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얼마나 두꺼운 가면을 쓰고 살아갈까 - 연극 "스프레이"

글 입력 2017.01.0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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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얼마나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본인이 이 연극을 감상하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이었다. 진실된 나는 어떤 모습이며 나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나는 타인에게 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을까? 정말 나다운게 존재하는 것일까?

연극 속의 주인공은 누구에게나 성실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다.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을 대할 때도 그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상대방이 아무리 자신에게 냉대하고 비아냥거려도 그는 기계처럼 깍듯하다. 그의 생활 패턴은 또 어떠한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씻고 용변을 보는 융통성을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없는 일상은 궂은 상황에서도 반드시 깍듯해야만 하는 강박을 갖고있는 것만 같다.

이쯤 되면 “저렇게 살면 정신병 걸리겠다 난 절대 저렇게 못살아” 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은 정상이 아니다. 누가 저런 상황속에서 저렇게 행동을 나타내는 사람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우린 정상적이지 않은 이 사람을 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나는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느라 저렇게 억지스러운 웃음을 보인 적이 없을까? 나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더 감추기 위해서 두꺼운 가면을 쓴 채 사람을 대하지 않았을까? 나는 얼마나 나답게 살아왔을까?

어렸을 때부터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주인공의 아버지는 늘 그에게 버력 대며 소리를 지르는게 일상이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손이 축축 해지는 그의 아들에게 “축축한놈” 이라며 비아냥거렸더랬다. 세상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아버지만큼은 그의 아들을 감싸줘야 했을 텐데 말이다. 부모로부터 온정을 받지 못했던 그는 타인으로부터도 받지 못했다. 손을 잡은 지 고작 며칠 뒤 결별 통보를 해버린 첫사랑. 모든 불행의 씨앗은 그의 축축한 손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그의 축축한 손은 옆집 여자의 택배를 훔치게 되고, 불행은 커져만 갔다.

듣기만 해도 사고회로가 뒤죽박죽 엉킨 듯한 기분이 들게하는 이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연출이 정말 돋보였다. 무대 공간의 확대, 축소, 이동과 빛의 분할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치밀하게 표현했으며 생동감이 넘쳤다. 주인공의 관점에서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에 주인공의 처절하고 비극적인 내면이 관객들에게 가감없이 전달되었다. 연극의 내용으로만 본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얻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무대 연출에서만큼은 아낌없는 찬사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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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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