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Review-연극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글 입력 201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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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62번째 문화초대_연극_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짬뽕을 먹고 싶을때 괜시리 짜장도 먹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탄생한게 짬짜면 아닐까 싶다. 이런 일종의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 짬짜면은 그들의 고뇌를 풀어 줄 단 하나의 열쇠일지도 모른다. 하나를 맛보면 또 다른 것을 맛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백분 고려한 연극이 있다. 한 번에 두 개의 연극을 모두 맛 볼 수 있는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이 되겠다.

연극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은 '진홍빛 소녀'라는 연극과 '잠수괴물'이란 연극 두 개가 합쳐진 연극으로 지금껏 접해 볼 수 없었던 두 연극의 매력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동시에 선보이는 두 개의 연극은 각각 어떤 느낌을 가져다 줄지 연극 시작 전 무척 기대가 되었다. 맨 처음 진홍빛 소녀의 막이 올랐고 약 한시간 정도의 공연 이후에 쉬는 시간을 갖고, 잠수괴물의 막이 올라오는 전개로 연극은 진행되었다. 한 편의 연극이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 안에 두 편의 연극을 봤던지라 한편으로는 색다르기도 또 한편으로는 두 개의 연극에 집중해야해서 다소 피로하기도 했다. 연극을 보고 생각하니, 두 편의 연극 모두 순수를 다루기보다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본능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주가 되었기에 피로를 느꼈는게 아닐까 싶다. 연극을 보는 내내 이 두개의 연극이 가지는 공통점, 연관성은 무엇일지 의문을 가졌다. 연극을 보고나서는 알 듯 말 듯 한 연관성을 찾아냈다. 가장 내면에 위치한 인간의 극단적인 면을 두 편의 연극은 그 누구보다 잘 나타냈다. 오직 인간이 위태로움 그 자체에 빠지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그런 행동을 두 편의 연극은 서스름 없이 솔직하게 말한다. 

'진홍빛 소녀'의 줄거리를 간략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홍빛 소녀'는 자신의 안일한 삶을 위해 다른 이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들어 있는 모습을 고아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고아원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은진과 이혁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낸다. 특히 은진은 어린 시절부터 고아원 원장에 의해 강제성추행까지 겪게 되면서, 더욱 더 자신의 고통스런 삶을 구원해 줄 유일한 사람으로 이혁에게 마음을 준다. 하지만, 이혁이 입양을 가게 되고 둘은 그들이 18살이 되면 결혼을 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18살의 생일에 고아원을 들린 이혁의 실수로 창고에 화재가 발생한다. 이때, 은진은 자신의 소름끼치는 고아원생활, 고아원 원장으로부터의 강제추행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돕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감시하는 그들 모두를 증오하며, 이들이 화염을 피해 밖으로 도망쳐 나오지 못하게 문을 잠근다. 결국, 고아원 사람 모두가 죽게 되고, 방화범으로 잡힌 은진은 이혁의 실수를 말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은진의 기대와 달리 이혁은 은진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다른 여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간다. 은진은 자신을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이혁을 찾기 위해,얼마 남지 않은 징역 기간에 주어지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인 4박5일 귀휴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은진은 어린시절 함께 했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이혁을 찾아 그 동안에 생긴 긴 시간의 틈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이혁에게 과거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이혁은 순간 순간 반성하고 그때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는 듯 해 보이지만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한 수단일 뿐 진실된 뉘우침을 보이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점에서 나는 이혁이 굉장한 위선자라는 것을 느꼈다. 어찌되었든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행한 과거의 행적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고 과거의 일을 그저 과거의 시점에서 덮어 두려는 태도도 그가 상당히 위선자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부분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더욱 선명해져서 과거에서 한걸음도 못 걸어나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진홍빛 소녀'를 보면서 과거에서 단 한걸음도 나오지 못하고 살아가는 은진과 과거에서 이미 저 멀리 도망쳐 은진과 함께였던 과거는 나몰라라하는 이혁, 이 두사람을 보면서 시간은 흐르지만 과거는 흐르기도 멈춰서 고여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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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소녀'의 막이 내리고 십 여분 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잠수괴물'의 막이 올랐다. '잠수괴물'의 스토리는 이렇다. 해군 대령으로 있는 아버지와 해군 대위로 있는 아들이 잠수함을 타고 작전 근무를 펼치던 도중에 잠수함이 좌초되면서 아들과 아버지의 생존 문제로 서로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잠수함을 탔지만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렇다. 해군 복무를 30년가량 한 베테랑 해군대령이지만, 그의 꿈인 스타를 닿는 것은 앞으로 만기전역이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이라 불가능한 상황이나 다름없다.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유일한 그의 콤플렉스로 남았다. 어렸을 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명예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강준찬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반쪽 자리 인생의 해군대령이다. 그러던 그에게 해마호 시범항해라는 인생역전의 기회가 오게 되어 포기했던 꿈을 이루고자 도전하게 된다.
반면에 아들은 이렇다.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아들이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엘리트 해군 대위.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길을 따라 군인이 되었다. 어렸을 적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자신의 가정을 만드는 것 또한 그의 소박한 꿈 중 하나다. 그래서 현재 아버지가 반대하는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릴 수 있는 아들이 되어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자 해마호 시범항해에 몸소 자원한다.

이들의 갈등은 그들이 타고 있는 해마호가 좌초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모두가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역시나 연극이다. 그들 중 단 한명만이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려고 아들을 살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를 나누는데, 대화 속에는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서운한 점이 있다.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과 해군 대령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엄격한 권위 그 자체에 대한 아들의 원망은 너무나도 깊게 녹아내려있었다. 이 둘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결국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음을 택하라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방아쇠를 겨누고 만다. 그렇게 아들은 자신의 엄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고 만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고서 무전이 날라온다. 그들은 지하 몇 십 km에서 좌초된 것이 아니라 지하 30 몇 미터에서 좌초된 것이니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기다리라는 무전이 날라온 것이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아들을 보낸 아버지의 후회는 금새 잠수함을 뒤덮고 막은 그렇게 끝난다.

사실 '잠수괴물'은 연극을 보고나서 인상깊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공감되지 않고 주인공들에게 닥친 시련도 그렇게 신빙성있어보이진 않았다. 나는 이런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아들이기 이전에 인간일 수 있겠지만, 아버지는 인간이기 이전에 아버지라는 것을. 그만큼 아버지의 무게, 아버지의 책임감은 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닐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그저 아버지란 사람을 아들을 끌어안고가는 존재가 아닌 끌어 안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내치지도 않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나는 이 극에서 주인공으로 아버지의 역할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만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두 가지의 연극을 모두 보니, 종합선물세트를 얻은것만 같다. 
하지만 두 편의 연극이 약간은 비슷했던 터라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짬짜면을 먹은 것 같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던 연극이라 매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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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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