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하리' 마시는 여성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7.10 23: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최근 여러가지 과일을 섞은 소주 출시가 늘고 있다. 유자, 자몽, 블루베리 등 기존의 소주와 달리 상큼하고 톡톡 튄다. 기존의 것과 비교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달달하고 술술 넘어가니 참 좋다.

 

옛부터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는 남자의 술이라고 일컬어졌다. 소주 하면 생각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저렴함, 독함, 고독 등등. 내 경우는 어스름하게 달빛이 비치는 새벽, 최근 후 기진맥진한 남자가 헝클어진 옷 매무새와 머리를 하고 포장마차에서 별 다른 안주 없이 들이키며 찡그린 표정을 짓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맥주, 와인 등과 달리 소주는 남성적 이미지가 강하다. 초록색 병이 선뜻 집어 들지 못하게 만드는 위압감마저 든다.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이토록 남성지향적인 술이 왜 최근 들어 점점 제조 과정에서 도수가 낮아져 순해지는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왜 여러 과일이 섞여 애매모호한 포지션이 되었는지.


crop-69879-460.thumbnail_copy.jpg
 

'참이슬'을 예로 들자면 1998년 출시 당시 도수가 23도였다. 그러다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Fresh가 17.8도로 상당히 많이 내려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 증가와 입지 평등화 때문인 것 같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음주하며 즐기는 일이 많아졌고 여사원도 증가하고 있다. 문화가 바뀌었다. 여성 주체로 이루어지는 일 또한 상당히 증가했다. 그에 따라 제조회사 측에서 소비 타켓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했고 도수를 낮춰 여성들도 술이 잘 넘어가게끔 하며 디자인적 측면을 강화시켜 과일 향이 나는 소주를 예쁘게 만든 병에 담아 판매하여 매출을 늘리기 위해 출시했지 않나 싶다. 광고 포스터에 당대 가장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는 것도 비슷한 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여성들과 술을 잘 못마시는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품귀현상까지 빚기도 했다.


'순하리' 등 과일 소주 출시로 소주는 서민적이지만 강력한, 남성만의 전유물적인 느낌에서 성별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친근한 상품이 되었다. 독한 술의 상징으로 불리던 시절에서 입지는 하락하고 애매모호한 위치가 되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하기 더 쉬워지고 더 많이 찾게 되는 술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형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