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th Century Women(우리의 20세기)' [영화]

시간은 달라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우리의 것과 같다.
글 입력 2017.10.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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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Century Women(우리의 20세기)"

-감독: 마이크 밀스
-출연 : 아네트 베닝(도로시아 역)
그레타 거윅(애비 역)
엘르 패닝(줄리 역)
루카스 제이드 주만(제이미 역)
빌리 크루덥(윌리엄 역)





 전작 ‘비기너스’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마이크 밀스 감독이 이번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지 상당히 궁금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깨달았다. 왜 이 영화의 원제가 ‘20th Century Women’ 인지. 누군가 나에게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묻는다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20세기를 살아갔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도로시아가 있다. 그녀는 일찍 이혼하고 아들 제이미와 함께 그의 집에는 집을 수리하는 윌리엄, 자궁 경부암에 걸린 24살의 애비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도로시아 모르게 밤마다 제이미의 방에 찾아오는 소꿉친구 줄리까지. 도로시아는 자신만으로는 제이미가 좋은 어른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에 애비와 줄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 세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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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강한 게 최고의 자질 같아
연약함이나 예민함도 아니고.
 솔직히 행복감보다도 나은 것 같아. 힘이 있다는 거잖아.
다른 감정들을 버텨낼 단단한 힘이 있다는 거고."

/줄리의 대사 中


 줄리는 상담가인 엄마가 있다. 엄마는 항상 줄리를 자신의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한다. 뇌성마비를 가진 이복동생이 태어나고, 그녀는 자신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고, 집에서 저녁에 몰래 나와 제이미에 방으로 와서 자고가는 것이 다반사다. 스스로를 파괴자라고 말한다. 심지어 제이미를 걱정하는 도로시아에게 '모든 문제의 시작은 엄마'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며 도로시아를 당황시킨다. 하지만 자신이 겪는 일들 앞에서 걱정하고, 고민하고, 두려워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까.

 17살의 사춘기 소녀 줄리는 자신이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강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그녀가 혼란스러움 속에서 단단히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갖고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항상 책을 손에 들고 있다. 무엇가를 읽는다는 것은 알고 싶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녀가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아직 어리고 약하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시기. 딱 그 시간 속의 여성, 줄리. 나도 줄리였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줄리인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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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은 어떤 식으로 예상하건 간에
절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아."

/애비의 대사 中


 애비는 뉴욕에서 사진공부를 하다가 자궁경부암에 걸리게 된다. 애비의 엄마는 임신 전에 먹은 임신촉진제가 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힘들어한다.그래서 그녀는 집을 나와 도로시아의 집에서 살게 된다. 그녀는 24살 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이라는 시련을 겪지만, 이를 똑바로 마주하며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나가고자 한다. 애비는 도로시아의 부탁으로 제이미에게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공유하며 페미니즘과 펑크 락에 대해 알려준다. 여성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여성의 신체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다소 보수적인 도로시아와 갈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토론하기를 꺼리지 않으며,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주어진 담담하게 살아간다.
 
 애비처럼 비수가 날아드는 인생에도 고개들어 마주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용기있게 살아가고 싶다. 그녀가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였을지도 모른다. 나와 동갑임에도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낸 그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노력해온 수많은 애비 덕분에 현대의 우리도 여전히 노력중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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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겨낼 거야. 그럴 거야.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일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금방 괜찮아져.
그래봐야 또 힘들어지지만."

/도로시아의 대사 中


 도로시아는 2차 대전중에 공군 파일럿이 되고자 했을 정도로 당찬 여성이다. 여성이기에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해온 그녀의 삶의 태도는 아들 제이미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어린 나이의 아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못을 했을 때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제이미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잘못된 부분은 명확하게 지적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제이미의 행동을 다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제이미를 이해하기 위해 한 행동들은 오히려 더 관계가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지만, 둘은 서로를 직접 마주 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녀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청할 줄 아는 사람. 아들의 취향을 이해하기 위해 클럽에 가보기도 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참고 들어보려 하는 감수성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알고있는 것들에 갇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말이다.




 
너무나도 다른 셋이지만,
우리는 분명 그들을 보며 나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20세기의 이야기지만, 
분명 우리가 똑같이 겪었던 혹은
지금도 겪고 있을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관찰하다 보니,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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