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지막 동화, When marnie was there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11 13: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추억의 마니, 2014.

     20140805144632836653.jpg

  어릴 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를 보며 자라 온 나는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한 애착이 크다. 대부분 영화의 주인공이 평범한 소녀이기에 공감도 많이 되었고, 나에게도 이런 마법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지브리 스튜디오가 영화 '추억의 마니'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영화 제작을 하지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영화에 대해 실망한 후기들을 많이 들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러갔다. 그래서 오히려 기대없이 봤기에 더 편하게 보고, 지브리 스튜디오와도 인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반적인 내용으로는, 천식으로 여름방학동안 시골에 요양간 안나가 늪에 있는 저택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마니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저녁에 밀물이 들어와 늪이 물에 잠긴 시간에만 마니가 나타나고, 마니가 살고 있는 저택에 불이 켜진다. 이상한 일이지만, 안나와 마니는 서로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통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더 끈끈해진다. 하지만, 마니는 허구의 인물이었고, 안나는 그 저택에 새로 이사 온 아이가 찾은 마니의 다이어리를 통해 마니가 자신의 할머니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입양되어 살고 있던 안나는 항상 부모에 대한 사랑의 결핍으로 차가운 아이였는데, 마리를 만나고, 할머니의 존재를 알고서는 양어머니를 진짜 어머니로 여기게 된다.

     movie_image.jpg
늪에 소풍나와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믇고 있는 안나와 마리.


 약간 소름돋는 반전이 있지만, 내용이 흘러감에 있어서 안나와 마리 두 소녀의 순수함이 아름답게 묘사되어서 감동을 자아냈던 것 같다. 그 전까지의 지브리 영화들, 그리고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는 새로운 소재 '할머니와 손녀의 사랑'이야기여서 색달랐다. 그리고 그 할머니를 소녀시절의 마니로 표현해 가족에 대한 사랑의 결핍이 있는 안나를 보듬어준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안나가 늪을 건너 저택에 가서 마니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때 두 인물 모두 맨발이다. 서양 미술 작품에서 '맨발'은 상황에 따라 성스러움, 자유, 친근함 등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특성이 여기서도 나타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서로를 믿고 보듬어주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신발을 벗고 안나가 배를 타고, 마리가 맨발로 저택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 본다.

     movie_image (1).jpg
저택 창문에 있는 마리를 보고 있는 안나.



 영화 포스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2D 영화를 고집하는 스튜디오만큼 메인 포스터를 스케치로 표현해서 그 느낌을 더 효과적으로 나타낸 것 같다. 실제 영화는 컴퓨터로 색채를 입혔지만 포스터만큼은 수채화로 칠한 듯이 표현해서 동화적 느낌을 강조하고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movie_image (2).jpg


 영화를 감독별로 보게 되면 개개인이 갖는 특징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티브 등이 있음을 찾게 된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선 인물 모델링이 그 예인데, 각각의 영화 속 비슷한 인물들이 많다. 안나는 '마루 밑 아리에티'의 아리에티와, 저택의 새 주인으로 들어온 사야카는 '귀를 기울이며' 주인공 시즈쿠 친구와 닮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특히 에니메이션이기에 비슷한 인물들을 그려낼 수 있고, 만약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렇게 찾아보는 것도 보는 재미일 것이다.

    865287_1.jpg
추억의 마니_안나
    스크린샷_2012-08-29_오전_1.26.52.png
마루 밑 아리에티_아리에티

                                제목 없음.png                 스크린샷_2013-09-09_오후_5.35.58.png
                                 추억의 마니_사야카                  귀를 기울이며_시즈쿠 친구           

 그리고 이 영화는 사실 1967년에 출판된 조앤.G.로빈슨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였다. 그래서 그 당시의 문화도 많이 담겨져 있고, 나는 그 중에서도 엽서를 쓰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게 되면서 손편지나 엽서의 문화가 조금씩 잊혀져가게 되었다. 이 영화 속에선 안나의 양어머니가 안나에게 엽서로 안부를 전해달라며 봉투에 우표붙이 엽서들을 넣어서 보내준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물씬 풍겼다. 사실 나도 빠르고 편하게 살려고 하다보니 점점 손으로 무언가를 전해서 보낸다는 것이 낯설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소중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손으로 쓴 편지를 받을 때도, 쓸 때도 나는 항상 설렌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혹은 여행을 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엽서를 쓰곤 해서, 이 영화 속 안나가 엽서를 쓰는 모습을 보자 설레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9780007591350.jpg
                                        책
 

 무엇이든지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도 중요한데, 이 영화는 마무리를 정말 잘 한 것 같았다. 안나는 끝에 마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양어머니의 사랑도 진심임을 받아들이면서 감동적으로 마무리되는데, 그 여운을 노래로 잘 남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라실라 안의 'Fine on the outside'인데 안나의 속마음을 담담하게 잘 드러내고, 안나가 얼마나 외로운 아이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 노래가 영화의 감동을 가장 잘 끌어내어낸 것 같다.
 만약 이 영화를 본다면,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속도감있고 화려한 영화에 대한 기대는 좀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잔잔함 속에 강한 감동이 있기에 담담하게 영화를 마주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서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