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난히 생각에 많이 잠겼던,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

글 입력 2016.01.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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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생각에 많이 잠겼던,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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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날이 많이 추웠던 토요일,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을 관람하기 위해 대학로로 향했다.

진홍빛 소녀와 잠수괴물은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공연이었다. 참 괜찮은 2인극을 볼 생각에 그리고 쉽지 않은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연 전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2인극 페스티벌에서 수상을 받은 작품이라 그런지 객석 안은 관객들로 빼곡히 매웠다. 하지만 객석 단차가 높지 않아서 앞사람에 가려 무대가 잘 보이지않아 불편함도 느꼈다.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있고, 중간 인터미션을 통해 무대 장치와 소품을 바꾸어, 한 공연에서 전혀 새로운 내용의 두 작품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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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진홍빛 소녀 무대


1부는 영화 도가니를 생각하게 만드는 진홍빛 소녀였다. 진홍빛 소녀는 15년 전 51명의 사상자를 낸 방화사건을 이야기한다. 방화사건으로 무기징역수로 살고 있는 '은진'이 쉬휴 중에 공범자였던 '혁'의 집을 찾아온다. '혁'은 공범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은진은 혁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지만 혁은 부인하고 외면하며 오히려 은진을 제압하려 한다. 은진은 기회를 잡아 혁을 결박하고 죄를 심문하기 시작하고, 고아원에서 지냈건 끔찍한 악몽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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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진홍빛 소녀 공연 사진


공연이 시작하고, 나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극에 몰입했다. 
처음엔 은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잘 살고 있는 혁을 왜 찾아와 괴롭히는지 너무하다 싶었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될 수록 은진이 이해가 되고 가슴이 아려왔다. 어릴 적 은진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고 살아왔는지, 그 삶 속에서 혁이라는 존재는 은진에게 커다란 희망이었고 단 하나의 동아줄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극 초반 은진의 행동이 어리석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15년 전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 수록, 나는 은진을 이해했다. 은진이 왜 이래야만 했는지, 왜 지금과 같은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은진이 이해가 될 수록 혁의 행동이 화가 났다. 인정을 하지 않는 모습(그래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추악하고 불쌍한지 다시끔 느끼게 해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15년이 흐른 현재를 사는 혁에게, 아이를 살리는 일이 은진보다 중요하고, 아이를 위해 입발린 소리를 하는 것도 눈에 보이는 추악한 변명을 하는 것도 한 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쾌락을 위해 희생되었던 아이들이 성장해 또 다른 누군가를 해치고 있다는 것. 한 번에 이번 공연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가슴이 먹먹했고 화가 났고 눈물이 났던 무거웠던 연극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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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ㅣ 뮤지컬 잠수괴물 무대


2부의 공연은 뮤지컬 잠수괴물이였다. 
보통 소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은 CD를 틀어놓고 하기 마련인데, 잠수괴물은 직접 곡을 연주해 진행한다는 점이 참 좋았다. 잠수괴물은 아버지와 아들이 잠수정에 갇히고, 그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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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ㅣ 뮤지컬 잠수괴물 공연 사진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잠수괴물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었지만 공연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나지 않아 나의 기대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극의 첫 소절은 아들역을 맡은 배우가 불렀는데 정말 취향적격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음색이며, 성량이며 너무나 맘에 들었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넘버를 통해 정확한 대사와 내용을 전달해줘야하는데, 아버지를 연기하는 배우분의 노래와 가사전달은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고 공연에 집중하고 싶지만 자꾸만 음을 이탈하고 가사는 안들렸기 때문에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잠수괴물의 작품 내용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지만 어떤 결말로 끝이 날지 예상되는 내용이었다. 가족이지만 처참하고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진다면 인간의 추악한 본능과 욕망에 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감춰지고 안보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아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속 가족의 이야기를 한시간 안에 끝을 내야하니 또 한편으로는 감정을 잡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감정선을 이해해야 극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데, 공연이 시작하고 첫 넘버에서 실망한 후론 집중이 되지않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가장 중요한 넘버라고 생각하는데 틀릴까봐 조마조마했던게 가장 컸던거 같다.
잠수괴물은 배우가 조금만 더 노래를 잘 부르셨다면 더욱 좋은 작품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않는다. 

1부와 2부의 공연 내용과 장르가 확연히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울컥울컥했었다. 한 공연장에서 서로 다른 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참으로 괜찮은 작품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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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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