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움의 여정을 더할 - 해법 철학

그럼에도 배움을 갈망한다면,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글 입력 2024.03.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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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남기고, 그 대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존재, 지식, 가치, 정신, 언어를 비롯하여 논리와 윤리 등 '삶'을 이루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많은 이들은 때때로 철학자의 물음을 찾아보고, 그 답을 향한 여정을 떠나곤 한다.

 

어쩐지 그 여정을 살펴볼 때마다 질문에 대한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는 거 같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시대도 변화하는 데 반해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작은 호기심과 현상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만난 '철학적 사유'의 연결성은 더 넓게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누구나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인식, 가치, 존재에 대한 기준이자, 경험의 산물로서 '철학'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처럼 개인의 신념이나 인생관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서 발생하는 철학적 사유의 결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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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소개할 《해법 철학》'철학에는 답이 있다 (!)'라는 하나의 전제에서 시작한다. 서문에서 '사람으로 살아가며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스토아 철학이 남긴 오래되고 소중한 말들에 관심있는 독자를 위한 책을 만들려 했습니다. (p.16)'라고 남겨진 문장처럼 생각과 행동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어쩌면 '실천'으로서의 철학에서 가장 것 중요한 것은 특정한 목적과 도달해야 할 목표보다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 사용자를 위한 하나의 매뉴얼을 제시할 《해법 철학》과 함께 답을 구하는 여정을 향해 떠나보자.

 

 

 

판단과 감정 : 알아차리고 초연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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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무슨 일인가를 판정하는 인간의 사유 작용이다. 예를 들어서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으로 인식하여 어떤 기준에 따라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대한 판단이나 견해가 생겨나고, 이후에 반응이 생겨난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한 판단을 통해서 경험이 구성되는데,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개인의 신념과 견해, 사고를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본다.

 

특히 스토아철학은 판단이나 견해 등이 일어나는 이 과정을 '알아차리는 것'에 주목한다. 감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경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안다는 것은 곧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판단을 의식하고, 그에 따라서 이를 통제하거나 변화시킬 수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스토아철학의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판단하기란 전혀 쉽지 않은 일이며,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스토아철학은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무언가는 알아차리고 다시 생각하는 것으로 의식할 수 있으며, 어떤 판단은 그저 습관이나 관습과도 같아서 할 수만 있다면 통제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당신의 희망을 두려움과 비교하세요.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는 당신 편을 드세요. 마음에 드는 쪽을 믿으라는 말입니다. 두려움이 더 많은 표를 얻는다면, 그리도 반대쪽으로 더 유리하게 해석해서 고뇌를 멈추십시오.

 

| 세네카, 『서한집』 13.13

 

 

지금부터는 앞서 살펴본 1장의 큰 주제인 '판단'에 이어서 함께 읽으면 좋을 5장의 '감정'을 소개한다. 여기서 외적인 것에 집착하거나, 이성을 위협하는 내적 혼란 상태의 기준 또는 정도에 따라서 저자는 편의상 감정(emotion)과 감각(feeling)으로 부르는데, 이러한 구별은 스토아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감각의 정의와 함께 그 이상을 넘어서는 감각을 '감정'으로 지칭하는 것과 연결해 볼 수 있다.


한편 5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스토아철학으로 바라본 감정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과 세 가지 구체적인 감정(두려움과 화, 슬픔)을 나열한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다룰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예로 고민을 빌려오지 않는 것, 유머를 사용하는 것, 또는 분노의 원인을 피하는 방법으로 자제 및 절제와 연관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빌려온다. 

 

판단과 감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자, 그렇게 존재하는 감각은 우리 자신의 것임과 동시에 내면에서 오는 판단에 따라 크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감각이나 감정으로 불리는 것을 단순히 억제하고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초연함을 추구할 것을 말해준다. 바로 균형 잡힌 상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관점과 시간 : 생각의 지점, 순간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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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정의는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이다. 무심코 자주 사용했던 이 단어의 뜻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는 바로 《해법 철학》을 읽으면서 찾아왔다. 책에서 소개된 여러 키워드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3장(관점)은 완독하고 나서 더욱 색다르게 다가왔다. 조금은 결이 다른 듯한 이 장의 주제는 '또 다른 원칙'이다. 

