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 밀정 > 과 < 암살 > 비교 : 당신의 이름은 어디에 있습니까?

글 입력 2016.10.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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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화제작 [밀정]을 봤다. [밀정]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결합과, 2016년의 남자, 공유의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제강정기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영화를 감상하면 2015년 개봉한 [암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각각의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감상하면 재미를 더 할 수 있다.


*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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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과 암살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밀정(The Age of Shadows, 2016)  암살(Assassination, 2015)
 개봉 : 2016.09.07  개봉 : 2015.07.22
 개요 : 액션, 한국  개요 : 액션, 드라마
 러닝타임 : 140분  러닝타임 : 139분
 감독 : 김지운  감독 : 최동훈
 출연 : 송강호(이정출), 공유(김우진), 한지민(연계순)  출연 : 전지현(안옥윤), 이정재(염석진), 하정우(하와이 피스톨)
 등급 : 15세 관람가  등급 : 15세 관람가




[밀정] vs [암살] 비교


1. 장르적 비교(느와르 vs 액션)
  장르적으로 본다면 [밀정]과 [암살] 모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극 액션이다. [밀정]은 3.1 운동 직후인 1920년대를 기반으로 한다. 서사의 주된 내용은 폭탄을 경성으로 운반하는 것이다.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극의 전개 중 갈등이 가장 심화되는 장소는 기차 안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히치콕의 연출방식을 떠오르게 한다. [암살]은 일본의 제국주의가 한창 아시아로 뻗어나가던 1933년을 기반으로 했다. 이 영화는 백범 김구가 이끌던 상하이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의 의열단을 중심으로 조선 주둔군 사령관 마모루 가와구치와 친일파 강인국 암살작전을 실행하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액션을 기반으로 하지만 [밀정]은 느와르적 성격이, [암살]은 액션의 성격이 더 강하다. [밀정]에서는 소위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액션신은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반면에 [암살]은 하정우와 조진웅, 전지현의 총격 액션 장면이 상당수 등장하며 극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2. 시기적 비교(희망이 존재하던 시기 vs 희망이 없던 시기) 
  [밀정]의 배경인 1920년대 우리 국민들은 1차 세계대전의 결말로 광복을 예상했지만 이는 일본이 승정국인 까닭에 수포로 돌아간다. 3.1 운동의 영향으로 일본이 소위 문화통치를 시행하자, 다양한 방면의 독립운동노선들이 형성된다. 당시 광복은 머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일본은 조선인 출신의 경찰들을 대거 등용한다. 즉 같은 민족이 서로 총을 겨누게 만든 것이다. [밀정]의 영어 제목 The Age of Shadow의 의미처럼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결정할 때가 옵니다.
이동진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어떻게 올리겠습니까.
영화 속 김원봉(이병헌)의 말처럼
이 시기 독립군들은 광복을 위해서
결정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믿었다.

  반면에 [암살]의 배경인 1930년대는 일본이 중국을 침공하고 만주를 점령하여 만주국을 수립할 정도로 제국주의의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시기였다. 광복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시기. 최동훈 감독이 암살이 초점을 맞춘 이유도 모든 것이 열세였던 조선인에게 암살이 가장 직접적이고 치면적인 작전이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안옥윤(전지현)은 이렇게 말한다.

둘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냐고? 모르지.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광복은 보이지 않지만 계속해서 싸우고 독립을 위해서 힘쓰고 있다는 독립운동가들의 의지를 담은 대사이다. 


3. 영화 진행 성격(분위기 vs 서사)
  [밀정]은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분위기와 연기력의 영화다. 김지운 감독은 일제강정기 독립투사의 의상을 원색으로, 극을 푸르스름한 분위기로 연출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연기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추가하여 이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그 캐릭터는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이다. 이정출은 조선인 출신의 일본경찰이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을 잡아서 경부(5급 공무원)까지 진급할 정도로 일본에 충성한 인물이지만 김우진(공뮤)를 만나면서 생존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송강호는 이러한 갈등 연기로 전문가들에게 시대의 맥을 연기한 배우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이정출과 김우진이 처음 만물상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김우진의 태세변환은 캐릭터의 감정을 곡진하게 표현한 듯하다. 

  반면에 [암살]은 서사의 영화이다. 1933년을 시작으로 독립이 된 후 염석진을 처벌할 때까지의 사건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밀정]이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광복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과는 다르게 [암살]은 암살 작전 이후 광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마무리한다. 배우의 연기력보다는 영화와 시간을 따라서 감상해야 이 영화를 진정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일제강정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그적 요소를 추가해 서사를 증폭했다는 것이다. [밀정]은 진지한 반면 [암살]은 코믹하다. 특히 하정우와 전지현의 러브라인은 극 중 큰 비중을 지니고 있다. 러브라인이 없으면 영화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4. 중요 배우 비교(이정출 vs 염석진)
  [밀정의 이정출과 [암살]의 염석진 모두 생존과 인간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이정출은 일본군에서 의열단으로, 염석진은 광복군에서 일본군으로 향한다. 둘의 방향은 서로 반대된다. 물론 이정출의 실존인물인 황옥이 의열단의 밀정인지, 일본경찰의 밀정인지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랬는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향하는 방향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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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카메오의 비교(이병헌 vs 조승우)
  두 영화 모두 약산 김원봉의 역할은 카메오 배우들이 연기했다. [밀정]은 이병헌, [암살]은 조승우가 연기했다. 두 영화에서 김원봉을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이병헌이 연기한 김원봉은 진중하고, 진지하며 카리스마 있다.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인 이병헌이 연기를 해서 그런지 10분의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머리 속에는 깊게 남겨진다. 특히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매료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조승우가 연기한 김원봉은 상대적으로 코믹하다. 특히 조진웅이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그 대처가 개그적인 요소다. 이병헌에 비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제강정기라는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코믹을 놓치지 않으려는 최동훈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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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정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역사적 비극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아쉽다는 기분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영화로 감상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 감상에 비교를 더한다면 가치가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E.H.Carr가 말하지 않았는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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