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 유튜브 시대 대중미술교양서의 모범 - 도서 '그림 읽는 법'

글 입력 2023.12.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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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대중교양서'란 대체 무엇일까?

 

최근에 리뷰한 책 <예썰의 전당>이 시사 프로그램을 베이스로 책이 발간되었던 것처럼, 오늘 리뷰할 <그림 읽는 법>도 유튜브 활동을 기반으로 책이 발간되었다. 최근의 교양서들은 이전의 교양서와 비교해 뚜렷한 특징이 있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이전과 비교해 광범위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되, 가볍게 전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최근에 교양서에서 느낀 경향성을 투박하게 비유하자면 이렇다. 주제와 접근법은 다양하게, 각 주제가 지면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게.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가 짧고 핵심을 전달하는 것처럼, 최근 발간되는 교양서적도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경향성은 영상 문화의 발달로 인한 여러 다양한 생산/소비 주체의 산업적, 사회적, 심리적 변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림 읽는 법>은 그런 관점에서 오늘날의 출판문화를 잘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시로 느껴졌다. 1) 이 책은 유튜브 채널의 유명세를 빌려왔으며(즉, 매체 간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예이며) 2) 연속적인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예술이라는 공통 키워드 안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주제들을 불연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3)주제의 불연속적이고 넓은 범위로 인해, 책에서는 정보를 나열하기보다는 요약적으로 서술한다. 이외에도 소소하게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키워드를 무기로 출판되었다는 점이 이 책을 모범적인 예시로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림 읽는 법>은 책의 구성이 '요즘 시대'답다는 점에서 실제 콘텐츠를 미루어두고도 상당히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특별부록으로 '꼭 알아둬야 할 현대미술 아티스트 top25'를 제공한 것도 꽤 재밌다. 왜냐하면, 이 리스트에 소개된 아티스트들은 분명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인물로 구성되어있지만, 본문에 소개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 부록의 기능은 책의 내용을 심화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찾는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발간된 책들도 이러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보다 넓은 범위에서, 뚜렷한 주제에 대한 탐구가 아닌 방식으로 이러한 가이드 라인이 제공되는 것은 처음 봤다. 내게는 이런 점이 이전 시대의 교양서적과 다른 점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받은 인상이 주로 구성 자체에 쏠려 있어 책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서술하지 못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 책의 고유한 개성도 만만치 않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이라는 부제는 책 내용에서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사실, 아쉽긴 하다. 그 나라에 특정한 미술-교수설계가 책에 어떻게 녹아들어갈까 궁금했기 때문이다-.마케팅을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데, 후술할 장점이 묻히는 감이 있어서 다소 아쉽다.

 

대신 저자 특유의 흥미롭고 편안한 접근방식이 눈에 띈다. 독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의 삶을 다루며 그림으로 엮어내는 뭉크, 퓌슬리, 크노프, 자코메티, 야요이 부분을 정말 즐겁게 읽었다. 다루는 주제가 많아 사용하는 지면이 적은데도 그림을 통해 작가들의 삶을 유추하게 유도하는 저자의 솜씨는 그야말로 탁월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면으로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각 작가의 포인트가 되는 핵심경험과 핵심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몇 파트를 제외하고 내가 언급한 작가들의 파트에서 내가 경험한 저자의 '그림 감상 유도 방식'은 이렇다. 어떤 이론을 통해 지적인 접근을 하기보다는, 작가들의 삶의 경험을 비추어 그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정서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 정신분석적 접근 방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물론 제 눈에 안경일수도 있다). 아마 저자가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이러한 태도야 말로 그녀가 배우고 즐거움을 느낀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날의 대중 교양서는 대체 무엇인가'로 시작한 읽기지만, 여기까지 쓰고보니 더 어렵다. 지금 깨달은건데, 문자 매체라는 이름으로 너무 방대한 정보를 요구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질 좋은 알짜배기 정보를 가득 담은 유튜브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들으면서, 왜 문자 매체에서는 독특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는가? 

 

아무튼 그런 좋은 영상들 처럼 책 <그림 읽는 법>은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 이런 책들이 많아져서 유튜브만큼이나 책이 오락이 되는 세상은, 상상만해도 꽤 기분 좋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미술을 배운 저자가 그 즐거움을 유튜브를 통해 남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책들을 써주길 기쁜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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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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