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관도 죄다." 연극 '진홍빛 소녀'

글 입력 2016.05.0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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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진홍빛 소녀>를보고 왔다.
<진홍빛 소녀>는2인극으로, 두 명의 배우만이 등장해 극을 이끌어나간다.
두 사람의 호흡만으로 극이 진행되는데도 빈틈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의감정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
 

은진과 이혁은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이혁은 15세 때 부유한 집안으로 입양되어 현재는 명문대 교수이고,
은진은 보육원 방화사건으로 무기징역수이다. 
어느 날, 이혁이 학교 수업으로 마치고 도착한 집에는 은진이 있다.
은진은 "내가 원하는 게 뭘까?"를 되물으며 답을 할 때까지 협박을 시작한다.....


좋았던 점은 극을 처음 시작할 때 관객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조명이 깜깜하게 꺼졌고 
잠시 뒤 조명이 다시 켜지자 눈 앞에는 이혁이 서있었다.

관객들에게 강의를 하는 교수로서 이혁은 수업 시간에 울린 휴대폰 진동에 대해 한마디 한다.
"옆 친구가 휴대폰을 끄지 않았는데도 그걸 방관하면 그 또한 책임이 있는거야."라면서 
모두 핸드폰을 껐는지 거듭 확인한다.

진동이 울린 휴대폰이 자신의 것임을 알고는 웃으며 
"오늘 강의실 청소는 내가 하는 걸로!"라며 강의를 마무리 짓는다. 
학생이 된 관객들은 첫 장면에서 모두 웃었지만
그러면서도 잠시 뒤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을 것이다.


이혁의 집이라는 한 장소 안에서 두 인물의 감정이 극한까지 치닫는데,
시간이 갈수록 공연장 안의 공기조차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극 중에 일어난 일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은진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른 보육원 원장이나, 
사랑하는 여자를 외면하고 진실을 밝히려하지 않은 채 혼자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혁을 
원망해버린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이 진행될수록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쓴 은진이 불쌍해지는 만큼이나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모두 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
나도 방관자 혹은 가해자 중 한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사고의 잠재적 피해자들이다.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방관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앞으로 생겨날 또다른 잠재적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관도 죄인 것이다.


<진홍빛 소녀>를 보면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과 이제는 지겹다며 그만하자는 사람들도 많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
책임을 묻고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그 일들과 아무 상관없는 제 3자가 아니다.

그런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또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고, 작든 크든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한다.


"방관도 죄다."라는 말은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서 아무런 감흥이 없는 말이 되었지만
<진홍빛 소녀>를 보면서 또다시 그 말의 무거움을 새삼 느끼게 된 것 같다.


[이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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