도움이 되는 영상들이 틀어져 있어서 천천히 작품과 영상을 감상한다면 전시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보고나면 분명 사람과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져와 왠지 모를 열정과 힘을 얻은 느낌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감상적인 재현이 아닌 오늘날의 창조 정신을 위한 자양분으로써, 과거의 흔적을 보존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동등한 가치의 물건을 제작하고, 관습을 발전시킬 수 있다."

- 알렉산더 지라드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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