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랑자 선언 [문학]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열정, 열정이 만들어 내는 빈 공간, 그리고 성장하는 우리.
글 입력 2017.11.13 20:44
댓글 3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시야를 좁게 보면 우리는 모래알같은 개별적 존재들이다. 성격, 취향, 가치관, 직업, 등 다양함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기준조차 다양하기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말 만큼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다들 해변의 모래사장과 같이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소속감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동질감을 느끼는 한 집단이나 사회에 소속되어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정서적 안정감과 직결된다. 그리고 안정감은 우리를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기에 우리는 서로를 채워가며 전체를 이루어 낼 수 있다.



방랑의 필요성


하지만, 그 안정감이 별안간 우리를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안주하게 만들거나 익숙함만을 찾게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높은 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현재에 대한 익숙함과 안정감은 우리가 성장하게끔 하는 단단한 계단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에 매료되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잃는다면, 그 대가로 면의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 가까운 것, 익숙한 것만 보고 들으려고 한다면 점과 같이 좁고 한결같은 사고의 흐름에 갇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방랑자가 되겠다 선언한다. 가령, 삶에서 몇 번의 졸업을 하고 입학을 하며, 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는 것이, 어느 누군가의 상황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 방랑자 선언 >


방랑자선언.jpg
 

저자인 블랑쉬 드 리슈몽은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연극배우이다. 열다섯 살 남동생이 자살로 스스로 세상을 버린 후 죽음의 흔적이 머무는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혹은 죽음이 야기한 사유 및 감정들에 오롯이 파묻히고자 사막으로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서른세 살부터 12년간 '살아 있을 이유'를 찾기 위해 방랑의 삶을 살면서 사랑, 자유, 행복 등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는다.

목차
1. 일탈
2. 사막의 시험
3. 돌아오다
4. 달아나다
5. 자유로움
6. 부동의 여행
7. 대지

저자의 문체는 사색을 그대로 반영하되 간결하여,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끔 할 정도로 쉽게 읽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사실은 저자의 사색을 공유하며,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몇 시간 동안이나 손이 아픈지도 모르고 필사를 했더랬다.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열정, 열정이 만들어 내는 빈 공간, 그리고 성장하는 우리.



“줄타기 곡예사는 빈 공간과 맞서 싸우지 않는다. 빈 공간에 도전하고, 빈 공간을 사랑하고, 빈 공간과 어울려 춤을 춘다. 줄타기 곡예사를 흔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두려움 뿐이다. 그래서 줄타기 곡예사는 두려움을 길들인다. 그리고 공중을 나는 법을 배운다. 땅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날개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방랑자들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 것은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만을 갈망하도록 정해진 운명일까? 그렇다. 그리고 그건 잘된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에게서 벗어나 있는 것만이 우리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다른 어딘가’의 힘에 이끌려 길을 떠나게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영혼은 물리적 혹은 마음의 경계선 밖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은, 수 번의 단거리 달리기와 그 간의 ‘빈 공간’을 동시에 포함한다. 정체되어 가는 본인을 구출하고자, 소속감과 안정감을 떨쳐내고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과 맞설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우 흥미롭게도 그 용기의 근원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열정과 갈망이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를 계속해서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소속감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 중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점과 면 사이의 선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달까. 무슨 말이냐 하면, 타인과의 관계에만 집착하여 소속감에 그저 구속되지도, 혼자만의 여행에 그저 심취되어 본인을 너무 고립시키지도 않게 줄다리기를 잘 해야 비로소 용기를 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성격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매순간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임을 굳이 혹은 일부러 망각하고자 하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집착이 되어 결국엔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가령 의식적으로 북극곰을 생각하지 말자, 하면 북극곰 생각만 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묶고 있는 끈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우리가 묶여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묶여있음’을 자각하는 것, 끈을 보고 직접 손으로 매듭을 푸는 것, 마지막으로 용기내어 직접 발로 걸어 나오는 것 까지, 모든 일은 개인에 한정된 ‘나’의 몫이기에 더욱 가치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더 넓은 세계가 ‘나’를 기다리며 성장으로 가는 길의 계단이 되어줄 것이다.


[류승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3
  •  
  • 스페셜스튜핏
    • 12기 에디터 손진주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대학교 3학년때까지 제가 철썩같이  되뇌며 살았던 말이 있습니다. 파우스트에서 나왔던 구절이었던 것 같은데, '노력하는 자만이 방황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그 말을 읽었을때 눈물이 찔끔했었는데, 에디터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순간이 계속 눈 앞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전혀 다르고 위험해보이는 데미안의 세계를 접함으로서 자유의 신에게 날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안정된 세계에서 벗어나는 청춘의 방랑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꼭 청춘뿐만 아니라 방랑을 자처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에디터님의 글은 재밌게 읽힐 것 같습니다.읽기 쉽도록 글자에 포인트를 넣은 것도 에디터님의 훌륭한 솜씨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상부분에 있어 '열정이 근원', 이라는 점과 '점과 면 사이의 선'이라는 점에 좀 더 설명이 있었으면 더 풍부한 내용이 되었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에디터님이 어떤 의미로 그런 표현을 썼는지 어렴풋이 이해를 하지만, 독자로서는 더 자세히 설명해주셨다면 더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 0 0
  •  
  • 이진
    • 12기 에디터 강범석입니다.

      갇혀 있는 것은,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곧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는 것, 썩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글입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양지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더 나아가 방랑을 요구하는 것은 신선하고 독특하게 여겨집니다. 문득 어머니를 잃고 트래킹을 떠났던 <와일드>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결국 방랑이라는 것을 성장을 향한 로드무비와 같은 선 위에 놓여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다만 책에 관한 내용이나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일반적인 내용과 승희님의 감상도 탄탄하고 의미가 있지만 좀더 책 자체를 풀어서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과 면의 사고 같은 책 안에서 등장하는 개념도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 0 0
  •  
  • 꼬북끼리
    • 12기 에디터 유지은입니다.

       서문이 너무나도 감동적이며 이목을 충분히 끌었습니다. 책의 문구들과 승희님의 감상이 지금은 희미해진, 스스로를 방랑자라 자신할 때 생각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해 소름이 돋았고 충분히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런 컨텐츠를 소개해주신 게 감사할 정도로요. 특히 중도를 지키라는 것이 제일 와닿았고, 이 글을 읽은 다른 독자 모두에게 스스로의 의미로 새겨졌을 것입니다.
       감히 제 의견으로는 전체적인 글의 균형이 좀 부족했다 생각합니다. 책과 감상의 균형이랄까요. 뭐 저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안정감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의 신선함과 충격은 대단하니, 글을 더 써나아가다보면 충분히 해결해나갈 문제라 생각합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