 

큰 틀에서 책을 탐독하자면 1장과 2장은 아주 거시적인 접근에서의 스토아철학을 보여준다. '판단'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1장과 우리 자신의 바깥, 능력 너머의 무엇을 정의하는 '외적인 것'을 소개하는 것이 2장의 내용이다. 스토아철학이 많은 부분에서 외적인 것에 관한 공부라고 언급한 것처럼 여러 장의 주된 내용은 외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인지 외적인 것을 분해하여 본질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그리고 환상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서 '분석'을 주요 도구를 활용한다. 이와는 달리 스토아철학의 직관적인 면을 강조한 3장은 논증의 문제보다는 특정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분석 없이 이루어지는 것, 또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발현될 그러한 인식과 변화를 기대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너를 성가시게 하는 많은 것은 없앨 수 있다. 그들은 네 머릿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우주의 크기를 헤아리고, 시간의 무한함을 관찰하고, 개별 사물 하나하나가 얼마나 빨리 변화하는지 관찰하라. 생성부터 소멸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 이전의 심연이고 그 이후의 시간 또한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너 자신을 위해 넉넉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9.32

 

 

앞서서는 1장(판단)과 9장(감정)을 함께 보기를 권유했다면, 이어서 3장(관점)과 8장(가치판단)을 함께 소개하고 싶다. 8장에서의 주된 이야기는 '우리 자신을 제물로 삼는 잘못된 판단'이다. 이러한 문제는 일종이 가치판단 오류인데, 여기서 언급하는 여러 사례 중에서 평소에도 관심 있게 지켜본 '시간'에 대한 주제를 다뤄보고 싶다. 

 

이에 앞서 잠시 3장(관점)에서 다룬 내용으로 되돌아보자. 안에서 밖을 보는 것, 일명 '내면'을 기준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판단한 것을 스토아철학에서는 유한성으로 지적한다. 그러므로 시간을 바깥에서 바라보며, 관점을 달리해보는 것이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존재의 작은 범위에서만 보기에는 시간은 더 큰 무엇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편 8장에서는 시간을 주제로 한 스토아학파의 몇몇 글의 공통점을 제시한다. '지금 이 순간은 붙들기 힘든 동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유일한 것이다. (p.235)'와 같이 스토아철학이 시간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 민감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에 대한 그들의 성찰과 과거를 이용하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은 꽤 중요하게 다가온다.

 

 

우리 각자가 아주 짧은 이 순간만 살고 있음을 마음에 새기라. 다른 순간은 이미 살아버렸거나 불확실하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3.10

 

 

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달라고 조르고, 부탁받은 사람이 너무도 흔쾌히 내주는 것을 볼 때면 놀라곤 합니다. 그들 모두 그 시간이 쓰일 목적만 보지, 시간 자체는 보지 못합니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고받듯 하지요. 

 

| 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8.1

 

 

《해법 철학》을 읽으면서 만난 철학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인 필자는 어떤 부분에서는 좀 더 분석적인 전략을 활용하고, 때로는 직관적인 방법으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각각 판단과 감정, 관점과 시간이라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데 묶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전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정립해 보고, 그동안 궁금했던 철학적 질문을 나름의 방식대로 배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랐던 점은 내용의 비중을 다뤘을 때, 더 많이 쓰인 '외적인 것'보다도 결국은 '내적인 것'에 집중하며 읽었다는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다소 개인적인 해석으로 풀어냈지만, 스토아철학에서 강조한 알아차리기, 즉 자신에 대해 점차 아는 것을 가장 먼저 행할 수 있어서 뜻깊다.

 

앞으로는 경험과 판단에 근거를 찾아보거나 감각 및 감정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는지, 그리고 내부 및 외부의 관점에 따라서 달리 볼 수 있는 시간의 의미를 떠올릴 거 같다. 어쩌면 유일한 이 순간에서도 잘 존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 스토아주의자는 습관적인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든 틀에 박힌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모두 꾸준한 관심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욱 쉬워집니다. 세네카가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스토아주의를 힘든 무예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수련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수련에 대한 보답으로 스토아철학은 우리가 마음의 평화를 얻고, 두려움을 비우며, 잘 존재하고, 지혜로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_ 《해법 철학》 12장 배움 p. 354

 

 

마지막으로 철학이 갖는 오해 혹은 진실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질문을 적어본다. '철학은 역시 어려운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배움을 갈망한다면,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싶어요.'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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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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