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파도앙상블 송년콘서트

글 입력 2014.01.0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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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앙상블 송년 콘서트>

                                                                                                글 - 고병건


 추운 날씨였다. 종로 구민회관은 역에 가까우면서도 외진 곳에 위치했다. 동행한 친구는 옷을 얕게 입고 왔다. 금세 볼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홍콩에서 귀국한 친구는 구구절절한 일들로 스트레스가 많은 듯 했다. 오래간만의 만남에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 머릿속엔 아쉽게 놓쳐버린 일,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 자기가 망쳐버린 일 따위가 가득해 보인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아 못내 아쉽다. 실상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연말이 마냥 즐겁던 시절이 오래됐다. 우리들의 연말은 실패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좋은 새 출발을 위해선 그것들을 탈탈 털어내야 한다. 이번 <파도앙상블 송년 콘서트>가 충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큼지막한 금관악기를 든 채로 ‘파도 앙상블’ 연주단이 등장했다. 멋들어진 양복을 입은 중년 아저씨들이다.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영국 신사마냥 무대 인사를 한다. 그 유쾌한 표정이며 몸짓이 객석의 조용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공연은 고조된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해설위원의 재치 있는 설명이 곡의 감상을 돕고 공연 사이사이의 호흡을 유지시킨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경쾌한 곡들이다. 높은 소프라노음의 트럼펫을 주역으로 한 ‘나팔수의 휴일’이나 복잡한 변주곡 ‘카니발의 축제’, 또 조잡하게나마 뮤지컬 형식을 따오려 한 ‘카르멘 모음곡’이 공연의 흥을 돋웠다.




 2부 공연에선 ‘종로 구립 여성 합창단’이 등장했다. ‘미사 페스티바’로 실력을 한껏 뽐낸 뒤 파도앙상블과 협동공연이 시작됐다. 객석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사로잡는 ‘넬라 판타지아’등에 이어 ‘비처럼 음악처럼, 붉은 노을, 그대 모습은 장미’를 연속으로 노래하는 가요 메들 리가 진행됐다. 공연의 마지막은 앤더슨이 편곡한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었다. 정작 크리스마스는 지난 후지만, 그 아쉬움을 위로해주는 듯 한 노래였다.




 연말을 장식하기에 퍽 좋은 공연이었다. 친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대를 보며 즐거웠다고 얘기한다. ‘파도 앙상블’과 ‘종로 구립 여성 합창단’은 평범한 직장인이나 주부들로 이루어진 단체였다. 각자의 가정사에 바쁜 와중에 이렇게 멋진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연에서 보이는 그들의 얼굴은 더없이 즐거운 듯 했다. 스스로를 위한 취미를 발전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노래를 선사하는 그들의 모습에 큰 용기를 얻었다. 2013년과 함께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 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2014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병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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