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니스트 박종화 콘서트 "NUNAYA(누나야) : 동요, 클래식이 되다"

글 입력 2015.09.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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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종화 콘서트
"NUNAYA(누나야) : 동요, 클래식이 되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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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사이트 49번째 문화초대로 오늘 20일, '피아니스트 박종화 콘서트'를 관람했다. 공연을 본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특히 박종화 선생님의 동요 앨범 수록곡으로 진행되었던 2부는 공연 후 한동안 동요가 주는 여운에 잠겨 말이 없어질 정도로 좋았다. 경건함으로 시작해 경건함으로 끝나는 보통의 클래식 공연과 달리, 관객들과 소통하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더 좋았다. 또 생각지도 못한 손님, 싱어송라이터 하림씨와 기타리스트 고의석씨와의 콜라보 연주 '산토끼'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눌한 한국어로 조곤조곤 곡 소개를 하시던 박종화 선생님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던 날이었다. 박종화 선생님은 귀여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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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박종화 선생님의 독주를 감상할 수 있었던, 보통의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이었다. 프로그램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주제에 의한 12개 변주곡 C장조, 작품번호 265번,'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14번 작품번호 c#단조, 27-2번 월광,' '클로트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의 아기 인형 모음곡 중 제 1번 아기 인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주제에 의한 12개 변주곡 C장조, 작품번호 265번'은 반짝반짝 작은별의 원곡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연주여행을 다닌 탓에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22살에 어머니를 잃은 후 3년 뒤 이 곡을 작곡했는데,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고백하는 내용의 샹송에서 그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시절 엄마와 같이 부르던 '반짝반짝 작은 별~'이 생각나 조그맣게 미소가 지어졌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14번 작품번호 c#단조, 27-2번 월광'을 듣고 있노라면 밤하늘 위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이 눈 앞으로 그려진다. 이 소나타의 이름은 시인 렐슈타프(Ludwig Rellstab)가 1악장을 듣고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 아래 물결에 흔들리는 작은 배처럼"이라고 말한 것이 그대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로 시작해 알레그레토, 프레스토 아지타토로 끝나는 '월광'은 '거의 판타지처럼(Quasi una fantasia)'라는 부제처럼 환상적이고 정열적이다. 선생님께서 두 손을 하늘 위로 던지며 곡을 끝마쳤을 때, 쏟아지는 박수갈채마저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클로트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는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 '눈송이가 춤춘다,' '어린 목동,'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등 6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연에서는 이 4곡만 연주되었다. 이 곡이 연주될 때 대형 스크린 위로 떠오른 동화같은 일러스트가 연주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 곡들은 드뷔시가 그의 딸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어린이의 세상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의 아기 인형 모음곡 중 제 1번 아기 인형'은 8곡의 모음곡이며 여러가지 인형을 그 제목으로 한다. 브라질 작곡가인 빌라 로보스는 독특한 선율과 강렬한 남미의 리듬을 음악 속에 반영했는데, 오늘 연주된 '제 1번 아기 인형' 또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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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앞서 언급했듯이 박종화 선생님의 동요 앨범 수록곡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꽃밭에서,''엄마야 누나야,' '섬집아기,' '고향의 봄,' '산토끼,' '연어의 노래,' '과수원길,' '반달,' '아리랑,' '자장가' 그리고 앵콜곡 '학교종이 땡땡땡'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고향의 봄'과 '산토끼'는 싱어송라이터 하림씨과 기타리스트 고의석씨와 함께 해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전국투어의 첫번째 공연이었던 오늘만 하림씨와 고의석씨가 함께한다고 한다. 난 얼마나 행운인 사람인가 싶다). 하림씨가 '산토끼'를 이렇게 진지하게 연주한 적은 처음이라며 머쓱하게 웃으셨다. 중요한 건, 간단한 멜로디에 기타, 아코디언, 퍼커션 등 여러 악기가 덧입혀져 정말 멋있는 곡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림씨가 허디거디라는 중세 유럽의 악기를 연주하며 불러준 '연어의 노래'는 살면서 들어본 적 없던 종류의 것이었다. 특이했고, 특별했다.
2부가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박종화 선생님이 직접 곡 소개를 하면서 관객과 이야기 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외국 생활을 오래해 문화적 동질감이 없는 줄 알았는데, 동요를 들으면서 한국적 멜로디가 기억 속에 남아있음을 알고 놀랐다는 이야기 그리고 동요를 편곡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음악가로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꼽자면 박종화 선생님께서 피아노 옆에 세워져있던 풍금으로 '반달'을 연주하셨고, 관객들이 '반달'의 가사를 노래했던 때이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를 다같이 부르는데 무엇인지 모를 애틋하고 아련한 감정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벅차올랐다. 이게 음악이 그리고 동요의 힘이구나 느꼈고, 왜 박종화 선생님께서 한국적 정서를 찾기 위해 동요를 선택하셨는지 절감했다. 풍금소리에 공연장에 있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추억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 모습이 몹시 평안해보였다.

