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자, 사랑, 욕망 '체홉, 여자를 읽다'

글 입력 2015.05.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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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관람이었다. 캐스팅 보드를 확인하지 않고 들어가 배우가 바뀐 걸 모르고 있었다. 약사의 아내의 '아내'이자 나의 아내들의 '아내들'은 박정림 배우로, 약사의 아내의 '체르노모르딕'이자 불행의 '일리인'인 고훈목 배우로 바뀌었다. 막이 오르고 배우가 나오는 순간에서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작년 여름 같은 뮤지컬을 다른 캐스팅으로 봤었다.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그래서 '체홉, 여자를 읽다'의 재관람도 비슷할 것을 예상했다.


약사의 아내의 경우, 이전 배우의 움직임이 큰 느낌이었다면 이번 배우는 동작이 보다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붉은 달이네. 뭐가 부끄러워서 숲 뒤에 숨었니?'의 대사 후의 나오는 노래도 달랐다. 전에는 '달이 차오른다~'였는데, 이번엔 '달, 달 무슨 달'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약사인 '체르노모르딕'의 분량도 전보다 늘었다.


박정림 배우는 나의 아내들에서 "라울, 라울! 내가 오늘 뭘 봤는지 알아요? 불꽃놀이! 펑!"하는, 혈액은 시속 600킬로로 순환하고 맥박이 1분에 150번이나 뛰는 두 번째 아내와, 사변적인 다섯 번째 아내 역할을 맡았는데 두 번째 아내에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귀엽고 활달한 역할에 아주 잘 맞았다. 


아가피야는 지난 번과 배우가 같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아가피야'를 맡은 노혜란 배우는 작은 몸집에 소극적인 태도, 주저하는 모습이 작은 동물 같았다. 남편이 오기 전에 집에 가야하지만 샤프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지 못한다. 큰 결심을 하고 눌러 앉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듯 샤프카를 기다린다. 일탈을 할 배짱 없이 일탈을 하고, 돌아가야 하는 현실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샤프카가 자신을 도와주길 바란다.


지난번 관람에서 렌즈에 문제가 있던 탓에 불행의 후반부를 초점이 맞지 않는 상태로 관람했었다. 이번엔 안전하게 안경을 쓰고 갔다. 고훈목 배우의 '일리인'은 사랑보다 천성과 투쟁하는 것 같았다. 일리인은 스스로를 강단이 없고 마음이 연약하고 소심하다고 표현하는데, 고배우의 일리인은 강단이 없어 사랑에 정처 없이 헤매는 느낌이었다. 나의 아내들에서 라울을 맡은 윤성원 배우는 불행에서 소피아의 남편 안드레이 역을 맡았는데, 느낌은 라울과 연장선상에 있는 듯했다. 나의 아내들에서 노래를 부를 때만 생기가 있는 네 번째와 뇌가 해맑은 여섯 번째 아내를 맡은 문현영 배우는 아내들인 쪽보다 일리인의 사랑을 받는 것을 즐기면서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되뇌는, 어느 쪽의 선택도 내리지 못하며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피하려고 하는 소피아의 역할에서 그 존재감이 더욱 드러났다.  



욕망은 있지만 주체적이지는 못하다. 약을 사려는 것이 핑계임을 알고 즐기지만 자신이 먼저 유혹하지는 않는다. 남편의 눈치를 보고, 아버지를 잘못 만나 지참금을 받고 팔려가고, 쥐새끼와 함께 독살당한다. 순간적이고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당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날 잃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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