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Gorillaz,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판타지 [음악]

글 입력 2017.11.11 01: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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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상 밴드가 있다. 그러나 그 만화 캐릭터들이 사는 세상은 전혀 만화 같지 않다.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카툰 밴드, 'Gorillaz'의 인기의 기반이다.







불쾌하고, 음산하며, 기분 나쁘다. 카툰,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꼭 아름답고 동화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그들이다.

그들은 때때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암묵적 법칙을 깨버리기도 한다. "가상의 밴드라고 무시하지 마라"라는 말을 인터뷰에서 습관적으로 하면서, 자신들이 '가상 속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기도 한다.

심지어 멤버들 각각 (만화 속) 사정에 따라 실제 음악 작업이 늦춰졌다고 말하기도 하거나, 앨범 제작에 대해서도 각 멤버들 간의 의견 충돌이 존재하거나, 마치 실제 인물처럼 멤버 각각이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주로 여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틀을 깨는 발상을 통해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처음에는 그 특수성 때문에 주목을 받으나, 후에는 자신의 정체성 혼란이나 소재 고갈로, 자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사고로 인해 눈이 함몰된 보컬 '2D', 자신의 돈 때문에 밴드를 만들면서 밴드를 이용하려 하는 베이스 '머독', 일본정부가 실시한 강화병사 프로젝트의 유일한 생존자이면서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십대의 소녀 기타리스트 '누들', 그리고 귀신에 쓰인 드러머 '러셀' 이렇게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조합의 밴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15년 넘게 장수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지산 락 페스티벌에서는,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였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슬프게도, 그것은 바로 이들이 하는 얘기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한 마디로 '꿈과 희망이 없는' 세상의 모습이고, 우리 세계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극대화된다.


kids with guns.jpg
 

고릴라즈의 드러머 '러셀'은, 인터뷰에서 "다행히도 억지로 얘깃거리를 만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상은 충분히 많은 외적인 자극과 주제를 제공하더군요" 라고 밝혔다.

그들의 소재는 대부분 어지러운 세상의 여러 단면들이다. 카툰이라는 가벼운 속성의 그들이 노래하는 것은, 갈등, 분쟁, 아이들, 환경과 같은 심각한 주제들이다.


o green world.jpg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넓게 보면 현재의 인간들이 망쳐 놓은 세계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동네는 차별 받던 '이상한 사람들'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고, 이들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총을 들었고, 폐허가 된 도시에서는 순수했던 시대를 그리워한다. 환경을 외쳐대면서도 결국 공장을 포기하지 못한 인간에 의해 환경은 파괴되고, 쓰레기로 가득찬 바다 위에는 마침내 플라스틱 폐기물로 섬을 만들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치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무덤덤하게 노래한다. 그들의 주제는 심각하고, 그들의 태도는 냉소적이지만, 동시에 만화 속에서의 그들 특유의 유쾌함과 재치가 아이러니를 자아내면서 오히려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세상에 집중하게 된다.

제일 상관 없고, 진지하지 않아 보이는 존재들이 과장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진지한 주제들에 대해 노래할 때, 우리는 오히려 그들을 더 지지하게 된다.

인간들의 소리와 논쟁만으로도 가득 찬 이 세상에, 우리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담담히 노래하는 그들을 볼 때 우리는 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고, 그들의 메세지는 더 파급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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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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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nie
    • 12기 에디터 박진희입니다.

      에디터님 글 잘 읽었습니다 :)
      먼저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워 재밌었습니다.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소재에 대해 잘 소개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유익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디문화는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노출되지 않는 편인데, 에디터님만의 시각으로 많은 이야깃거리가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음악을 사회와 연결지어 설명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음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바탕으로 해서 쉽고 설득력 있었습니다.

      한편, Gorillaz가 어떻게 결성되었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가상 밴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독특한 밴드인 만큼, 활동 내용과 뒷배경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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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스튜핏
    • 12기 에디터 손진주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두레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고릴라즈' 라는 익숙한 이름에 눈이 뒤집어져 이 글을 적어도 두번은 읽어봤음을 고백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feel good inc의 매드뮤비를 오조오억번 돌려봤다가 긴 침체기동안 '탈덕'한 오타쿠로서, 이 글은 10년만에 만난 소꿉친구같은 기분을 줬습니다. 이런 반가움을 안겨주신 것이 감사하고, 비교적 최근에 돌아온 컴백 앨범도 다시 뒤져보지 못했던 저를 다시 입덕시켜도 주셔서도 감사합니다.
      고릴라즈의 큰 매력인 미친 세계과 미친 캐릭터들의 멋진 노래를 잘 짚어내주신 것 같아, 고릴라즈를 모르는 팬이라도 재밌게 읽었을만한 글인 것 같습니다. 낯선 문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재밌게 설명해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에디터님이 잘 해주신 것 같습니다. 영상도 첨부해주셨는데 저라도 이 글을 읽고 한번쯤 찾아볼 것 같습니다.
      다만 고릴라즈의 독특한 구조를 깊게 파고들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홀로그램 콘서트라던가, 머독과 춤추는 마돈나라던가, 그 독특한 스토리를 담아낸 장면들과 가사들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이 독특한 밴드가 얼마나 재밌는 문화인지 잘 소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꼭 이런 것들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요상꾸리한 점을 소개해줬어도 더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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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_ziro
    • 안녕하세요, 11기 에디터 최서영입니다!

      주제가 흥미롭고, 문장이 간결하고 핵심적이어서 쉽게 읽히는 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적절한 여백과 이미지, 그리고 동영상의 활용 등 다양한 구성이 더욱 글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이 더욱 길고 자세했다면, 혹은 에디터님의 개인적인 경험이 한 두가지 함께 소개되었다면 주제에 대한 이해까지도 확실하게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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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북끼리
    • 12기 에디터 유지은입니다.

       새로운 밴드와 음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핵심을 꿰뚫고 호소력이 있어 지금 듣고 있는 음악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영상을 적절히 두개나 볼 수 있어서 노래를 들으며 글을 읽을 수 있어 더 와닿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밴드의 기본 정보(멤버 소개, 데뷔연도 등)등이 궁금해져 직접 찾아보다 빠져들어 계속 듣고 있습니다. 신선하고 좋은 밴드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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