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에 시간이 덧대어지는 과정, 연극 < 뷰티풀 라이프 > [공연예술]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글 입력 2017.09.2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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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어딘가로 향하던 길 위에서, 혹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사진 한 장으로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의 모습을 발견한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걸어가는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띤다. 어느 날 나는 마음 한쪽이 따스해짐과 동시에 그들의 젊은 시절을 아주 잠깐 멋대로 그려보기도 했다. 그 많은 시간이 거슬러 올라간 그들의 청춘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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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뷰티풀 라이프 >는 내가 스치고 말았던 생각을 대신이라도 하듯 이를 꼼꼼히 연극으로 보여주었다. 배우는 단 두 명뿐이며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죽음을 앞둔 노년의 부부를 보여주는 겨울

2장: 오래된 부부를 나타내는 여름

3장: 청년과 처녀의 만남을 그리는 봄


연극은 이들 부부의 사랑의 일대기를 역순으로 살피며 관객 앞에 내려놓는다.

무대는 순옥을 끔찍이 아끼는 춘식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질투도 하고 걱정 어린 말을 아끼지 않는 춘식의 모습에서 ‘참 한결같이 예쁘게 사랑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들의 사랑도 여느 사랑이 겪는 크고 작은 세월의 어려움을 피해 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자꾸 서운하게 행동하는 자식과 며느리, 젊은 날의 육아와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부부 사이 이해의 단절 등을 겪으며 괴로워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이 이야기가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우리가 곧 춘식과 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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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그들의 이야기로 비추어진 우리네 사랑을 쭉 짚어보며 가장 또렷이 든 생각은 ‘매 순간 열심히 사랑하자’이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매 순간’이다. 지금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이를 표현하기를 더는 모른 체 하지 않아야 한다. 연애의 초반, 강한 이끌림에 의해 자연스럽게 마음을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설령 그 이끌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 사그라들지라도, 여전히 내 곁에 두고 싶고, 또 남아 있는 그 사람에게 다른 의미에서의 고마움을 느끼며 이를 새기고 표현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춘식은 오래된 결혼 생활에 익숙해져 가정에 소홀하고 낚시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를 1장의 다소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부인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킨 계기는 순옥의 시력 이상이었다. 그제야 그는 지난날 그가 마땅히 해야 했던 것들을 깨달은 것이다. 보는 사람까지 안타까워지는 춘식의 장면이지만, 당사자가 속으로 겪는 미안함과 자책의 감정은 차마 설명으로 옮기기 힘든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변을 돌아보고, 그 순간 내게 사랑을 주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있는 힘껏 사랑하자고 말하고 싶다. 극에서는 순옥의 이상 시력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회한의 늪으로 빠뜨릴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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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품고 변모하다


< 뷰티풀 라이프 >는 사랑을 보는 시각을 보다 넓혀주는 작품이다. 분명 다루는 연인은 하나인데, 관객으로 하여금 나의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어머니, 아버지, 또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까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만든다. 당신이 젊은 연인이라면 아직 겪어보지 못했을 시간을 작품을 통해 미리 엿보고 나서, 자연히 그 시간을 겪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따라서 이 작품은 20대의 눈으로 보았을 때와 30대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난 다음 보았을 때 모두 각기 다른 감상을 남길 연극이다. 시간 위에 앉은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니만큼 이를 대하는 관객에게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내 옆의 누군가가 순옥의 아픔을 겪고 있지는 않을지 생각해보며, 곧 다가오는 추석에는 많은 이들이 좀 더 넓혀진 시각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으로 고향을 방문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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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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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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