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 알레산드로 멘디니전

글 입력 2016.01.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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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멘디니展 - 디자인으로 쓴 시
Alessandro Mendini Exhibition - The Poetry of Design


 2015.10.09 ~ 2016.02.28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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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시와 같고 미소와 로맨스를 건넨다”
“삶은 아름다운 것과 연결되어 있고,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 A.Mend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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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즐겁게 바라보자! 디자인에서 삶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디자인관에서 진행중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전은 이미 시작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고, 전시가 진행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초대형 전시라는 점, 멘디니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의 것까지 총 600여 점이라는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는 점, 그리고 전시 기획부터 하나하나 멘디니가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전시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전을 보고 나면 '전시'를 보고 나왔다는 느낌보다는, 테마파크와 같은 '멘디니월드'를 한바퀴 구경하고 온 느낌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전시를 '관람'한다는 생각보다는 부담없이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간다는 마음으로 이번 멘디니 전시를 보러 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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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전시장에 막 입장하니 도슨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얼른 친구와 함께 도슨트를 듣기 위해 달려갔다. 도슨트는 프루스트의 의자 작품부터 들을 수 있었다.

멘디니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프루스트의 의자이다. 현재는 텅 비어있는 작품 바로 앞 공간에 사실은 다른 작품이 하나 더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큐레이터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원래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시는 모든 작품을 만져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됬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시 2주 만에 작품이 파손되는 사고가 계속 일어났고 이렇게 파손된 작품을 새로 제작하거나 교체하는데 짧게는 몇달 길게는 일년 이상이 걸려 결국 현재는 중요 작품들은 눈으로만 감상하게끔 제한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 원래 있던 작품도 파손이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하셨다.

실제 유럽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없었던 지라, 이러한 상황을 멘디니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작품이 파손되어 교체해야하는 상황에서도 멘디니는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고) 이 말을 듣고 있으면서 같은 한국인으로써 굉장히 부끄러웠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많이 발전하고 개선해나갈 점이 많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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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말한다. 디자인이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남자를 위한 가구' 작품일 것이다. 

이 작품은 사실 수납장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아래 회색 받침대가 본래 목적인 수납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납장 위에 보다 더 크고 화려한 장식이 달려있다. 이를 두고 기능주의자들은 장식의 비효율성을 비판한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보며 관람객들은 이리저리 둘러보고 신기해하고 또 즐거워한다. 이렇듯 어찌보면 실용성은 전혀 없을지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이러한 재미를 주는 디자인이라면 이미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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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알레산드로 멘디니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물건만큼은 알 것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히트친 상품 알레시(Alessi)의 와인오프너 '안나'이다. '안나'라는 이 모델의 이름은 멘디니의 전 연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와인오프너의 여자 모습처럼 단발머리에 목이 길었다고 설명해주시는데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와인오프너의 인기가 어느정도냐고 하니, 이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수익만으로도 평생을 먹고 살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디니가 (그의 나이를 생각해본다면) 여전히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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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의 또 다른 유명 작품인 '아몰레또'이다. 보시다시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스탠드로 사용하는 그 조명이 맞다. 이 작품의 경우 멘디니가 그의 손녀를 위해 만든 것으로 손녀의 눈 건강을 위해 조명의 모양부터 조도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몰랐는데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 사무실 책상 위에 저 조명이 하나씩 설치되어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너무나 예뻐서 돈만 있다면 당장 하나 구입해서 책상 위에 설치해두고 싶은 마음이 백만번도 넘게 들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뛰어넘을 수 없었기에 그 마음을 백만번 고이 접어두었지만 말이다.

이 전시를 보다보면 이렇게 충동이 불쑥불쑥 찾아오는데, 그 충동을 억누르고 전시장을 떠나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마지막 전시장 겸 아트샵에서 한참을 구경하는데 눈 앞에 두고 선 내 마음이 정말이지 너무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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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마지막 부분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람의 형상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혀 사람이라고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 그래서 이 멘디니의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 알레산드로 멘디니전은 특히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러 오는 가족 관람객을 많이 볼 수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작품들을 보며 상상을 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는 '차가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과 같은 기계와 함께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의 여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이번 전시는 비록 전시를 관람하는 그 잠깐 뿐일지라도, 이렇게 우리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멘디니의 디자인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감성을 이끌어내고 상상을 하도록 자극시켜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멘디니가 말하는 '디자인'의 힘이자, 멘디니의 디자인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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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렇게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멘디니. 도슨트 마지막에 큐레이터분께서 멘디니에 대해 해주셨던 말은 전시와 관련없이 모든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스스로를 강하게 믿어라. 돈을 쫒지 마라"
"그렇다면 평생을 꿈을 쫒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60세 이전의 삶은 꿈을 찾아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과도 같았다"
"지금에서야 온전히 나는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 A.Mendini


  






이 전시는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와 함께한 관람이었습니다.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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