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체코인형극, '다락에서..여행'

글 입력 2015.11.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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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체코인형극, '다락에서..여행'


2015 06 - Poster (RGB A4 - Marged Layers).jpg
 

합정과 상수 사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다는 거리 옆으로 난 외진 골목. 
걷다 보면 다소 특이한 외관의 극장을 만날 수 있다.
문 앞을 지키고 선 두 인형을 지나쳐 극장을 들어서면 일반적인 공연장과는 다른 느낌의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인형 박물관 같기도, 인형 만드는 작업실 같기도,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 다락같기도 한 아늑한 공간을 들러보건 중 
카운터에 있던 분이 갑작스레 극장의 셔터를 내려버린다.

'여행'이라는 공연명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다.


Foto04.jpg

 
무대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소박한 공연장 위에서 펼쳐지는 인형들의 연기. 
인형들의 몸사위도 몸사위지만 그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분들의 연기 역시 
'다락에서..여행'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인형은 표정을 지을 수 없더라도, 그 인형에 마음을 담아 연기한다.
인형이 장난을 칠 때, 인형이 무언가에 열중할 때 등 즐거운 표정이건 진지한 표정이건 
연기자는 자신을 인형에 투영하여 인형이 지었을 표정을 지어본다.

인형들의 몸짓과 연기자들의 연기에 극은 더 활기차고 생생해진다. 


Foto00.jpg

 
개인적인 감상으로 인형극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닌 듯 보인다.
순수와 공포.

귀여운 처키 인형이 공포의 소재로 사용된 연유는 환상이 지닌 속성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인형은 우리의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유년시절은 현재와 시간적 차이가 적잖이 난다는 점에서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이와 함께 유년시절 대부분의 인형놀이는 아이의 상상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형이 지닌 환상성을 이해하기에 수월할 것이다. 
환상성이 야기하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 
그리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불안감 등이 인형극이 지닌 순수와 공포를 설명할 수 있겠다. 

이에 <다락에서..여행>에는 순수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귀여운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고독이나 이룰 수 없는 집녑과 같은 이야기가 함께 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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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이란 그 환상이라는 요소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로 앞에 닥친 일들을 헤쳐나가며 우리 안에 존재하던 것들은 잊혀지곤 한다.

우리 모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형을 가지고 놀곤 했지만
이제는 그 인형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도 부지기수다(내 미미인형 어딨니..).
다락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굳이 기억해내지는 않는 것들이 담긴 공간이다.

<다락에서..여행>은 그 잊혀진 것들에 대해, 나아가 잊혀질 것들에 대해 생각해게 한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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