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빛과 색채, 편하고 먹먹한 그림들 『모네, 빛을 그리다 展』
글 입력 2016.04.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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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모네, 빛을 그리다 展>에 다녀왔다. 전쟁기념관은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넓었고 광장 같이 되어있어서 멋있었다. 입구에서부터 기분 좋게 들어갔던 전시회는 생각보다 정말 볼만했다.앵콜 연장으로 열린 모네 전시회는 미디어 아트로 재현된 모네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에 깔린 차분한 음악은 전체적인 전시 분위기를 잘 조성해준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들으며 입구에서 모네의 생애를 보았다. 모네 역시 다른 천재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다. 지금은 유명한 작품인 <해돋이,인상> 외 여러 작품을 살롱에 출품해보았지만 인상주의가 낯설었던 당시 사람들에게서 혹평을 받기 일쑤였다. 그리고 돈에 쪼들려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살기도 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죽는 바람에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인상주의 이전에는 대부분 화가들이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묘사해 그렸다면,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에 따른 변화무쌍하고도 강렬한 색감을 표현했다. 모네는 대상을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다 느슨한 듯 고르지 못한 붓질과 터치로 스케치 같은 특성의 그림을 그려냈다. 이것은 수많은 예술적 관습을 타파했던 중요한 미술사적 사조였다. 모네를 포함한 인상주의파 화가들은 처음에 사람들에게서 혹평을 받았지만 자신의 눈이 본 그대로를 그렸다.위의 문구에서도 볼 수 있듯, 모네는 자연과의 법칙과 조화 속에 그림을 그리고 생활하는 것 이외에 다른 운명을 갈망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자연에 몰입해있었다. 아마도 그가 자연을 매우 아름답고 경이롭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왠지 모네는 시간과 빛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자연을 보며 일종의 종교적인 경험의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어떤 시인들은 자연을 보며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고 절망적인 시를 쓴다. 또 반면에 다른 시인들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노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자연을 보며 저마다의 느낌과 감정들을 작품에 담아내는데, 모네의 경우는 인상주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볼 때마다 달리 보이는 자연의 모습을 끈질기게 관찰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똑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빛과 시간, 날씨 등등 여러 변수로 인해 풍경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것을 보며 느끼는 인간의 찰나의 감정 역시 달라지곤 한다. 나는 모네가 그런 찰나의 감정까지도 그림에 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정확하고 세밀하진 않지만 흐릿하고 스쳐가는 듯한 붓터치에서 오히려 다양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미디어 아트로 움직이는 영상을 보니 마치 내가 모네가 되어 자연을 관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네가 이런 곳에서 이런 시선으로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구나’, ‘이런 풍경을 담아내고 싶었던 거구나’하며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치 모네가 된 기분도 들었고, 모네가 옆에 있는 기분도 들었다. 아마도 미디어 아트로 보여주었기에 이런 효과가 컸던 것 같다.모네의 그림을 보면서 편안하기도 했고, 먹먹하기도 했다. 새벽녘 동이 트는 모습의 <인상, 해돋이>는 감동적이었고, 카미유를 그린 그림이나 건초 더미 그림, 수련 그림들 역시 아름다웠다.내가 비록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모네에게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시골에 자라 자연을 매우 좋아했던 나는 그림 대신 사진으로 풍경을 담아내곤 했다. 똑같은 하늘이라도 새벽과 노을 질 때 등 항상 다르게 보이는 게 너무 신기했고, 그게 아름다워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취미는 지금도 갖고 있다. 지금도 시시각각 달라보이는 자연 풍경이 마음에 들면 사진으로 찍어두곤 한다. 하지만 그림은 사진과 또 다른 감동이 있는 것 같다. 모네만의 시선으로 그린 그림에서 화가를 느낄 수도 있고, 그만의 색채에서 오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음악이나 그림들이 너무 좋아서 전시를 돌다보니 세 시간이 훌쩍 가있었다. 더 보고 싶었지만 다리가 아프기도 했고 전시가 끝날 시간이라 나와야했다. 좀 아쉬워서 다음에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또 가고 싶었다.누군가가 인상주의 그림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마치 인상주의 그림이 그렇듯 확실하고 정확하게 표현을 못하겠지만, 아마도 아름다운 빛, 색채와 찰나의 인상에서 오는 먹먹한 감정이라고 말할 것 같다. 나는 그림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림에 일생을 바친 클로드 모네에게 감사했다.[이해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