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체할 수 없는 다정한 감성, O Band - 홍대 벨로주 공연 후기

글 입력 2023.11.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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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가을이 오는가 싶었는데, 겨울이 그 뒤를 금세 따라 붙는다. 코끝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기가 상쾌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요즈음. 저물어가는 계절에는 몸도 마음도 헛헛하기 마련이다. 몸은 따듯하고 든든한 한 끼로 보양한다면 갈 데 잃은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너무나 빠르게 다가온 추운 계절을 재즈 밴드 O Band(오뺀)이 따듯한 온기로 달군다. 작년 8월 오종대 쿼텟에서 시작된 밴드로 친근하고 다정한 음색으로 말을 거는 재즈 음율을 들려준다.

 

지난 11월 3일 홍대 벨로주에서 열린 O Band의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관람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치유의 힘에 놀랐다. 공연이 끝나고는 들뜬 마음으로 사인도 받고, 주말에는 남해의 풍경을 바라보며 O Band의 음악을 배경 삼아 여행했을 정도.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 때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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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리티 - 어둡지만 따듯한 빛이 일렁이던 공연장은 나열된 좌석이 모두 꽉 차 있었다. 올해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를 진행했다 들었는데 그새 팬층이 단단해진 것이었을까. 덩달아 차오르는 기대감과 함께 무대를 주시했다.

 

첫인사는 음악으로 대신한다는 듯, 공연이 시작되고 바로 'H.O.P.E'의 연주가 시작됐다. 베이스의 아이코닉하고 편안한 멜로디 라인이 주를 이루면서, 서로 주고받듯 엇갈려 들어오는 감각적인 피아노에 묵직하고 차분한 콘트라베이스의 선율, 그리고 바탕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드럼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부드럽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이 어떤 밴드인지 감각하게 되는 타이틀. 편안하고 다정하다.


#HOPE - O Band는 올해 8월과 9월 EP 음반을 발매하고, 이 두 음반을 모아 10월 1일 정규 CD Set를 발매했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연주될 음악은 두 개의 음반 H.O.P.E와 새벽날개를 바탕으로 했다.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다가오기도 한 'H.O.P.E'의 뜻은 Help Our Peace of Earth. 해당 앨범은 밴드의 정체성을 집약한 연주 음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은 기억' 'Remember Something' 등 삶의 조각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우리의 시간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다채로운 음으로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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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 항상 느끼지만, 재즈 공연의 묘미는 음악적 요소도 요소이나 멤버들의 합 그 자체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를 이끌고 때로는 내려놓고, 혹은 타잇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풀기도 하며 각자의 악기를 통해 서로 대화한다는 감각이 가장 잘 와닿는 장르.

 

연주 내내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나도 기분 좋게 미소지을 정도로 O Band는 서로 주고받는 눈빛과 몸짓이 무척이나 따스했다. 그 시선은 관객들에게 향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막과 막 사이 이어졌던 짧은 인터뷰에서는 멤버간의 케미를 엿볼 수 있었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멤버를 바라보던 대장 드럼의 오종대, 아직 낯을 가릴 뿐이라는 베이스의 박갑윤, 마이크를 잡고 우렁찬 한 마디를 뽑아준 콘트라베이스의 이승하, 장난스럽고 유쾌한 어조로 인터뷰를 이어가는 막내 피아노의 배가영.

 

결성되기 전부터 오래도록 연주를 함께 해온 이들답게 함께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못생긴 - 왜 이런 멤버 구성이 되었는가 하니 대뜸 못생긴 이들이 모인 밴드라고 한다. 어떻게 이 인연들이 밴드로 모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종대님은 그 뜻이 나쁜게 아니라며 황급히 설명을 이어갔다.

 

잘생겼다는 말이 일반적인 평가 기준에서 바라보는 수식어라면, O Band의 멤버는 잘생겼다기 보다 각자 고유한 개성을 간직한 못생긴 이들이라는 것이다. 모두 생김새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뚜렷하고 또 그래서 즐거운 일이 넘치는 밴드. 못생긴 이들이 모인 재즈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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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날개 - 2집인 새벽날개는 싱어송라이터 재즈 밴드에 대한 도전을 담은 음반이기도 하다. 별도의 보컬 없이 연주자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데 그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이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설령 조금 투박할지언정 자유롭고 진실되게 다가오는 연주자의 노랫말. O Band가 전하고자 한 음악적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섬세한 주제와 가사에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었다.

 

특히 드럼의 오종대님이 작사하고 직접 노래를 불렀던 '바다'라는 곡이 인상적이었다. 가슴 아픈 기억이 서린 4월의 바다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라고 한다. '바닷끝 저멀리 아득하게, 밝아오는, 뭉게구름' 하고 반복되는 가사에서 지나간 과거의 상흔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또 위로하려는 세심한 어조를 읽었다.


#CD - 공연의 마지막에는 CD를 구매하거나 멤버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일반 음반 사이트에서는 만날 수 없는 2장 구성의 CD 세트라 더 특별했다. 왜 CD로 음반을 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장님 자신이 CD 세대여서 그렇다는 대답이 이어져 웃음이 나왔다.

 

덩달아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 모으던 어린날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조금 번거로울지 모르지만 음악을 간직하기에는 이만한게 없지.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빠짐 없이, 밴드의 정체성이 참 분명하게 느껴졌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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