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디오아트의 마에스트로 백남준의 삶, '나의 사랑 백남준'

글 입력 2016.09.18 21: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비디오아트의 마에스트로 백남준의 삶, 
나의 사랑 백남준


백남준-표지입체(고해상).jpg
 

 '나의 사랑 백남준' 책의 제목에서 부터 눈치챌 수 있듯이 백남준의 뮤즈이자 평생의 동반자였던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본 예술가 백남준과 인간 백남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남준은 세계적인 플럭서스 예술가이자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지만 정작 그의 예술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고있는 일반인은 몇 없을 것이다. (나는 미술학도인데도 대학교에 들어와 그가 비디오아트 외에 플럭서스 작업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책은 여타 어려운 미술서적과는 다르게 구보타 시게코 여사의 주관이 적절히 스며 접근이 쉬웠다. 백남준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가볍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책은 챕터 5로 나뉘어 그의 인생 굴곡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챕터 1에는 시게코와 백남준의 성장배경, 그리고 백남준에 대한 시게코의 강렬한 첫 인상이 설명되어 있다. 백남준의 성장배경에 대해 사람들이 말할 때 항상 나오는 가정이 있다. '만약 그가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렀어도 지금과 같은 업적을 누릴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이 하는 가정에 백남준은 만약 전쟁이 나지 않았고, 떠돌아 다니지 않았다면 자신은 어쩌면 서울대를 졸업해 음대교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평생을 유목민으로 살며 조국을 그리워한 백남준을 그자리로 오르게 해준 원동력이 한국의 전쟁이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운명이었다. 

 챕터 2에서는 본격적으로 플럭서스에 가담한 백남준과 시게코, 그리고 백남준의 뮤즈로 등장한 샬롯 무어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게코의 작품중 '버자이너 페인팅'은 처음봤을 때 탄생비화가 매우 궁금했던 작업이었기에 이에 관련된 비화가 나왔을 때 정말 반가웠다. 페미니즘적인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여겨 궁금했던 것이었는데 백남준의 지시였다니 좀 김빠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백남준은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작점에 샬롯 무어만이 있는데 그와 샬롯의 만남은 음악계에, 미술계에 한 획을 그을 윈-윈의 만남이었다고 생각된다.

 챕터 3는 작가로서 입지를 찾아가는 시게코의 모습과 백남준과 그녀의 결혼식 이야기가 실려있다. 단연 눈에 띄는 이야기는 결혼식이었는데 자신의 병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니 묘한 기분에 쌓인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백남준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그녀의 사랑에 대한 백남준의 자그마한 보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챕터 4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그의 성격에 대한 시게코의 관찰과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비화였다. 백남준의 모습을 떠올리면 큰 주머니가 달린 와이셔츠와 멜빵바지가 자연스레 생각난다. 이가 사실은 무관심한 성격탓이었다니. 아내인 시게코의 꼼꼼한 성격을 떠올리자 타박하는 아내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한편으로는 그의 캐릭터가 확실한 탓에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은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최대의 인공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제작하기 위해 각국의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까지 고려했다니 작품에 관해서는 굉장히 꼼꼼했던 사람이구나 싶었다.

 마지막 챕터 5에서는 말년의 백남준을 볼 수 있었는데 다양한 나라를 누리며 스케일이 큰 작품을 해오던 백남준에게 얼마나 갑갑한 시기였는지 글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버틴 원동력은 옆에서 성심성의껏 수발해준 시게코의 덕이 크다고 느꼈다. 마지막 챕터에서도 그의 여러작품이 소개 되었는데 그 중 '천수관음'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아프니 시게코가 손이 천 개 달린 부처님같다는 의미의 천진한 그림은 시게코를 향한 미안함과 사랑이 묻어나와 가슴이 아팠다.

 '나의 사랑 백남준' 책은 백남준의 전반적인 예술관을 가볍게 살피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또한 이 분야에 생소한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에피소드에 대한 배경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한 구보타 시게코와 백남준의 일종의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담담한 글속에 담뿍 묻어난 서로에 대한 사랑은 남은 사람들에게 절절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어 꼭 추천하고 싶다.

 
[나유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