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ature 08. '한자와 나오키' 통쾌한 은행 부패 척결극 (feat. 직장인 판타지)

글 입력 2023.12.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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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은행,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저도 예전에는 통장 정리를 하거나 돈을 인출할 때는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했었는데요. 요새는 현금을 출금할 일도 별로 없고,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모바일 앱을 통해서 가능하다 보니 은행에 갈 일이 없더라고요. 또, 직장을 다니면서 은행 가는 일이 쉽지도 않고요. (직장인의 은행 갈 시간을 보장해 달라!)


은행도 이걸 알고 있는지, 점차 지점 수를 줄이고 있다는 뉴스도 본 것 같아요. 아직 대출과 같이 큰돈이 오고 가는 일에는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걸로 아는데 말이죠. 또, 저희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어르신들은 전자기기가 익숙지 않아 여전히 은행을 방문해야 할 텐데 큰일입니다. 은행이 참.. 자주 방문하지는 않지만 막상 없어지면 큰일인, 계륵 비스무리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은행에서 일반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비리가 만연해있다면? 은행에서 사람들은 권력 다툼을 어떤 식으로 하는 걸까요?


처음 이 시리즈를 쓸 때는 내 마음속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 of 명작을 소개하고자 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 기준을 넘기는 작품이 많지 않더라고요. 아니, 있기는 한데 대부분 웹툰, 만화 쪽에 치우쳐져 있어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쓰질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본 것 중에 재미있었고 맘에 많이 들었다면 써보자"라고 노선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그래야 쓸 수가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요 근래 재미있게 본 드라마를 한 편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당하면 갚아준다. 배로 갚아준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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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작품의 제목이자 이름인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는 일본 최대 은행인 구 산업중앙은행 > 현 도쿄중앙은행의 엘리트 은행원입니다. 어렸을 때 집안 사업이 망하고 아버지를 잃는 다소 불운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의 복수’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노력해서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자와의 집안은 ‘나사’를 만드는 공장이었습니다. 단순 기계 자동화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정교하고 인력의 가치를 담은 나사를요. 분명히 혁신적이고 좋은 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계속 거래를 유지해 오던 산업중앙은행은 더 이상 이 공장의 나사는 투자로써의 가치가 없다 판단하여 그들에게 대출을 중단해요. 사업을 위해 여러 협력 업체에서 지원을 받았으나 갑작스러운 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인해 막대한 돈을 갚을 방도가 사라져 버린 나머지 한자와의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의 나사의 발전 가능성을 알아본 다른 신용금고 은행의 사원이 방문하기 바로 직전에 말예요.


그런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죽도록 공부하여 도쿄중앙은행에 입사, 뛰어난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던 한자와에게 어느 날 비상사태가 일어납니다. 당시 한자와가 일하고 있던 오사카 서부 지점 은행에서 오사카 철강 사업체에게 담보도 없이 거액의 돈 5억 엔을 대출해 줬지만, 대뜸 철강 회사가 부도처리를 내고 문을 닫아버립니다. 은행이란 곳이 담보도 없이 왜 그렇게 큰돈을 줬냐 그러면, 은행 지점장이 융자 목표를 달성해 본점 특별상을 받으려 했거든요.


윗선의 독단적이고 잘못된 선택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를 바 없이 아랫사람에게 이를 전가시키고 꼬리를 자르려 합니다. 그 아랫사람이 바로 한자와고요. 어처구니없이 횡령당한 5억 엔을 되찾는 일을 시작으로, 한자와는 이세시마 호텔의 경영 관리 등 은행 내부에서 만연하게 일어나는 부정부패와 비리에 맞서 싸웁니다.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엘리트라 불릴 만한 상황대처능력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한자와 나오키>의 이야기예요.


 


COMMNET


 

<한자와 나오키> 작품은 이케이도 준의 소설 「オレたちバブル (우리들 버블 입행조)」와 「オレたち花のバブル組(우리들 꽃의 버블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에요. 책을 정말 잘 각색했는지, 드라마 완성도가 정말 높더라고요. 드라마는 영화보다 러닝타임이 길다 보니 재미없으면 보다가 좀 쉬고 나중에 보거나 하는데 이 작품은 앉은.. 아니, 누운 자리에서 그냥 세네 편을 연달아 보곤 했어요. 1기를 벌써 다 보고 2기를 보고 있는데 한 화 한 화를 볼 때마다 아깝습니다.


<한자와 나오키> 작품은 그전에 <리갈 하이>를 너무 재밌게 본 나머지 배우 '사카이 마사토'가 나온 또 다른 작품이 무엇이 있나 찾아보다 발견했어요. <리갈 하이>에서는 그렇게 캐릭터가 재수 없을 수가 없었는데, <한자와 나오키>에서는 진짜, 너무, 정말 멋있게 나옵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배우의 표정 연기와 딕션이 너무나도 정확하고 멋있고, 보는 사람을 집중하고 매료시켜요. (가르마 머리는 배우의 트레이드 마크인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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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갈 하이>에서의 사카이 마사토...

