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잔에 대해 한 순간이라도 의심을 품어보았다면 [시각예술]

세잔 뜯어보기 2 - 세잔 회화의 미적 지향성
글 입력 2015.09.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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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잔의 회화는 재현의 치밀함, 감상적 발상 등의 군더더기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택된 대상을 모방한다. 그는 자연을 이상적인 모델로 하는 인상주의 미학을 포기하지 않은 채 대상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이를 위해 세잔은 나름의 방식으로 탐색한 자연의 질서를 표현하려 하였으며, 한 점의 정물화를 위해 100번의 작업을 하는 등 하나의 목표를 위해 도달하려 오랜 시간 노력하였다. 그의 소망은 그의 감수성에 현존하는 물(物)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었고, 과거의 사상, 열정, 신앙 등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 즉, 세잔은 감각 작용 너머에 ‘진짜의 시각상vision’이 존재한다고 보고 객관적인 재현을 위해서 고유한 형체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세잔은 “자연을 원통과 구형, 원추형으로 취급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단순하게 자연계의 온갖 사물을 조형적인 요소로 대체하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함으로써 등가치의 존재로 만든다는 의미였다. 결국 그는 사물을 묘사하며 공간의 깊이를 올바르게 보여주고, 관찰 가능한 모든 색채의 음영 및 형태의 분류에 대한 등가를 발견하는 과정을 밟으며 우주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세잔의 미적 지향성은 다음과 같았다.
 
 
① 단일 시점의 포기
먼저, 세잔은 정물을 표현하는 데에서 원근법 등의 시각적 질서를 중시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들어낸 질서에 대상을 맞추는 대신, 그는 각 대상이 그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자연의 전개를 회화로서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단일시점을 포기하였고, 고정된 하나의 눈만으로 대상을 보는 것을 거부하였다. 즉, 그는 대상과 공간을 공유하며 여러 물체를 관찰할 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 전체의 형상을 화면에 옮겼다. 그 결과 화면 속 공간은 한 점을 향해 수렴되지 않고 좌우로 ‘전개’되어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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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가 있는 정물>


② 대상의 왜곡 
   세잔의 회화에서는 많은 대상들이 왜곡되어 있는데, 이는 나름의 정당성을 지니는 시각 및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묘사방법은 2차원의 평면 위에서 공간적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적용된 것으로, 앞서 언급된 공간의 전개와 연결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물들은 서로가 영구히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가 묘사한 것은 실제로 측정된 거리라기보다는 존재 모두에 의해 지배되는 공간에서의 영원한 사물의 배치 구도였다. 이러한 세잔의 왜곡은 이후 등장하는 입체주의에 영향을 주고 추상화 출발의 기본을 이루게 된다.
 
 
③ 강렬한 색채
   이전의 인상주의자들이 7가지 색만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세잔은 주로 여섯 가지의 빨간 색, 다섯 가지의 노란 색, 세 가지의 푸른 색, 검은 색 등을 사용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명암의 현격한 대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대기 배후에 놓인 대상의 본질을 모두 표현하려 하였다. 즉, 인상주의에서는 대상이 반사광에 의해 가려지기도 하였으나 세잔에 이르러서는 윤곽 및 색채를 통해 사물이 갖는 존재성이 더욱 잘 드러난다. 또한 세잔의 회화에서 드러나는 영감은 색채의 부분적인 변화에 의해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색채가 풍부하게 되었을 때 형태도 풍부하게 되는 것이다Quand la couleur est à sa richesse, la forme est à sa plénitude)‘라는 그의 말과 연관이 있다.


④ 구조적인 붓 터치
    세잔은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에 머뭇거리지 않는 붓 터치를 구사하였다. 색채의 단계적 변화는 붓 터치를 통해 병치됨으로써 형태감을 명확히 나타내게 되는데, 그는 이를 통해 색채의 진동에 힘을 불어넣고자 하였다. 후기인상주의의 또 다른 화가인 고갱과 고흐 또한 붓 터치가 특징적이나, 세잔은 그에 훨씬 앞서 붓 터치에 리듬을 부여하고 수직, 대각, 수평 방향 등으로 향하게 하며 구조성을 가지도록 하였다. 이처럼 형form을 포함한 붓 터치는 결과적으로 견고한 화면을 구축하기 위한 세잔 회화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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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놀이를 하는 사람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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