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 썩어라 수시생의 '봄에는 금연 금지' [만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언제나 그 상세한 종류를 불문하고 사랑이다.
글 입력 2024.06.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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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텔레비전 앞에 앉아 대중음악 프로그램을 보곤 했는데, 몇 곡을 다 듣지 않고 쉽게 불만스러워지곤 했다. 멜로디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가사를 좋아하는 편이었던 나에게는, 티비 속 가수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주제의 노래를 하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린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 주제는 다름 아닌 사랑, 사랑, 그리고 사랑이었다. 실연해서 슬프다는 사랑 노래도, 처음 만나 설렘이 가득한 사랑 노래도, 끌림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사랑 노래도 전부 입을 모아 ‘사랑’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해졌던 것 같다. 사랑이 뭐길래, 책이며 영화며 교훈이며 모두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어린 나의 고민은 그 정도 의문을 제기하다 끝나버렸지만, 오늘의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서로를 위하는 감정이야말로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한다고 말이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만화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부드럽지만 유쾌한 만화를 만드는 작가 ‘썩어라 수시생’의 <봄에는 금연 금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작품의 감상은 ‘투비컨티뉴드’에서 가능하다.

 

 

 

사랑을 한다는 것


 

갓 성인이 된 주인공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대학 가면 애인 생긴다’는 표어를 전국의 학생이 아는 나라에서, 스무 살이란 연애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찰 만한 나이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알바를 시작한 주인공에게 찾아온 것은 오히려 남자 친구라는 빌미로 옷차림을 지적하고 훈수를 두는 ‘똥차’에 가까운 인연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남성들과 이별한 주인공은 좌절하게 된다. 나는 사랑을 못 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남들은 잘만 하는데, 어째서 나는 사랑을 하지 못하는 걸까? 이후 ‘똥차 가고 벤츠 온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좌절하는 주인공의 삶에 사랑이 찾아온다.

 

주인공이 수강하던 필라테스 수업의 강사로 만나게 된 ‘언니’가 바로 그 사랑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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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라 수시생 / <봄에는 금연 금지>

 


많은 연인이 그렇듯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일지 마음 졸이는 풋풋한 단계를 거쳐, 연인이 된 둘은 하루하루를 서로로 가득 채운다. 거기다 주인공과 영화 동아리에서 친해진 친구 ‘밍밍’까지 가까워지며 언니와 주인공, 밍밍은 취미를 공유하고, 하루를 함께 보내고, 함께 웃는 사이가 된다. 누구든 그런 관계가 있지 않은가.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떤 시간이든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사람들 말이다. 그렇게 셋은 서로를, 자신을 사랑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세상을 조금만 살아보면 알 수 있듯이, 현실 세계에는 완벽한 “Happily ever after”이란 없다. 영원할 것 같은 애정을 주고받던 주인공과 밍밍, 언니도 결국 코로나와 서로 다른 생활 환경에 의해 멀어지게 된다.


다만 셋의 사랑이 끝나버렸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는다. 찬찬히 생각해 보자면 나도 인생의 각 시기에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 애인, 혹은 가장 사랑했던 대상이나 취미가 달랐던 것 같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당시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과 멀어진다고 해서 나의 인생이 뚝 끝나거나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다. 조금의 씁쓸함과 ‘어쩔 수 없지’라는 아쉬움을 갖고 자신에게 놓인 다음 단계, 다른 관계로 나아갈 뿐이다.

 

이처럼 주인공에게 살아갈 원동력인 사랑을 주는 원천은 주인공의 상황에 따라 언니와 밍밍에서, 반려동물에서, 친구 준에서, 또 같은 건물에 사는 이탈리아인으로 바뀌고, 이것은 서글픔을 동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인공의 이야기가 멈추는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인간관계는 별과 같다’고 비유한다. 우주에 넓게 흩뿌려진 별 사이로 수억 분의 확률로 가까워지며 서로의 전부가 될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또 별 것 아닌 이유로 멀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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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라 수시생 / <봄에는 금연 금지>

 

 

   

살아간다는 것    


 

이렇듯 이 만화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랑’의 대상들이 나타난다. 대상도, 관계의 방식도, 빈도의 차이도 제각기 다른 사랑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사랑을 관통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주인공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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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라 수시생 / <봄에는 금연 금지>

 

 

살면서 어떤 우울감에 지독하게 빠져버릴 때, 내 가치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달아버리는 순간은 필연적으로 모두에게 한 번씩 찾아온다. 그만큼이나 연약한 것이 인간의 본질임에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언제나 그 상세한 종류를 불문하고 사랑이다.

 

‘봄에는 금연 금지’는 이런 맥락에서 굉장히 다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우울과 상실 사이에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우울을 겪기도 하고, 상실을 겪기도 하고, 소중한 친구를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주인공은 우울함에 빠지다가도 결국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동물, 관계와 손을 붙잡고 다시 살아간다.

   

그렇기에 감히 이 만화와 같이 ‘사랑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연인 간의 사랑이든, 가족 간의 사랑이든, 반려동물이나 나보다 작은 몸집의 어떠한 생물체든, 그것도 아니면 어떠한 영화와 음악이든 무엇인가를 사랑하자. 사랑하는 힘과, 그 사랑을 돌려받는 빠듯한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웃게 하기 때문이다.

 

 

ⓒ썩어라 수시생 / <봄에는 금연 금지>

감상처: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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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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