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하리' 마시는 여성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7.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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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가지 과일을 섞은 소주 출시가 늘고 있다. 유자, 자몽, 블루베리 등 기존의 소주와 달리 상큼하고 톡톡 튄다. 기존의 것과 비교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달달하고 술술 넘어가니 참 좋다.
옛부터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는 남자의 술이라고 일컬어졌다. 소주 하면 생각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저렴함, 독함, 고독 등등. 내 경우는 어스름하게 달빛이 비치는 새벽, 최근 후 기진맥진한 남자가 헝클어진 옷 매무새와 머리를 하고 포장마차에서 별 다른 안주 없이 들이키며 찡그린 표정을 짓는 이미지가 떠오른다.일반적으로 맥주, 와인 등과 달리 소주는 남성적 이미지가 강하다. 초록색 병이 선뜻 집어 들지 못하게 만드는 위압감마저 든다.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이토록 남성지향적인 술이 왜 최근 들어 점점 제조 과정에서 도수가 낮아져 순해지는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왜 여러 과일이 섞여 애매모호한 포지션이 되었는지.'참이슬'을 예로 들자면 1998년 출시 당시 도수가 23도였다. 그러다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Fresh가 17.8도로 상당히 많이 내려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 증가와 입지 평등화 때문인 것 같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음주하며 즐기는 일이 많아졌고 여사원도 증가하고 있다. 문화가 바뀌었다. 여성 주체로 이루어지는 일 또한 상당히 증가했다. 그에 따라 제조회사 측에서 소비 타켓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했고 도수를 낮춰 여성들도 술이 잘 넘어가게끔 하며 디자인적 측면을 강화시켜 과일 향이 나는 소주를 예쁘게 만든 병에 담아 판매하여 매출을 늘리기 위해 출시했지 않나 싶다. 광고 포스터에 당대 가장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는 것도 비슷한 예라고 생각한다.결과적으로 여성들과 술을 잘 못마시는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품귀현상까지 빚기도 했다.'순하리' 등 과일 소주 출시로 소주는 서민적이지만 강력한, 남성만의 전유물적인 느낌에서 성별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친근한 상품이 되었다. 독한 술의 상징으로 불리던 시절에서 입지는 하락하고 애매모호한 위치가 되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하기 더 쉬워지고 더 많이 찾게 되는 술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김형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