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

글 입력 2016.02.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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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
 
 
 
1. 온조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여정
 
이전 프리뷰에서 선 보인 바와 같이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은  ‘시간’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정체성 모호한 청소년기의 불안함과 상실감을 실제 시간을 팔고 받는 비즈니스의 관계로 부탁을 받고 의뢰를 수행하는 ‘온조’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람 대 사람과 가족 대 가족, 사회 대 사회라는 틀을 완성시킨 작품이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틀에서 만나게 된 연극은 ‘온조’가 만나는 이들과 그녀가 수행하는 과제이자 임무를 빠른 전개 속에서 보여준다.
 
제한된 공간인 무대에서 다양한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숨가쁘게 진행되어야 하는 조건 속에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뒷 얘기들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범인이 누구인지, 의뢰인이 누구인지, 알쏭달쏭한 실마리들이 실타래처럼 엮어 전개되는 연극은 관객들이 함께 온조의 시간 속으로 떠나게끔 자아냈다.
 
소방관이셨던 온조 아버지, 시간의 신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시간을 파는 상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복선을 제공해주며 아버지의 부재를,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재회를 모두 ‘시간’이 선물해주고 나눠준 것임을 알게 해 주었다.
 

 
2. 4인 4색, 재치 만점 배우의 무대
 
대학로의 연극이 묘미는 바로 배우들의 ‘멀티 플레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 또한 4명의 배우가 그 이상의 역할들을 소화하며 재치 만점의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내가 관람했던 2월 13일 토요일에는 겨울비가 내려 대학로까지 가기에 어려움이 컸지만, 가득 채운 관객들을 맞이한 4명의 배우들은 각기 맡은 역할에 에드립을 더해 관람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무대였다. (맨 앞 줄 남자 어린이의 뻥뻥 터진 웃음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사실 청소년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10대들의 감수성을 어떻게 표현할 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지만, 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많이 했다고나 할까? 베테랑처럼 예상치 못한 관객들의 반응에도 물 흐르듯 유연하게 대처하며, 무대 속으로 흡입되듯 약 90분 동안 쉴 틈 없이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우리를 초대하였다.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갈등의 10대를 연기해 준 남자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고, 1인 2역을 맡은 주인공의 두 여자 친구 역할은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닌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게 연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온조와 썸 아닌 썸을 탔었던 닉네임 네곁에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의 깨알 같았던 재미도 지금 생각하니 웃음보가 터진다. 원작을 재치 있게 각색한 포인트도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 관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던, 4인 4색, 아니 그 이상의 연기와 배우들의 노력이 돋보였던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은 그렇게 나의 2월의 토요일 저녁을 가득 채워 주었다.
 

 
3. ‘시간’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선물하다
 
‘시간’이라 하면, 다양한 사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굉장히 상대적이면서도 이론적인 개념을 가진 단어라고나 할까? 물리적으로 풀자면, 지구의 자전 주기를 재서 얻은 단위가 될 수 있고, 철학적으로 풀자면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무한히 연속되는 것, 사물의 현상이나 운동 등의 계기성과 지속성을 규정하는 객관적인 존재 형식을 말하기도 한다.
 
 
어떠한 측면으로 바라보든 우리가 점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바로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원작 소설에는 이러한 글귀가 있다.
 
 
어느 순간,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물리적으로 확 다가왔다. 어느 한곳에 매어 시급을 받는 것보다 일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시급도 올려 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운영하는 오너가 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사갈까? 사람들마다 그들 앞에 놓인 시간의 모습은 그들의 수만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날 시간도 그들의 다변적인 모습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시간을 판다……. 생각할수록 묘한 끌림이 있었다. (39쪽)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사갈까? 사람들마다 그들 앞에 놓인 시간의 모습은 그들의 수만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날 시간도 그들의 다변적인 모습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시간을 판다……. 생각할수록 묘한 끌림이 있었다. (39쪽)
 
 
 
아버지의 죽음 후 찾아온 부재감과 상실감, 온조는 온전히 홀로 그 ‘시간’을 감당해 오며 꿋꿋하게 제 자리와 삶을 살아갔다. 긍정적이고 모든 이에게 희망 에너지를 선사해주는 온조가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며 만나게 된 수많은 인연과 에피소드는 거래에서 시작했지만, 아마 그 상점은 거래를 너머 ‘시간’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선물했으리라 믿는다. 당신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며칠 전 나는 다른 리뷰에서 이런 말을 쓰기도 했다.
 
 
올 봄에는 달달한 카페라떼처럼 심쿵한 연애를 하며 사랑하고 싶다.
내 사람과 그렇게 연애하며 봄날을 보내고 싶다.
내 곁에 누군가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한다 말해도 부족한 날들이니까 말이다.
 
 
지금의 난 시간이 주는 감사함에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는 중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 당신은 현재 과거를 탓하고 있는지, 다가올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아니면 후회를 하고 있는지 어떤지 궁금하다. ‘시간’이란 영속성을 붙잡고 싶다면, 먼저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은 3만 일도 채 되지 않는다.
삶 전체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우린 지금 몇 시쯤 됐을까? 아마도 새벽 다섯 시?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 거기 하늘만은 너와 함께 있다.
희망은 도처에 널려 있다. 발길에 차이는 희망, 그것은 기꺼이 허리 숙여 줍는 자의 것이다.
네 절정은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너의 절정이다. (203~204쪽)
앞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은 3만 일도 채 되지 않는다.
삶 전체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우린 지금 몇 시쯤 됐을까? 아마도 새벽 다섯 시?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 거기 하늘만은 너와 함께 있다.
희망은 도처에 널려 있다. 발길에 차이는 희망, 그것은 기꺼이 허리 숙여 줍는 자의 것이다.
네 절정은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너의 절정이다. (203~204쪽)
 
 
온조는 앞으로 다가올 밝은 미래를 소중한 이들과 그리고 시간을 파는 상점과 함께 하며 소설도 연극도 마무리 된다. 나의 절정, 그리고 당신의 절정, 그 절정 속에서 당신은 희망과 함께 하는지 궁금해지는 겨울의 끝자락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시간 속으로, 온조의 시간 속으로 함께 떠나보면 어떨까?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은 바로 당신의 선물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 글은 Art, Culture, Education - NEWS 아트인사이트 (www.artinsight.co.kr)과 함께 합니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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