 

 

앞서 STORY 부분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의 굴에 들어가는 속담과 같이 한자와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은행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그와 동시에 이 산업중앙은행의 부패를 개혁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편이에요. 왜냐하면 정말 다행이라 할지 불행이라 할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찾아온 우츠미 신용금고 은행 덕분에 한자와 나사 산업이 기사회생을 할 수 있었거든요. 아버지의 가업을 어머니가 물려받아 지금도 계속 공장이 돌아가고 있고요. 모든 은행이 절대적인 악이 아닌 걸 아는 거죠.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안타까운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이를 바로잡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한 건 배로, 백 배 천 배로 갚아주는 사람이라 무조건 착한 사람만은 아니고요.


<한자와 나오키>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촘촘하게 잘 짜여있는 사건들의 연결성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자와에게는 친한 동기 2명이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인 토마리 시노부는 은행 내 정보통으로 엄청난 정보력과 인맥, 능통한 외국어 실력을 갖고 있어요. 한자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줍니다. 언젠가 나중에 한자와의 뒤통수를 칠 것만 같은 흑막으로 의심될 정도의 캐릭터였는데(실제로 배우가 그런 역할을 많이 맡았다고 하네요), 정말로 친우를 위하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저런 친구 한 명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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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토마리 우 한자와 (출처 : 한자와 나오키 日 공식 홈페이지)

 

 

또 다른 친구 콘도 나오스케 역시 다른 친구들 못지않게 능력이 좋아 제일 먼저 출세길이 열렸었지만, 상사를 잘 못 만나 스트레스성 조현병을 앓습니다. 결국 인사에도 영향이 미쳐 은행에서도 멀어지고, 은행의 자회사인 타미야 전기 회사로 좌천되고 말아요. 여전히 병세가 있어 적응도 잘 못 하고요. 하지만 콘도 역시 누구보다도 열심히인 사람입니다. 동기들 중에 가장 먼저 올라갔었으니까요. 또, 한자와와 토마리 두 명의 좋은 친구를 두어 증세도 극복하고(여전히 조금은 남아있지만) 한자와를 도와주는 등 역시 좋은 친구예요.


토마리와 콘도는 한자와와 은행 동기이지만 일하는 장소가 다릅니다. 그런데 한자와가 은행의 감춰진 비리들을 파헤치다 보니, 두 명의 친구가 일하는 곳도 연관이 있어요. 지점은 다르지만 어쨌든 같은 은행권이다 보니 주요 인물들이 연결이 되어있었고, 각자의 일터에서 보고들은 정보들로 한자와에게 큰 도움을 줘요. 자칫 어색하고 어거지일 수 있는 사건들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불편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게 이 드라마의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또 주목할 만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고 봐요. 한자와의 아내 한자와 하나입니다. 능력 있고 잘 나가던 플라워 디자이너였는데, 한자와와 결혼하게 되면서 일을 그만둡니다. 잘하던 일을 더 이상 안 하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경력단절로도 보일 수 있겠지만,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해 크게 안타까워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아요. ‘한자와의 결혼 생활 vs 계속 일을 하기’ 둘 중에서 고민한 하나는 전자를 택합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한자와도 막지 않고 오히려 하라 했을 정도),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렸어요.


또, ‘이건 아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저 남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거지 같은(..) 사측 아파트 모임에도 기꺼이 참석해서 정보를 얻어와요. 물론 남편이 회사에서 승진하고 잘 돼서 좋은 집에서 살고, 가족끼리 여행도 가고 싶은 맘이 있어서 그런 거지만요. 속물적인 모습이 아니라 누구나 다 원하는 생활 말이에요. 남편이 잘 나가면 부인도 좋잖아요? 단순히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면모에 한자와 하나가 정말 멋있어요.

 

 

 

OUTRO


 

<한자와 나오키> 드라마는 2013년에 시즌 1을 시작, 그로부터 7년 뒤인 2020년에 시즌 2를 방영했어요. 배우와 방송국의 높으신 분들의 이래저래 한 사정으로 인해 7년이나 연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1, 2 모두 시청률은 최고를 찍었다고 해요. 시즌 1의 회차 중 최고 시청률을 찍을 때 일본에선 찜질방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드라마를 보는 장면도 있었다고.

 

드라마가 진짜 너무 잘 만들어지고 재밌어서 그럴 만도 합니다.


그리고 너무 칭찬만 늘어놓으면 (그럴 리 전혀 없지만) 광고비라도 받았나 싶은 생각 들잖아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현대물이지만 판타지스러운 점이 있을까요. 주인공과 대립되는 상대들이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인 것 외에는 한자와가 그다지 일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불편함이 없어요.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은 회사에 있는 9 to 6 동안 쉽사리 회사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안에 갇혀 일만 해야 하고, 집에 돌아가면 엄청난 피로에 휩싸이는데 말이죠..? 또, 한자와와 하나 사이에 아이가 있는데도 아이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 부모님에게 주말에 놀러 가자는 둥 칭얼거리거나 하는 일이 없어요. 추가로 제가 알기론 오사카에서 도쿄까지의 거리가 꽤 되는 걸로 아는데 주인공과 친구들이 굉장히 빠르게 오고 가더라고요.


한자와의 하루는 우리와는 다르게 48시간이 주어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목에 feat. 직장인 판타지를 추가했어요. 그럼에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은행에 대한 이야기, 잘 짜인 스토리 라인과 입체적인 등장인물 등, 무엇 하나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운 드라마예요.


언내추럴만큼 걸작이지만 다소 묵직한 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한자와 나오키>도 꼭 한 번 보시기를 바랍니다. 인생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았을 때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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