공연에 동행했던 동생은 '엄마야 누나야'를 들은 직후 똑 하고 눈물을 흘렸더랬다. 어렸을 적 엄마가 침대 머리맡에서 자장가처럼 불러주신 노래였다고 했다. 박종화 선생님의 인터뷰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동요는 태어난 후에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첫 노래고, 내면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는 선율이라고. 그 기억들을 꺼내며 가까이 있었는데 보지 못했던 것들, 과거에 중요하게 여겼는데 살면서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는 확실히 그랬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 밭에~'를 마음속으로 따라부르며 그 노래들로부터 편안함을, 정겨움을, 아련함을 그리고 따스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 또한 눈물을 쏟을 뻔 했다. 클래식으로 재해석 된 박종화의 동요들이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 같았고, 아빠의 따스한 품 속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인 듯 조심스럽게 안아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생각났던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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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사인회가 있어,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늦어 사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프로그램북과 시디를 품고 돌아왔다. 행복했고, 행복했다. 행복함을 가득 안고 돌아와 행복하다. 한동안은 "푸른 하늘 은하수~"를 콧소리로 부르고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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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LG아트센터에 대한 느낌이다. LG 아트센터에서의 첫번째 공연은 뮤지컬 아리랑이었고, 두번째 공연이 오늘 본 피아니스트 박종화 콘서트이다. LG아트센터는 7호선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다. 건물 내부와 공연장도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앞,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끔 배치된 좌석, 또 무엇보다 잘 갖추어진 음향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LG아트센터에서 예정된 공연들 목록을 보면서, LG아트센터를 많이 찾겠구나 싶었다. 

 

공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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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공연명 : 피아니스트 박종화 콘서트 "NUNAYA(누나야) : 동요, 클래식이 되다"

ㅇ 기간 및 장소 :
9월 20일(일) 오후 5시 / LG아트센터
9월 24일(목) 오전 11시 /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
9월 30일(수) 오후 7시 30분 / 김포아트홀
10월 1일(목) 오후 7시 30분 / 제주아트센터
10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 서귀포 예술의 전당
10월 7일(수) 오후 7시 30분 / 대전 예술의 전당 앙상블홀

ㅇ 러닝타임 : 9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ㅇ 티켓가격 :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초중고 학생 30% 할인)
ㅇ 공연제작 : ㈜ BOM Arts Project



음악과 피아노를 따라 살아온 낭만적 음악 유목민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2015년 5월 26일 클래식 음악 프로젝트 "Soundtrack of your life"의 시작, 동요 앨범 "NUNAYA : 누나야"를 발매했다. 그리고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디지털 앨범으로 선발매 된"NUNAYA : 누나야"를 바탕으로 콘서트를 가진다. 이 콘서트는 24일 여수 예울마루, 30일 김포아트홀, 10월 1일 제주아트센터 등 전국 투어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꼭 관람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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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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