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아크라 문서

책장은 덮었으나, 책읽기는 끝나지 아니하다.
글 입력 2017.06.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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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은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읽는 동안 그 속에 가공된 세계에 흠뻑 빠져 멈출 수 없지만 다 읽고 나면 현실로 곧바로 회귀할 수 있는 책, 그리고 읽는 틈틈히 멈추어 서게 하고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음에도 그 안의 무수한 물음들이 현실까지 이어지는 책.
 
파울로코엘료의 책 '아크라문서'는 단연 후자였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위한 책인 까닭이다.
 
 
지금, 바로 여기, 나의 이야기
소설 '아크라문서'는 1099년, 십자군 전쟁이 내일로 예정된 가운데 적들의 침략을 앞둔 새벽에 일어난 대화를 기록한 것으로 예루살렘 광장에서 현자와 군중이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처럼 이 책은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을 거슬러 올라간 시간을 배경으로 한 기록이며, 내가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이 곳에서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공간의 이야기다. 게다가 군중의 답에 ‘신성한 힘’을 빌어 답을 하는 주요 화자는 콥트인 (이집트의 그리스도교인)인데, 나는 기독교에 알레르기적 거부감마저 갖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잠시 주춤했던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이 묻는 질문들이 나를 나아가게 했다.
 
'사랑은 늘 내 곁을 지나가 버립니다'
'나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떠나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천 년 후, 어느 먼 마을에서도 이와 같은 고민, 궁금증으로 답을 찾아 헤매는 이가 있을 것이 분명한 고백들이 아닌가. <연금술사>, <브리다>등 내면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파울로코엘료의 책들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이 책에서도 충분히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시간과 공간 따위는 상관이 없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설 것이다. 부족하고 어리석은 인간인 탓에 누구나 짊어지고 가야 하는 "지금, 여기, 바로 나"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겐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그러나 하늘 위에 뜬 구름이 있음을 알게 할 이야기
 
사실 패배, 고독, 쓸모 있음, 변화, 아름다움, 우아함 등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답의 연속인 탓에, 소설이라기보다는 잠언집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자의 입을 빌었지만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가 삶의 한 복판에서 자신이 맞닥뜨렸던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답은 다분히 현학적이고, 철학적인데다가 종교적인 색채가 물씬 풍긴다. 어쩌면 현실과 멀리 떨어진 ‘뜬 구름 잡기’쯤으로 여겨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조차 그런 의심에 봉착했는지 질문자의 입을 통해 “당신은 배운 게 많아 그렇게 아름다운 어휘들로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라는 외침을 전하고, 그에 답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 때문에 잠시 멈춰서서 바닥에만 고정했던 시선을 하늘 위의 뜬 구름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인생을 향해 걷는 길에 차이는 돌멩이가 많은 요즘이다. 사랑도 일도 가족도 모두 어렵기만 하다. 돌멩이들에 아파하며 언젠가부터 바닥만 보고 힘겹게 걷고 있었다. 아크라문서는 그 고민들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포기하는 사람이 패배자이고, 그 외에는 모두 승리자이다.'
'남들의 잣대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면,
내면의 태양이 점차 우리의 영혼을 찬란히 빛나게 할 것이다.'
'사랑을 보여줄 기회를 놓치지 말아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읽기를 멈추고 하늘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케 하는 문장들을 만났다. 그 덕에 지금껏 존재를 몰랐거나, 알았음에도 차마 바라보지 않았던 하늘 위에 구름을 보게 되었다. 평생 발돋움을 하고 팔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뜬 구름이라 해도 그것을 잡아보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고독’ 하였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현자가 '고독'에 관해 답한 내용을 빌어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고독의 순간에 우리 영혼은 우리에게 자유로이 말을 걸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고독’ 하였다.
 
 
 
 
  
 
[박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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