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 앞에 서다: 다시 보는 연극, 이강백의 < 심청 >

글 입력 2017.03.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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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심청> by. 이강백 극/ 이수인 연출

출 연 
  송흥진ㅣ 정새별 ㅣ 이두성 ㅣ 박창순 ㅣ 이길 ㅣ 신안진 ㅣ 윤대홍 ㅣ 김승언 ㅣ 강명환 ㅣ 김재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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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망망대해. 그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고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는 초라하고 작은 인간. 연극 <심청>은 스스로 그 바다를 향해 몸을 던져야만 끝이 나는 인간 생애를 그린다. 산다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은 죽음이요, 완전한 생을 위한 것이라 여겼던 것이 완전한 완결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음을 문득 문득 느낄 때 가슴에 드리워지는 서늘하고 시린 압박감. 이를 이강백 작가와 극단 떼아뜨르 봄날은 역시 탁월한 언어와 연출로 표현해 냈다. 다시 보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대사들은 새롭게 가슴에 와 박혀 날카롭게 찔러 온다.

  인당수의 제물이 되었던 무수한 심청이들과 한 평생 안전한 바닷길을 위해 처녀들을 사들여 빠져 죽도록  만든 선주. 그러나 죽음의 기운은 선주에게도 드리워지고 그는 자신의 삶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죽음이 입을 벌리고 있는 곳으로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떠밀려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때 선주는 자신의 마지막 제물이 될 겉보리 스무 가마에 팔려온 가난한 집 처녀 '간난'을 만난다. 두려움에 떨고 억울해하고 분노하며 제물 심청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 굶어 죽더라도 간난으로 죽겠다고 식음을 전폐하며 버티는 간난. 늙고 노쇠하여 아픈 몸으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선주. 이상하게도 선주는 간난을 다그치지 못한다. 그녀의 결단을 기다리면서 출항을 연기하고 엄청난 손실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경리와 함께 도망치게 할까도 생각한다. 타들어가는 심정과 고통으로 초조하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면서 선주도 깨달은 것이다. 인당수로 뛰어내린 수많은 심청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막막함을, 회한과 통탄을. 두려워서, 차마 소리 내지 못했던 절규를. 그리고 그 울음과 겹쳐보이는 자신의 표정을.

  선주의 자리를 물려 받기 위해 제물 간난의 마음을 돌리려 온갖 재롱과 술수를 부리는 삼 형제의 역할과 섬세한 마임 그리고 감미로우면서도 웅장한 코러스. 연출들이 과하지 않고 조화로웠다. 자칫 너무 현학적이고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을 내용에 훌륭한 감초 역할해 주며 작품의 메세지와 시적인 대사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작년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관람했던 때와 아주 미세한 차이로 연기 연출이 조금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으나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 기억에 의하면...) 전반적인 분위기의 완급조절이나 색채감은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작품이란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서야 진짜로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연극 <심청>도 그런 작품이었다. 끝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생애에 대한 각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의 죽음, 내 곁의 이들의 죽음, 삶과 죽음의 경계, 지금 이 순간의 의미.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더 많지만 언제나 있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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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opsis >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는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어느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된 선주.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 가마에 사왔지만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지극정성 간난을 보좌하지만 소용없는 일. 설상가상, 세 아들은 간난을 설득하는 자식에게 선주자리를 맡기라 한다. 간난이 가엾어진 선주는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는데…



<크리에이티브팀>

극단 떼아뜨르 봄날ㅣ 드라마터그 우수진 | 움직임지도 이두성 | 무대 정 영 | 조명 성미림 | 의상 김동영 | 소품 박현이 | 분장 김근영 | 음악감독 박소연 | 음향 엄태훈 | 트레이너 이한나 | 사진 김두영 | 동영상 강경호 | 그래픽 김우연 | 무대감독 최소현 | 조연출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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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ㅇ 공연기간 : 2017. 3. 3(금)~ 3. 19(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3시 (월 쉼) 
ㅇ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ㅇ 러닝타임 : 110분 
ㅇ 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 
ㅇ 기획 : 두산아트센터, K아트플래닛
ㅇ 후원 : 두산아트센터 
ㅇ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ㅇ 티    켓 : 전석 30,000원 
(중고등학생 50%, 만24세 미만 청년 30%)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 1544-1555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ㅇ 문의 : 02-742-7563 
 k_artplanet@naver.com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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