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상미술관은 미술관을 위협할까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04.17 00: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여행지에서 하는 일 중 하나는 그 지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는 일일 것이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대영 박물관,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oMA,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위 언급한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그 지역에 유치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다 최근에는, ‘가상 미술관(Virtual Museum)’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통신망 상에 가상으로 구축된 미술관 또는 그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새 형태의 미술관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국면을 맞이하여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미술관의 웹 사이트에 작품 사진 몇 점을 전시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미술관을 둘러싼 시 공간적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미술 작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VR (Virtual Reality)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집에서, 미술관을 직접 거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상 미술관의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 (GOOGLE ART PROJECT)이다. 혹시나 하여, 예전 아트인사이트 글을 뒤져보니, 한 에디터 분이 2015년에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을 발견했다. (제목: [Opinion] 새해에는 미술관으로 여행을 갑시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와 함께!)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르다. 2015년 당시에는 단순히 ‘다음(Daum)의 로드뷰’와 같은 기능으로 전시회장을 비추고, 작품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기능이었다면, 지금의 구글이 제공하는 가상 미술관은 기술의 진보에 따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작품 이미지를 기가 픽셀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매우 세밀하게 촬영되기 때문에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붓터치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술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붓터치를 볼 수 있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세밀한 붓터치를 통해 예술가의 고뇌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술관에서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지 마십시오’라는 문구와 접근 제한선 때문에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작품의 전체를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았던가.


 
1.jpg
클림트 '키스' _ 구글 아트 프로젝트 캡쳐


뿐만 아니다. 성당의 높은 천장에 있어 그냥 바라 볼 수 밖에 없던 무늬를 기가 픽셀로 하나 하나 감상할 수 있다.


2.jpg
 Quire Ceiling _ St Paul's Cathedral _ 구글 아트 프로젝트 캡쳐


어떻게 구글은 여러 미술 작품을 기가 픽셀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다음 동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과 데이터 베이스 기반이라는 특성 상, 이용자들은 작품들을 다양한 분류 체계로 분류하여 볼 수 있다. 어떤 작품을 보고 설명을 보는데, 이 작품이 어떠한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는지 모르겠고, 캔버스에 유화라는데 이런 회화 방식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슷한 양식의 다른 작품은 없는지 궁금하다? 구글이 구축한 방대한 예술 작품 데이터 베이스는 그들이 축적한 작품들을 화파에 따라, 재료에 따라 정리하여 보여준다. 아티스트 별로 작품을 정리해 보여주기도 한다.



가상미술관과 미술관의 미래


시공간의 벽을 허물은 가상미술관은 미술관을 위협하게 될까? 분명, 미술관은 가상미술관이 제시할 수 없는 원작을 전시함으로써 그를 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큰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명백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문화 명소로 기능하여, 관람객들을 유치하며 경제 효과 창출의 역할까지도 한다. 해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에 가고, 고희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기 위해 뉴욕현대미술관을 가고, 클림트의 ‘키스’를 보기 위해 벨베데레 궁전에 가지 않던가.

그러나 그 말은, 그 ‘원본’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항공권을 비롯한 수많은 비용이 전제됨을 의미한다. 비행기를 통해 갈 수 있는 해외 말고, 국내 사정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한국에는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겠지만 그 중 대다수의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 인프라는 대도시에 존재한다. 예술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생각해보았을 때, 대도시에만 존재하는 미술관은 과연 그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하는가 의문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상 미술관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접근 장벽이 높은, 미술관을 비롯한 물리적인 문화 인프라에 비해, 인터넷 기반의 가상 미술관은 진입 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 미술관과 미술관은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가상 미술관과 미술관 한 쪽이 옳다 그르다 하기 보다는, 각자가 지닌 매력과 단점을 서로가 보듬어 주며 문화와 예술의 공공성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



김민경.jpg
 

[김민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